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 6시하고 6시 반 가능하다고요. 음… 그러면 6시 반 예약이요.
아내가 6시 반에 식당을 예약했다. 마켓이 열리는 곳과 식당의 거리는 약 3분 거리. 그리고 지난 사흘간 플리마켓이 끝나는 시간은 대략 5시 반 정도였다. 정리를 마치고 나면 한 6시쯤이 될 텐데 왜 6시 반에 예약하는가.
나 : 6시에 가능하다며? 왜 6시 반에 예약해?
아니, 설마 내가 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 정도 중국어는 할 줄 아는데. 사실 안 봐도 뻔하다. 마지막 날이니까 한 명이라도 손님을 더 받고 싶었겠지. 하지만 나 역시 나만의 사정이 있는 법.
나 : 나 내일 아침부터 수업해야 돼. 6시로 바꾸자. 어차피 5시 반 넘으면 사람도 없잖아.
밥 먹고 기차 타고 타이중까지 돌아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못 해도 9시인데 밥까지 늦게 먹으면 10시가 넘어서 도착할 가능성이 높았다. 고작 30분이라고 하지만 그 30분의 차이가 실은 어마어마하다.
여하튼 와이프의 대답은 의외로 ‘YES’였다. 보통은 6시 반 예약으로 밀어붙이는데 이번에는 어쩐 일로 순순히 6시로 예약 시간을 바꿔 주었다. 나로서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궁금해졌다.
나 : 뭐야, 당황스럽게 왜 이래? 왜 순순히 동의하는 거야?
와이프 : 내일 아침에 수업해야 된다며?
나 : 그게 전부야?
와이프 : 응.
고작 이 이유라고? 이럴 애가 아닌데? 평소 같았으면 하나라도 더 팔고 싶어서 자기주장을 계속 펼쳤을 텐데? 애가 죽을 때가 되었나? 내가 이번에는 좀 열심히 도와줬다고 그런 건가?
진짜 그 이유가 전부냐고 다시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그렇다’였다. 첫날 와이프가 한 말 때문에 단단히 삐져서 하루 종일 꽁해 있었다. 물론 그날 저녁 바로 대화를 통해서 풀긴 했지만 아마 앙금이 남아 있었을 거다. 미안한 마음에 다음날부터는 열심히 도와주긴 했다만 이 정도 아량을 베풀어 준다고? 흠, 도대체 무슨 일인건지.
나를 배려해 줘서 고맙긴 한데 보통과는 다른 반응이라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내들이 남편을 의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느낌이다. 남편이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 당연히 수상하다고 여길 수밖에.
진실은 아내만이 알고 있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아내가 나를 생각해 줬다는 사실에 내 기분이 좋아졌다는 거다. 거기에 9시가 되기 전에 집에 도착했으니 내일은 상쾌하고 즐거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TMI. 저녁에 먹은 음식이 아주 괜찮았다. 홍콩 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는데 메뉴판을 열자마자 내 눈길을 끄는 음식이 하나 보였다. 그 메뉴의 음식을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지옥의 볶음면’ 정도. 매운맛하면 또 한국인 아닌가. 얼마나 매울지 확인해 줘야 하는 게 인지상정.
맛을 평가하자면 안 매운데 기침 나오는 매운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천요리에서 자주 쓰이는 마라 맛 플러스 조금 단 맛이랄까. 한국인들이 좋아할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