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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29. 2024

가짜 노동-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우린 대체 온종일 뭘 그렇게 하는가?"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리스 포그 엔센 저서인 <가짜 노동>은 이 질문에서 출발하여, 사람들이 느끼는 일에 대한 회의감과 권태감의 원인을 파헤치는 탐사보도이다. 


이 책은 바쁨을 숭배하는 사회 기조에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에게 바쁘지 않다는 것은 금기다. '지금 할 일 많아?'하는 인사 같은 질문들에도 우리는 '너무 바빠'라고 대답한다. '할 일이 없어.' '별로 바쁘지 않다'라고 말 할 용기가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사회는 노동을 고귀하고 도덕적인 활동으로 간주한다. 노동을 특권이자 명예로 간주하는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 할 일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체면을 차리기 위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게 살도록 압력을 놓았다. 바쁜 것이 좋고 필요하고 도덕적이라는 생각은 가짜 노동을 낳는 합리화 중 하나라는 작가의 일침은, 우리가 노동을 이해하고 보상하는 방식, 그리고 노동의 전성기에 고안된 합리성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방식에 도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무의미한 일로 애써 바쁜 척을 하거나 무의미한 일로 바쁜 것을 뿌듯해하는 '덫'에서 벗어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가짜 노동의 실체를 고발한다.

답장해야하는 무의미한 이메일만 수십통이고, 경쟁사를 모방하기 위해 소모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과도한 회의 시간에는 정작 중요한 안건이 빠져 있고, 해결책이 필요해서 공들여 만든 보고서는 아무도 읽지 않는다. 작가가 사무직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발견한 가짜 노동의 생생한 사례다. 가짜 노동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의미가 없고 가치 있는 결실을 맺니 못하는 노동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짜 노동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바쁜 척하는 헛짓거리 노동, 궁극적으로 사회와 개인에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허위인 노동, 중요한 업무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노동 모두 가짜 노동의 세부 갈래이다. 작가는 수많은 사람과 진행한 인터뷰를 책에 담아내며, 가짜 노동의 실체가 무엇이고 그 가짜 노동을 유발하는 시스템 혹은 관습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따라서 독자는 책을 통해 자신의 일도 가짜 노동에 포함되는지, 자신의 조직은 의미 없는 일을 양산하고 있는지, 나아가 스스로와 조직 모두 합심하여 뜯어고쳐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가짜 노동이 인간에게 남기는 상흔을 고찰한다.

가짜 노동은 지루함을 유발한다. 지루함이 모이면 스트레스가 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차마 사람들에게 토로할 수 없고, 주변 사람들 역시 나에게 일이 없는 것보다는 일이 너무 많은 것을 더 쉽게 이해해준다. 스트레스가 배출구 없이 축적되면 '수치심'과 '고립감'이 엄습해온다. 작가는 가짜 노동이 남기는 정신적인 상흔을 고찰하고, 이것이 개인과 조직에 얼마나 심각한 손실을 입히는지를 드러낸다. 

하지만 작가는 '진단'만으로 책의 논의를 끝맺지 않는다. 아무 보람도 결과도 없이 조직의 요구에 맞추느라 공허함, 무기력, 무의미해 침식당해 부적응자가 되어가는 개인들을 방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문제는 '너'가 아니라 '너가 하는 일'이자 '너에게 일을 맡긴 시스템'이라고 말하며, 가짜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방법은 '원한다면 그냥 놀기' '눈치보지 않고 퇴근하기' '회의 시간은 무조건 짧게' 등 개인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제안부터, '기본 소득 제도와 근무 시간 제도 개편하기' '자발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문화 정착하기' 처럼 국가 기관, 그리고 시민 공동체가 반영해야 할 지침까지 모두 포괄한다. 따라서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가장 중요한 질문인 '일과 삶의 의미 되찾기'에 대한 저마다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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