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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킴 Dec 05. 2022

구세주 '알렉스 바나얀'

영등포구청역 미나리 삼겹살

지난주 인터뷰 실패를 만회해야 했다. 사전 연락을 선택했다. 그래야 부담이 없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잘될 거란 자신이 있었다. 괜찮은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주는 문래역 다음 영등포구청역이었다. 2호선 여행이 아니면 따로 찾을 곳은 아니었다.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에스프레소 바'가 적합했다. 검색 후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중략) 열심히 사시는 분들의 하루를 (중략)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사장님들은 상냥하고 분명하게 답했다. "괜찮습니다."


10군데 정도 거절당했다. 무리도 아니었다. 다짜고짜 전화해서 인터뷰를 한다는 말은 부담이었을 거다. 문득 섣불렀던 과거의 고백이 떠올랐다. 화끈거렸다. 남은 방법은 한 가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오늘 날씨는 상당히 추웠다. 냉랭한 반응이 예상됐다.


애초에 2호선 여행을 기획한 건 뻔한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해서였다. 모르는 사람과의 인터뷰, 그런 장소에서 전개되는 우연을 기대하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인터뷰에 목 메달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정말 2호선으로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인터뷰가 아닌 여행에 포커스를 맞췄다.


매주 그럴듯한 이벤트를 억지로 만들어내긴 싫었다. 역 주변을 걷고, 사진을 찍고 그러다 사람들과 말을 하면 충분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깨달음을 얻으면 완벽했다. 굳이 따지자면 2호선 여행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려 했다.


17시경 영등포구청역에 도착했다. 날씨가 제법 추웠다. 일요일이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멀리 사람들이 몰려있는 삼겹살 집이 보였다. 식당 이름에 미나리가 들어갔다. 문을 열었다. 위를 자극하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미나리와 삼겹살은 먹어본 적 없는 조화였다.


술을 먹지 않아 사이다를 주문했다. 두 캔이나 마셨다. 고기 맛은 훌륭했다. 다시 찾고 싶은 맛이었다. 어느새 가게밖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맛집이었다. 우연히 찾은 가게치곤 괜찮았다. 심심하게 이번 주가 끝나가던 차에 재밌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나는 7년 동안 세계 최고를 만났다>의 저자 알렉스 바나얀에게 이메일을 보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빌 게이츠와 인터뷰를 하고, 워런 버핏과 대화를 했다. 나에게 놀라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선물한 장본인이었다.


바나얀이라면 내 처지를 이해해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상황에 어떤 답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좀 더 판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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