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은 첫 인터뷰
지난 기록과 4개월의 텀이 생겼다. 여러 일들이 있었다. 부서이동을 했다. 관련 학원에 다녔다. 주말에도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인터뷰 방법을 생각했다.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매주 의미 없는 지하철 여행이 돼서는 안 됐다. 생각해낸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각 2호선 역에 있는 카페나 식당, 회사를 방문하는 방법이다. 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일회성에서 끝날 가능성이 농후했다. 카페나 식당을 찾으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가능했다. 좀 더 깊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시작은 문래역이다. 신도림은 마지막 행선지로 정했다. 18시경 문래역 근처 카페를 찾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가게는 넓지 않았다. 사장님은 젊었다. 여자분이었다. 인터뷰를 시도했다. 난감해하셨다. 오픈한 지 3개월이라며 부끄러워하셨다.
사장님은 웃으면서 2년 9개월 후에 오면 인터뷰를 해주겠다 했다. 마침 손님이 커피를 주문했다. 자연스러웠다. 개인적인 철학을 물어볼까도 생각했다. 그러지 않았다. 감사를 표하고 나왔다. 4개월 만에 도전인데 싱거웠다. 브런치 연재가 걱정됐다.
밥부터 먹기로 했다. 근처 식당을 찾았다. 골목마다 꽤나 힙한 곳들이 많았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기계상가들을 개조한 듯했다. 이자카야나 고깃집으로 개조한 것이 제법 신선했다. 설렁탕 집으로 들어갔다. 보통 말고 특으로 시켰다.
내일이라도 다시 도전해야 하나 생각했다. 터덜터덜 역으로 걸어갔다. 오늘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문래역으로 내려갔다. 지하철을 타려 했다. 갑자기 역 안 빵집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인자하게 웃고 계셨다. 이거다 싶었다.
빵을 샀다. 그것도 10개나. 조심스레 인터뷰 의사를 여쭤봤다. 수줍게 웃으셨다. 두 분 모두 사장님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직원이었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돕기 위해 나오셨다. 60대 정도 되어 보였다. 천천히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리 준비한 질문들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럴 수 없었다. 할머니께 꿈이 뭐냐고 물어볼 순 없었다. 인생은 실전이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렀다. 즉흥적으로 여쭸다. "혹시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 "아니면 저에게라도." 할아버진 할머니에게 대답을 미뤘다.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답하셨다. "열심히 준비하고 열심히 사세요. 인생 별거 아니에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또 너무 쉽게도 생각하지 마세요. 내 아들 같은 사람이니까 힘내요." 뭉클했다. 빵 사길 잘했다. 이렇게 떨릴 줄 몰랐다.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멀리서 할아버지가 큰소리로 외치셨다. "파이팅!"
두 분 다 환하게 손을 흔들어주셨다. 나도 덩달아 흔들었다. 계획대로 진행된 건 없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좀 더 자연스러운 상황이 필요했다. 사전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 예약을 해볼 생각이다. 정장도 입을 예정이다. 영업사원처럼 보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