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word 1. 안부
<눈부신 안부>의 서사는 복잡하다. 기자직을 포기한 주인공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이야기, 미스터리를 풀어내려는 이야기, 언니의 죽음으로 소원해진 가족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 엇갈린 인연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이야기. 장편소설의 이야기 중 일부만, 그것도 매우 간추려서 정리한 것임을 염두하길 바란다. 이야기가 다양할지언정 결코 서사가 '중구난방'으로 튀지는 않는다. 오히려 각 이야기가 치밀하게 맞물리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정교한 서사에 감탄을 표하게 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책을 상징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는 '안부'이다. <눈부신 안부>에서 안부란 곧 두드림이다. 잊었거나 지우려고 했던 과거의 파편을 두드려 깨워내고, 현재로 소환한 다음, 용기내어 직시하는 것으로 소설의 모든 서사가 귀결된다. 이를테면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가슴 한 켠에 묻어둔 독일에서의 인연과 추억을 소환해내고, 그것이 현재의 자신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로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안부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끝내 과거의 미결된 이야기에 매듭을 맺거나 과거에 덧난 상처를 아물게 만든다. 따라서 <눈부신 안부>에는 안부가 지닌 애틋함의 정서가 함축되어 있다.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던 주인공은,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Keyword 2. 외로움
<눈부신 안부>에는 외로움의 정서가 점묘화처럼 섬세하게 묘사된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칼날처럼 주인공을 찌른다. 주인공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너무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언니를 그리워하며 외로워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불쌍한 아이'로만 생각해서 외로워한다. 엄마와 아빠가 언니의 빈자리만을 그리워하는 것 같아서 외로워한다. 독일에서 겨우 정착하나 싶었더니 또 한국으로 터전을 옮겨야 해서 외로워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거나, 단체생활에서 홀로 겉돈 경험이 있거나, 특별한 사정 때문에 계속 옮겨다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외로움'이 생생하게 나타나기에, 작품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독자 스스로를 향한 연민을 유발한다.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작가는 외로움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소설에서 간접적으로 풀어낸다. 바로 '이모'와 '거짓말'의 서사를 통해서 말이다. 독일에 간호사로 파병된 세 명의 이모는 함께 음식을 요리해 먹고, 공원을 산책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낯선 타국에서 닥치는 시련에도 무너지지 않을 우정을 쌓는다. 이모들의 이야기는 연대로 외로움을 따스하게 어루만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후자의 경우, 어린 시절의 작가는 외로움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낸다. 친구가 없으면서도 친구와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말하고, 꿈이 없으면서도 작가가 되고 싶다고 거짓말한다. 결국에는 첫사랑 찾기에 실패하자 가짜 편지까지 지어내서 이모에게 전달드린다. 하지만 성인 시절의 작가는 진실을 찾는다. 가짜가 아닌 '진짜' 첫사랑 상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그 과정에서도 자신을 아프게 했던 기억들과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부정 대신 인정을, 거짓말 대신 진실을 추구하며 주인공은 한층 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우리의 내면에 담긴 외로움을 재현하고, 외로움을 포용하는 올바른 자세까지 전달하기에 <눈부신 안부>는 독자에게 먹먹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