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과 함께 살아왔다. 태어나 말을 듣고, 말을 하고, 말을 읽고, 말을 쓰며 일상을 살아간다. 말은 우리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때로는 그 중요성이 간과되곤 한다.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말을 내뱉는 것은 쉬운 일이다. 금방 휘발되어 사라지기에 책임감이 담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자신을 과장하려고 화려하게 꾸며낸 말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말보다 행동이나 정제된 글이 더 믿음직스럽다고 느끼곤 했다.
말은 조심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영어에서 ‘말(word)’과 ‘칼(sword)’은 한 글자 차이다. 혀를 잘못 놀리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해칠 수도 있는 법이다.
말과 한평생을 함께 해왔음에도 별것 아니라고 치부하며 살아왔다. 말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잘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구보다 말에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좋은 말 한마디보다 나쁜 말 한마디가 마음에 더 오래 맴돈다. 상처받은 말이 계속해서 마음속에 남아 울려 퍼졌다. 상처를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나는 말의 중요성을 외면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말은 중요하다.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말을 무조건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편이 옳다. 어쩌면 말을 하는 걸 당연하게 여겨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예쁘게” 말할 수 있을까? 예쁜 말을 하려면 형태, 의도, 타이밍, 장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학적이고 유려한 표현은 마음을 간질인다. 좋은 의도로 한 말은 형태를 넘어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말하기 좋은 장소도 있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의 말은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위로를 받아본 사람이 위로를 잘하고,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잘하듯, 예쁜 말도 학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쁜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대화를 통해 배워보려고 한다.
결국 말은 관계를 위한 것이다. 김주환 교수는 “옳은 말보다 친절한 말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관계를 생각한다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하기보다 상대에게 친절한 말을 건네는 것이 더 중요한 걸지 모른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지만 사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중요한 건 반드시 말해야 한다. 특별한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다. 단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할 때도 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도 바로 그것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