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사랑해요"
내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180도 바꿨더니 생긴 일.
어릴 때부터 아이를 좋아했다. 아이란 귀여워서 안달이 날 정도로 사랑스러운 존재다. 그 맛을 일찍 알아버린 나는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알바를 찾다가 어느 5살 여자 아이에게 영어 과외를 하게 되었다.
첫날에는 서로 친해지기 위해 수업을 하지 않고 놀았다.
아직 아기 같은 볼살과 외모를 갖은 그 아이는 아주 적극적으로 내게 말을 걸었고 우리는 순식간에 친해졌다.
그리고 첫날 수업이 끝나자 집에 가는 나를 위해 그 아이는 내 손을 잡고 입구까지 바레다 줬다.
부모님은 그 모습을 보고 그날 바로 나와의 영어 과외를 계약했고 그렇게 나는 그 아이의 인생 첫 영어 과외 선생님으로 선정됐다.
그때는 그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적어도 나를 편하게 생각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첫 날 뿐.
다음 날부터 종종 그 아이의 모습이 변해갔다. 영어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른이라도 거부하는 걸 아이가 순수하 받아드리릴 없다.
하지만 나는 영어 과외 선생님으로 써 적어도 책임은 갖고 이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업 때마다 그 아이는 딴짓을 했고 5분의 한 번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가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싶으면 또 한 눈을 팔고 소리를 지르기까지 했다.
도저히 수업이 진행 안 되겠다 싶어 나는 부모님과 상의하여 다른 교제를 사용하면서 아이가 공부라는 의식을 하지 않고서 영어를 즐기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해 봤다.
아이는 수업 시간에 종종 "영어 싫어!" "공부 싫어!" "선생님 집에 가!"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나는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심지어 수업이 없는 날에도 이 아이를 어떻게 하면 영어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했다. 영어를 자연스럽게 좋아하고 공부했던 내겐 그 아이에 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공감은 돼도 100프로 공감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공감이 중요한가? 아니다.
나는 이 아이를 위해 어떻게든 다른 길을 써봐야 한다.
나와 부모님은 수업이 끝나면 그날에 아이의 태도와 진행 현황, 그리고 개선방안을 서로 이야기하며 고민했다.
여러 번 교제를 바꾸고 공부라는 단어 대신 '영어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불렀다. 특히 부모님께서 '공부'라는 단어를 금지하도록 주의받았고 아이가 알아 드를 수 있게 영어를 말 한 다음 꼭 한국어로 번역해주라는 지시도 받으면서 나는 그거에 따라 수업을 진행했다.
5번 정도 수업을 진행했을 때였다. 그날 아이는 화가 너무 난 것인지 기분이 상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평소보다 심하게 삐진 모습을 보이더니 수업 도중에 결국 울 고 말았다.
울 기 전에 아이는 부모님이 곁에 있길 바랬고 화장실로 잠시 떠난 부모님을 붙잡으며 곁에서 지키라고 했다.
그녀는 나를 불편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를 아직 낯선 사람으로 생각하는 걸까?
지금까지 여러 아이들을 봐 왔지만 모두 내 친척이고 그래서인지 거부감을 당하거나 한적은 없었다.
모든 아이가 나를 편안하고 좋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아이가 우는 바람에 평소보다 일찍 수업을 마쳤다. 집에 가는 도중 내 심정은 시끌벅적했다. 여러 방법으로 그녀에게 영어를 가르쳐 보았지만 실패했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점점 작아지고 더 이상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때마침 그날은 알바가 끝나고 친구와 약속이 잡혀 있었다. 그 친구는 나처럼 아이들을 상대하는 과외를 하고 있고 나보다 2년 먼저 이 직업에서 일을 한다.
'그녀에게 상담을 하면 무언가 팁을 얻을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곧바로 약속 장소에 달려갔다.
가능한 한 빨리 그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안을 얻어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그녀가 있는 장소에 갔다.
우리는 고양이 카페에서 만났다. 강아지는 무섭지만 고양이는 얌전해서 좋아한다. 나는 귀여운 고양이들의 무리 속에서 그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내 시선에서 바라보는 곳에 그녀와 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두고 아까 있던 일에 대해 그녀에게 설명했다.
그녀는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가 너를 아직 불편해하네. 너를 경계하는 것 같아. 그 아이는 너를 좋아한대? 어쩌면 아직 그 아이는 너한테 완전히 기댈 만큼 마음을 열지 못한 것 같아. 그럴 땐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일단 그 아이와 친해질 필요가 있어. 그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해. 그리고 그걸 너도 같이 하는 거야. 그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같이 하면서 종종 영어를 섞어가면서 대화를 시도해봐. "
맞다. 나는 지금까지 그녀를 생각해서 한 행동이 없었던 것 같다. 단지 영어 과외 선생님으로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두다 보니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어떤 심정으로 나를 생각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수업과 무슨 상관인가 하면서.
하지만 아이를 상대로 하는 일에서는 이런 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친구는 알려줬다. 특히 아직 초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아이들에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한참 노는 걸 좋아하고 부모님과 유치원 선생님만 인간관계를 맺어왔던 아이에게 새로운 성인이 등장했으니 몹시 놀라고 경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기 시작했다.
아아..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반성하면서 곧바로 아이 어머니에게 연락을 드렸다. 방금 친구가 조언 해준 말과 함께 다음 수업부터는 공부를 잠시 두고 아이와 친해지는 쪽으로 활동을 하겠다고.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놀이를 하면서 당분간 거리를 좁히는 쪽으로 해야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알겠다고 그렇게 하는 식으로 약 한 달은 진행해보자고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 방법이 과연 통했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아주 효과적이었다!!
우리는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서부터 거리가 확 좁혀졌다. 5번 놀이를 같이 하고부터는 그 아이는 나와 있을 때 부모님 쪽으로 가거나 딴짓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영어에 대한 거부감도 살아지고 내가 하는 영어에 보답하듯이 아이는 영어를 내뱉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난 지 3달 반이 지난 현재.
우리는 영어 수업과 놀이를 반반식 진행하면서 지내고 있다. 거기에 영어책 읽어주기까지 포함해서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남은 시간에 놀이를 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배운 어휘를 그때그때 놀이에서 사용하거나 내가 읽어주는 영어 책에 집중해서 보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최근 그 아이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사랑해요"
쑥스러우면서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나도 사랑한다고 그녀에게 미소 지우며 전했다.
그 아이는 내게 많은 점을 깨닫게 해 줬다.
어쩌면 이 아이를 만나고 나서부터 나는 여러 시행착오를 하면서 나 또한 성장하고 있던 거였다.
우리는 서로 성장하고 배우면서 지내왔던 것 같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공부만 가르치는 게 아니었다. 학생에 대한 애정을 품고 직면하며 그 아이에 대한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것도 가르침만큼 중요한 것 같다.
선생님인 내가 100%의 열정과 애정을 갖고 대하면 아이도 보답하듯이 100%로 다가오려 한다. 물론 아이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관심과 애정, 열정을 담고 대하면 그들은 우리에게 등 대신 미소 지은 얼굴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