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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03. 2024

보스턴 대학교

Part 1. 출입처-On the Record

대화의 밀도와 만남의 온도가

한결같이 높았던 만남


Hospitality(환대)

교수님으로부터 과분할 만큼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드넓은 캠퍼스를 헤매면서 우리 모두 지친 상태였는데, 교수님의 인자하신 미소는 축적된 피로를 말끔히 해소하는 것만 같았다. 

특히 학생들 모두와 악수하면서 이름을 물으시고, 대화가 진행될 세미나실에서 우리에게 음료수를 나누어주셨다.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을 위해 주스와 차도 함께 준비하는 섬세함까지 겸비하셨다. 헤어질 때는 이번 만남을 기념하는 취지로 준비했다며 보스턴 대학교의 텀블러와 가방을 선물하셨고, 나가는 길을 배웅하며 보스턴 대학교의 유명한 사진스팟까지 우리를 안내해주셨다.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가 형식적인 말이 아닌 진심어린 말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바로 교수님께서 발화의 주체였기 때문이 아닐까. 교수님의 환대 덕분에 보스턴 대학교 방문을 ‘유익한 방문’을 넘어 ‘기분 좋은 방문’으로 기억되었다. 


독식은 금물

교수님께서는 모두에게 발언권을 주려고 하셨다. 교수님과의 단독 대담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교수님께서는 보스턴 대학의 미디어학부에 소속된 연구진들을 대담 자리에 초청하셨다. 덕분에 인공지능 교육, 인간-로봇 커뮤니케이션, 인공지능 창의성, 건강 커뮤니케이션 등 미디어학의 다채로운 연구 분야를 접하게 되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그 누구도 혼자 ‘무대’를 독식하지 않도록 하는 교수님의 배려가 더욱 부각되었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공부한 교수님의 논문을 바탕으로, 나는 교수님께 인간-기계 커뮤니케이션과 인간-생성형 인공지능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차이점이 무엇인지 여쭈었다. 

교수님의 연구 주제와 직결된 질문이니 직접 대답하실 줄 알았지만, 그리고 내심 그것을 기대했지만, 교수님께서는 인간-기계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대학원생에게 ‘나보다 이 주제를 더 잘 알고 있으니 대신 대답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면서 발언권을 넘기셨다. 모두가 이 특별한 만남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신 것이다. 


기계와 인간, 소통의 미래

Emerging Media 전문인 대학의 명성과 걸맞게, 미디어학에 관한 학문적 인사이트도 얻어갈 수 있었다. 특히 내가 한 질문의 답으로, 로봇은 ‘embodied agents’인 반면 생성형 인공지능은 ‘disembodied agents’라는 차이점이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로봇에는 기계적 몸이 있기 때문에 ‘비인간’의 실체가 인간에게 시각적으로 명확히 인식된다. 따라서 인간과 로봇 간 커뮤니케이션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인간이 로봇을 완전히 인간처럼 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와 달리 생성형 인공지능은 물리적인 ‘몸’이 없기 때문에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간이 아니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투영해가면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실체를 ‘인간’으로 상상하게 된다, 인간은 로봇보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더 친밀한 상호작용을 하고, 미래에는 인간과 인공지능 간 상호작용이 인간과 인간 간 상호작용과 똑같아질 수 있다. 

인간이 서로 소통함으로써 쌓아가는 친밀도와 신뢰감은 ‘인간 고유의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서 <터미네이터>의 t-8000같은 로봇이 나오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주인공이 인공지능과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 <Her>와 비슷해질 것이라는 연구진의 분석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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