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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Oct 01. 2023

1. 자취를 하고부터 매년 한 통의 편지가 온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집을 떠난 내게 부모님이 보낸 편지.

나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부모와 떨어져 살아왔다. 만으로 치면 18살. 이 나이가 그때는 어른으로 느꼈다. 더 이상 미성년자가 아니라는 걸 알리는 나이. 그래서 더 설렜던 거 같다.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20살이 되면 나가서 살라는 말을 하셨다. 그때는 그 뜻이 20살이면 나가 살 만한 나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는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안다.


아무튼 나는 20살 때 집을 나가고 비행기로 2시간 걸리는 한국으로 이사 갔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때의 심정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앞으로 혼자 모르는 곳에서 잘 살 수 있을까. 너무 어려서부터 한국을 떠나 온 거라 다시 돌아가는 데에 용기가 필요했다. 한국은 내게 외국이라는 감각을 줬기 때문이다.


불안과 설렘을 담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피곤해서 그런지 전날밤에 못 잔 잠이 쏟아지자 깊은 잠에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한국 생활은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처음 1년간은 외국인으로 오해받을 정도의 언어를 구사하며 문화차이에 충격과 새로움을 겪었고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나의 관심사를 새롭게 알게 됐다. 


2년째가 됐을 때 주로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렀지만 서서히 한국인 친구들과도 지내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도 맺었다. 가보지 못한 곳에도 많이 가보고 경험하면서 타협하는 즐거움을 배웠다. 이때부터 나는 자취를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학교 기숙사에 살았다. 이때부터였다. 부모님에게 문뜩 한 편지가 날아왔다.


편지는 엽서이며 내가 어릴 때 받은 엽서 뒤에 글이 쓰여 있었다. 내 방에 붙여져 있던 엽서라 근방 알았다. 왜 이 엽서로 문뜩 편지를 보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고 글을 읽자 미소 짓게 됐다. 카톡보다 편지에 쓰인 말이 더 무개감이 들고 좋았다.


3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알바를 시작했다. 언어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는 여기서 일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알바는 무려 1년을 하게 됐다. 돈이 생기자 어릴 때 못하고 꿈으로만 여겼던 독서모임과 글모임에 참여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탐구하고 싶어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이때도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잘 먹고 잘 지내라는 말이었다. 그 뒤에 밥과 관련된 시도 같이 실려 있었다. 사실 그 뜻을 파악하는 건 어려웠으나 밥을 잘 먹고 지내는지 매사에 궁금해하신 부모님을 보면 대충 알 것 같다.


4학년이 되고 취업 준비를 위해 온갖 공부를 했다. 마침 고3 때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피곤하고 살짝 지친 남어지 자주 부모님께 불안감을 호소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고 여름이 시작되었을 때 한 통의 편지가 왔다. 이번에는 가장 긴 편지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글자수가 매년 늘어나는 것 같아 살짝 웃음이 났다.


지금까지는 엽서로 보냈지만 이번에는 편지봉투라 살짝 놀랐다. 너무 궁금해서 일단 그 자리에서 살짝 봤더니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너를 너무 일찍 혼자 보내버린 것 같아 마음이 몹시 신경 쓰인다. 더 같이 함께하는 시간을 갖었더라면..."


사실 이 내용은 편지 내용을 끝까지 읽으면 살짝 다르게 쓰여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그때 잠깐 본 글을 보고 나는 이렇게 해석하고 바로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엄마 저 일본 갈게요. 이번이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방학이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그렇게 보내면서 눈물이 흘러내릴까 봐 애써 참은 체 빠른 발걸음으로 도서관을 향했다. 그리고 다시 편지를 읽었다.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감정적인 걸 잠시 내려두고 읽었다.


편지를 읽고 난 후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거였다. 항상 힘들면 돌아오라는 말에 진실을 몰랐다. 사실 부모님은 자주 내가 오길 바랐다는 걸 이때서야 알게 됐다.


자나 전화로는 알 수 없었던 부모님의 내신이 편지를 통해 느껴지자  나는 3년간 받은 3통의 편지를 다 모아 나열해 봤다. 그리고 잠시 뭔가 생각나 서랍장에 또 하나의 편지를 꺼냈다. 이건 바로 내가 고등학교가 되었을 때 부모님에게 처음으로 받은 편지였다.

 

4개의 답장 없는 편지.

이번엔 내가 4개의 답변을 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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