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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03. 2024

보스턴 대학교

Part 1. 출입처_On the Record


감정을 분석하는 기계의 등장

보스턴 대학교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은 biometric device의 시범 현장 구경이었다. 우리가 체험한 Biometric device는 총 3개였는데, 사람의 눈 움직임과 시선을 추적하는 장치, 사람의 피부 반응을 추적하는 장치, 사람의 얼굴 표정을 분석하는 장치였다. 

이러한 장치를 동원한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달성하려는 목표는 바로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첨단 과학 기술을 사용한 방법이 설문지법이나 심층면담법 같은 전통적인 방법론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미디어 수용자의 반응 및 인식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은 픽사 애니메이션 업의 오프닝 장면을 재생했고, 이를 시청하는 사람의 표정, 피부 반응, 눈 움직임 데이터를 토대로 참가자가 느낀 감정을 분석해냈다. 나도 몰랐던 내 ‘감정’을 프로그램이 발견해냈다고 참가자는 감탄했다. 


인간성을 잃지 말기를

신기함과 무서움의 복합적인 감정이 오갔다. 소설가 김영하는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차마 언어화하지 못했던 내 감정과 생각을 소설의 문장이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인바디 재듯이 사람의 내면을 분석해서 알려준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자아성찰적 글쓰기를 할 필요도, 문학작품을 읽을 필요도 없어지지 않을까. 인공지능의 특이점이 가깝게 도래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프로그램이 데이터셋이나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얼굴이 다친 사람, 시각이 손상된 사람, 감정이 형성되고 표출되는 신경과학적, 생리학적 과정에 이상이 있는 사람의 경우, 이러한 ‘예외’ 데이터 대신 ‘정상’ 데이터만 많이 보유한 프로그램이 그 사람의 감정을 잘못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기술이 부도덕한 사람에 의해 남용된다면 심각한 검열과 탄압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생겼다. 

내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카츠 교수님께서는 비관적인 사고야말로 미래에 미디어가 ‘humanity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보장한다고 말씀하셨다. 보스턴 대학교 방문은 걱정을 원동력 삼아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향유함으로써, 미디어에 윤리와 인간성이 설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 전공자의 책무라는 깨달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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