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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Feb 28. 2024

방학 이용하기

여유 있게 쉬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교사가 미칠 때쯤 방학이 오고, 학부모가 미칠 것 같을 때쯤 개학이 온다는 말이 있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고갈되어 피곤함에 쓰러지기 전 방학이 오는 것은 맞다. 다만 교사로서 약간의 여유가 주어지는 동시에 엄마로서의 본격적인 삶이 시작된다. 학원을 전혀 안 다녔던 삼순이를 위해 하루 세끼 밥을 준비하고 한없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하려 노력하는 엄마의 삶은 어쩜 교사와 엄마라는 양쪽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방학 동안 엄마는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방학을 잘 이용하면 아이가 훌쩍 클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그냥 잘 놀기만 해도 쉬기만 해도 좋겠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몸도 마음도, 더불어 실력마저도 클 수 있다. 방학을 잘 이용하면 학기 중에 조금 더 여유가 생기기도 한다. 


  방학에 우리 아이의 어떤 부분을 채울지 목표를 정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부족했던 점 또는 조금 더 채워주어야 하는 부분을 깨닫게 된다. 학습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생활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방학은 그런 부분을 채우고 성장하는데 좋은 시간이다. 학교생활을 돌아보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한 시작이다. 몰입이 가능하기에 부족한 부분을 짧은 시간 안에 채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방학을 위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서 성실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독서 많이 하기'는 기준이 없다. '독서 많이 하기' 보다 '하루 한 시간(8시~9시)에 독서하기' 또는 '하루에 정해진 책 3권 읽기' 같은 목표가 더 좋다. 생활습관도 마찬가지다. 너무 빡빡한 것은 좋지 않지만 큰 틀 안에서 꼭 지켜야 하는 생활습관을 아이와 함께 정하는 것이 좋다. 

다만, 목표가 너무 많으면 번잡스럽고 도달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쉽게 포기하는 마음을 생기게 한다꾸준히 지킬 있는 2~3개의 목표면 충분하다. 동기부여가 필요한 경우, 목표도달 도장 모으기, 스티커 모으기 등 도달의 여부가 눈에 보이게 벽에 붙여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매일 공부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 준다. 

  학교에서는 적어도 5시간에서 6시간 동안 수업이 있다. 계속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 긴 시간을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은 맞다. 그런 아이가 짠하다는 생각과 방학이니까 열심히 놀게만 해준다면, 완전히 책상과 먼 거리를 유지한다면 공부 습관은 쉽게 무너진다. 개학하고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꾸준히 공부습관을 유지하다가 방학을 보내고 오면 다시 처음부터 잡아주어야 하는 경우에는 아이도 부모도 교사도 다 힘들다. 

아이의 생활이 흐트러지지 않고 공부 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방학에도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독서와 다른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시간을 길게 잡을 필요는 없지만, 그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의 공부를 꾸준히 하면 공부 습관이 만들어진다. 몸이 기억하게 하는 것은 공부 자세를 만들어주는 좋은 지름길이다. 같은 시간에 매일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루틴을 잘 짜는 것이 좋다.

긴 휴가나 여행을 떠나는 경우에도 시간을 잘 활용하면 공부하는 습관을 이어갈 수 있다. 아이의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다면 책, 문제집, 일기장 등으로 여행 짐이 좀 늘어나는 것이 대수겠는가. 아침에 여유로운 시간, 중간 이동하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잘 이용하면 꾸준히 목표한 바를 달성해 나갈 수 있다. 몸이 기억할 때까지 성실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나는 유난을 떠는 엄마는 아니지만 여행지에 책과 일기장을 챙겨갔다. 독서와 일기 쓰기를 틈틈이 하면 여행하는 동안도 습관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방학은 육체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서 마음도 조금은 풀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와 함께 자연 속에 들어가 산책을 하고 또 휴가를 즐기면서 공감대를 많이 쌓을 수 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 학교생활에서 쫓기듯이 생활하면서 갖지 못했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이와 시간을 진하게 쌓는 것은 단단한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학기 중에 서로 바빠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다. 방학은 마음을 나누기에 적절한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제공한다. 의도적으로 마주 앉아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산책을 하면서, 휴가를 즐기면서, 같은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서로 충분히 대화를 하고 함께 누리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하면 사춘기의 아이들도 크게 엇나가거나 부모에게 반목하지 않는다. 체험을 많이 하는 것도 좋고, 관광거리가 많은 곳을 가는 것도 좋지만 어떤 순간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서로를 느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방학을 맞이하면서 많은 부모들이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어느 곳으로 놀러 가야 하는지 고민한다.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방학은 부모에게 숙제로 다가오기도 한다. 우스개 소리로 아이 방학에 맞추어 휴가를 내는 많은 직장부모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면서 휴가를 가는 느낌이라 한다. 그만큼 아이에게 많은 것을 해주려다 보니 힘든 것이겠지 싶다. 많은 것을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것을 핵심이 아니었으면 한다.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진하게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어야 하고 서로 여유를 느끼면서도 주어진 것을 해야 한다. 방학이라는 시간이 길지도 짧지도 않지만 그사이에도 아이는 성장한다. 다만 어떻게 계획하고, 또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성장의 정도가 조금 달라질 뿐이다. 서로에게 좋은 시간으로 채워가야 한다. 해주지 못한 것을 다 해주는 시간이 아니라 각자 주어진 것을 성실하게 하되 조금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욕심내지 않되 손을 잡고 한걸음을 내딛는 시간으로 만들어간다면 어느새 훌쩍 큰 아이를 만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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