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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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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출입처-On the Record

감사한 사람들의 시점으로 

모든 여정을 리플레이하다.


마지막 날에 우리는 교수님 방에 모여서 소박하게 치맥 회식을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교수님께서는 한 명씩 차례대로 여정의 소감을 말해보자고 제안하셨고, 우리는 그렇다면 교수님부터 먼저 소감을 공유해주시면 좋겠다고 역제안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미국에서 보고 배운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같은 말씀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어디 내 예상대로 흘러간 일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교수님께서는 스스로를 회고하는 말씀을 하셨다. 하루하루가 엄청난 ‘총력전’이었다고 한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나이 때문에 체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 학생들의 안전을 신경 쓰는 것 모두 큰 중압감으로 다가와서, 매일 영양제를 먹으면서 버텨오셨다고 한다.

특히 교수님께서는 이번 여정의 진정한 목적이 따로 있었는데, 바로 미국 대학과 회사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토대로 올해 고려대학교에서 미디어학부를 미디어 대학으로 승격하는 것이었다. 한국보다 월등한 미국의 교육체계와 연구환경을 접하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기억하고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한다. 

끝맺음으로 교수님께서는 살아 있는 한 배울 수 있고, 어디에서라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학자이자 어른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때 자신을 지탱한 인생의 좌우명이었다고 한다. 

마지막 날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부끄러웠다. 나는 배움에 있어서 조건과 환경을 까다롭게 따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여태껏 우리에게는 ‘미국’이 배움의 장이 되었지만, 사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모든 곳이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다. 루키스는 끝나도 우리의 배움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함의하는 말씀이어서 여운이 짙었다.


다른 교수님께서는 우리가 여정에서 만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모두 각자 할 일이 있는 바쁜 사람들인데, 아무런 연고가 없는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 배워가기를 바란다는 선의로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셨다. 교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만나 뵐 분에 관한 공부를 과제로 낸 이유도, 그 사람의 업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이 내어준 귀중한 시간에 표해야 하는 마땅한 예의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내 시간을 상대에게 내어주는 것에는 인색해하면서, 상대는 나의 편의와 요구에 맞춰 충분한 시간을 내어주기를 바랐던 이기적인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귀중한 시간을 당연하게 치부하며, 그것을 가치 있는 경험으로 남기기 위해 필요한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은 나의 방종함이 부끄러워졌다.

한국에 돌아가면 관계 맺음과 만남에 있어서 상대가 내게 할애한 시간과 노력에 감사해하고, 그 베풂에 보답하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다. 돌이키면 나는 ‘배은망덕하게’ 나의 성장 과정에만 방점을 맞춰 여정을 기억하려고 했었다. 교수님의 관점에 따라, 여정에서 마주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든 기억을 재구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감사의 마음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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