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당산역 12번 출구 '빌리 엔젤'
계획대로 <나는 7년 동안 세계 최고를 만났다>의 저자 '알렉스 바나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수많은 세계 최고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스티븐 스필버그, 팀 페리스 등)을 인터뷰하며 단숨에 아마존 자기 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1위로 등극한 스타 작가다.
책에서 그는 남들은 포기할 법한 역경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결국엔 원하는 바를 달성했고, 지금은 또 다른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 알렉스라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나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내용으로 이메일을 보낼까 고민했다. 그는 매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이메일을 받을 것이다. 전략이 필요했다. 책을 다시 읽어봤다. 알렉스가 팀 페리스를 만나기 위해 범했던 실수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팀이 그에게 보여준 이메일 예시를 참고했다.
아래는 내가 알렉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Hello.
I know you are very busy and receive a lot of emails.
You can read this email in 60 seconds.
My name is Dong hee Kim. I am from Korea.
Like you, I am preparing a book with my story.
An interview with a stranger is an inspiration from you.
There is something I really want to hear from you.
It would be a great help if you could say this to me.
"Dong hee, you can do it. I believe in you."
If you are too busy to answer, I fully understand.
I'd be very happy if you could send me an answer, even if it's just a line or two. thank you.
P.s
Below is a book review I wrote after reading "The Third Door" on my blog.
Thanks for reading the long post!
https://blog.naver.com/dhfigo3386/222904829058
- Dong hee
이메일을 보낸 후 약 6시간 만에 메일함엔 기적이 한통 수신됐다.
알렉스에게서 답장이 온 것이다.
Dong hee,
Thank you for your amazing email.
I am so proud of you.
I know you can do it. Keep going. I believe in you!
Alex
I am so proud of you.
I know you can do it. Keep going. I believe in you!
이 한 마디면 충분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난 알렉스의 평생 팬이 됐다.
힘을 얻은 나는 다음 2호선 목적지인 '당산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한 후에 주변을 살폈다. '빌리엔젤'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먹었던 크레이프 케이크의 달콤함이 떠올랐다. 느낌이 왔다. 바로 들어갔다. 이런 선택은 대부분 옳다.
크레이프 케이크와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한 적이 없다. 오늘은 과감히 노트북을 열었다. 난 도서 블로거다.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 했다. 잠시 작업에 몰두했다. 집중이 잘됐다. 카페 체질인가 싶었다.
사람들은 한가로웠다. 노트북으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과외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도 보였다. 수업이 어려운지 미간에 주름이 깊었다. 단지 물리적인 공간을 바꿨을 뿐인데 기분이 새로웠다.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또다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본전을 찾는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을 원한다. 이 말에 의문이 생겼다. '애초에 본전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의도적으로 비효율적인 삶을 산다면?' 다소 계산적인 내가 이런 생각이 들다니. 이렇게 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하게.
덕분에 돌아가는 길 늦은 저녁에 고민하던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 할까 말까 고민하던 스터디 카페 장기 결제를 해버렸다. 평소라면 시간을 계산했을 거다. 시간 본전을 뽑기 위해서 오전에 결제를 했을 거다. 본전 생각을 안 하니 고민하던 것이 그대로 실행돼버렸다.
순간의 결정들이 쌓여 인생이 된다. 평소와 다른 결정을 하게 될 동기를 찾았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어쩌면 인생을 변화시킬 중대한 발견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 것이고 뻔하지 않은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두근거림이 귓가에 들렸다. 크레이프 케이크와 카푸치노의 조합은 옳았다.
땡큐 당산 스테이션 빌리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