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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Nov 22. 2023

다큐 리뷰-하드코어 서울

유튜브로 KBS 다큐 인사이트 <하드코어 서울>을 봤다.

1. Part 1. 블랙홀-수서역에 내리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PD는 수서역에서 내려서 분주하게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인터뷰한다.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지방 학생들은 공부하기 위해 대치동으로 향한다. 취준생들은 면접을 보기 위해, 직장인들은 일을 하기 위해 강남, 여의도, 삼성중앙 등으로 향한다. 가족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 대학병원으로 향한다.

PD는 묻는다. 지방에서 학원을 다니거나, 직장을 구하거나, 병원을 다니는 방안은 생각해보았는지를. 사람들은 답한다. '지방에 일타강사가 수업하러 오지는 않으니까.' '서울이라는 더 넓은 무대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으니까' '큰 수술 받으려면 서울로 가라고 의사들이 말하니까.' 서울을 선택했기보다는, 서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수서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수서역에 내리는 사람들의 하루를 따라가보는 연출을 통해, 서울이 모든 인프라, 인재, 자원을 독식하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다큐멘터리의 소제목에서 서울을 블랙홀로 비유한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KBS 공식 프로그램 소개글에서 인상깊었던 글귀들-다큐멘터리 주제와 관련해서)

대기업, 상급의료기관, 대형학원, 핫플레이스. 복잡하고 고달프지만, 세상의 좋고 편리한 것들이 한데 모인 이곳. 누구나 한 번쯤 ‘서울 입성’에 대한 꿈을 꾼다. 모든 자원과 인프라를 가진 서울은 더 거세게 지역을 흡수해 가고, 점점 더 그 힘을 키워 간다.

이로써 서울은 그저 막연히 ‘한 번쯤’ 꿈꾸던 도시가 아닌 ‘단 하나’의 선택지가 되어버렸다. 누구에겐 여전히 로망이고 누군가에겐 마지막 기차와 같은 이 서울이라는 선택지로 인해 우리는 오늘도 울고 웃으며 하루를 살아가고 견뎌낸다.


2. Part 2-내일은 아무도 몰라에서 청춘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Part 2-내일은 아무도 몰라에서 다큐멘터리는 강남에서 일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낸다. 어떤 청년은 지하 공유주방에서 요리를 하며 배달의 민족에 올라가는 후기를 살펴보고, 어떤 청년은 직장을 퇴사한 이후 크리에이터의 미래를 꿈꾼다. 어떤 청년은 낮에 공사장에서, 밤에는 음식점에서 일을 하며 목표한 일당을 채우려고 한다. 어떤 청년은 공유오피스에서 클라이언트 미팅을 하며 사업 런칭을 준비한다. '힘들지 않나요?' PD는 질문을 던지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과, 꿈, 고민, 불안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생각을 담아낸다.

억지 눈물과 감동을 조장하지 않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이 다큐는 일체의 가치 개입이나 판단을 배제한다. 그저 그들이 강남에서 하루를 보내는 방식을 한 발짝 뒤에서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그 '한 발짝'이 곧 그들이 필요로 하는 배려이자 그들에게 보내야 하는 존중의 마음일 터이다. '오늘 하루 수고했어요' '조심히 잘 들어가요' 시청자가 다큐 속 인물에게 하고 싶어하는 말을, PD가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장면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모두가 단단하고 멋진 사람들로 보였고, 그들이 더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큐멘터리에서 인상적이었던 내레이션)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그 무엇도 확정되지 않은 20대.'

'청춘은 스스로에게 가혹한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자신을 후원해주지 않는 시대. 회사의 평생 후원은 아버지 시대의 유산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말, 그리고 서로를 위로하는 말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한 줄 한 줄 공감이 가는 내레이션이었다. 고충과 애환을 진심으로 이해한 상태에서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느껴져서 특히 인상적이었다.


에필로그,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고 든 개인적인 생각들.

(1) 방송국 입사라면 기자만을 생각했는데 이 다큐를 보니 휴먼 다큐를 만드는 다큐 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지방 소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교육, 의료, 직장 등 서울이 모든 것을 흡수하는 현상이 왜 문제이며 얼마나 심각한가. 사회는 청년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 새삼 좋은 콘텐츠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 그리고 당연함을 의심하게 만드는 콘텐츠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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