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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워니네 Dec 02. 2022

2. 내 삶을 이끄는 무엇_오륙도방파제등대

부산항의 관문



우리나라 최대의 무역항, 부산항을 입항하는 선박들이 제일 처음 마주하고, 출항하는 선박들은 마지막으로 인사하게 되는 오륙도방파제등대는 오륙도방파제와 조도방파제 사이 항로를 표시해주고 있다. '91년 6월 부터 기존등대가 불을 밝혀 왔으나 3년전 태풍피해로 방파제가 파손되어 방파제 높이를 더 높이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 등대가 가려지게 되어 낮은곳에 있던 등대를 철거하고 입출항하는 선박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높은곳에 새로운 등대를 짓게 된 것이다.


(좌) 오륙도방파제서단등대, (우) 오륙도방파제동단등대


한바다 가운데 방파제를 만들고 부두를 만드는 다른 과에 비하면 약소하겠지만, 우리 항로표지과에서는 나름 큰 공사였던 '오륙도방파제동서단등대 개량공사'가 드디어 준공을 했다. 육상공사였다면 착착 진행되었겠지만, 해상공사는 특성상 날씨, 바람, 너울 등 환경의 영향이 클수밖에 없으며 해상장비, 중량물, 해상추락 등 더 위험하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레미콘 파업, 화물연대 파업, 태풍, 전쟁으로 인한 유례없는 원자재값의 폭등 등의 이유로 4차례의 설계변경, 공기연장을 통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내년으로 이월없이, 무엇보다 내가 공사감독을 하며 이번 공사에 참여한 누구하나 안전사고 없이 공사를 잘 마무리 하였다는 점은 참 감사하다.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작업.
해상공사 특성상 바지선 위에서 타설하기 때문 위험하기도 하고 날씨의 영향이 클수 밖에 없다.
부산지역 날씨 특성상 오후가 되면 바람이 불기 시작하기 때문에 새벽에 출항해서 작업하는것이 좋다.
꼭대기에 있는 돔 모양의 지붕을 등롱이라고 한다. 오륙도방파제등대 등롱은 염분에 강한 스테인레스 재질로 만들어 졌다.


등탑 내부, 등탑 상단에서의 모습.



나는 아르바이트 또는 사기업에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경험치를 쌓으려고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있어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택배, 운전병을 하며 특수차, 대형차 운전에 익숙해졌고 언제는 속칭 노가다를 하며 건축 시공하는 것을 경험하였으며 음향 시공업체를 따라다니며 전기통신 시공에 대해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전기'를 공부한 후, 3년간 전기설계 및 시공회사에서 일하며 본사 사무실에서 프로젝트 예산관리 업무를 했고, 현장을 상주하며 석유화학플랜트 공장 건설 중 전기설비를 시공하는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일도 하였다. 전기공사는 특성상 항상 토목, 건축에 후속공정이었기에 현장을 누비며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전기회사의 갑작스런 부도와 함께 나는 구직사이트에 아무 연고도 없는 '항로표지'라는 분야의 사기업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게 '항로표지'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그렇게 또 3년을 일하다가 어쩌다 보니 '해양교통시설' 항로표지 전문 공무원이 되었다. 때로는 현장품질을 책임지는 직접시공자였고 때로는 현장 근로자의 안전과 품질을 책임지는 현장관리자였으며 이제는 발주처의 공사감독관이 되었다.


'항로표지' 분야는 특성상 토목, 건축, 전기, 통신 등 복합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내가 자소서 같이 나열한 위에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와서 보면 그 경험은 내가 계획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만 다할뿐' 이라는 진부한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계속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도 모른다. 누군가 "왜그래, 철밥통 어떻게든 버텨. 배부른소리하지마"라고 할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선한길로, 나에게 가장 좋은길로 누군가가 이끌어가고 있음을 나중에라도 느낀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우리 가정을 당당하게 지키는 내 방법이기 때문이다.





(표지명) 오륙도방파제동단등대                                             

(위도) 35-05-27.3N                                       

(경도) 129-06-47.3E                                   

(표지 종류) 특수표지                                

(등질) Fl Y 5s (5초에 1회 섬광)                      

(광달거리) 8NM(약 15km)

(등고) 25m(평균해면상)

(구조) 12m(황팔각 콘크리트조)



(표지명) 오륙도방파제서단등대                                             

(위도) 35-05-04.1N                                       

(경도) 129-06-21.4E                                   

(표지 종류) 유도표지(우현)

(등질) Fl (2)R 4s (4초에 2회 섬광)                      

(광달거리) 10NM(약 18km)

(등고) 26m(평균해면상)

(구조) 16m(홍팔각 콘크리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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