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opping & Company Booksellers
Topping & Company Booksellers는 런던에는 없는 독립서점으로, 에든버러나 바스에 가면 발견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타이틀을 던트북스에 빼앗긴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서점 내부가 매우 아름답다.
특히 이 서점은 애서가(책벌레)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다.
(1) 서점 벽에 걸린 보드에는 서점 직원들의 인생 책이 예쁜 글씨체로 소개되어 있다. 직원분들의 독서 취향을 알 수 있을 뿐더러, 어떤 책을 살지 마음을 못 정한 상태라면 이 리스트를 참고하면 된다.
(2) 책과 블라인드 데이트를 할 수 있다. 책 표지를 숨긴 포장지 위에 ‘이러이러한 사람이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라는 추천 문구가 정성스레 적혀 있어서 실패 확률이 거의 없다
(3)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신작 하드커버 에디션을 판매하고 있다. 운 좋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을 발견할 수 있으니 서점에서 책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4) 서점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Coffee with a Bookseller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사전에 바우처를 구매한다면 서점 직원과 함께 서점 내 테이블에서 티타임을 가지며 취향이나 필요에 맞는 책을 추천받을 수 있다.
아기자기하면서 따스한 분위기를 좋아하고, 내 마음에쏙 드는 책 한 권을 꼭 사가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이 영국 서점을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2. FOYLES
런던에 있는 FOYLES는 모던한 분위기의 대형 서점으로, 트라팔가 광장과 웨스트엔드 근처에 있어서 접근성이 뛰어나다.
건물 전체가 서점인 만큼 보유한 도서가 많다. 1층과 2층은 문학 코너인데, 문학상(맨부커상, 노벨문학상 등)수상에 성공한 작가들의 작품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진열되어 있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다. 스포티파이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숨겨진 명곡을 귀신같이 추천해서 알려주듯이, 이름은 들어본 작가에 대한 새로은 발견을 하기 최적인 곳이다.
음반 및 예술(사진, 건축, 그림, 영상, 패션) 서적 판매 공간 역시 흥미로운 곳이다. 미술관 서점 혹은 예술가의 아지트에 온 것이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재미와 퀄리티 모두 잡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좋아하는 예술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당 분야를 책으로 진득히 파고들 수 있도록 조성된 이 공간을 꼭 구경해보기를 추천한다.
외국어 서적 판매 공간도 놓칠 수 없다. 영국까지 닿은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영어판뿐 아니라 한국어판으로도 한강 작가의 모든 소설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수상한 편의점’이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한국어 소설, 에세이, 드라마/영화 대본집과, ‘한국어 일상 회화 마스터’ 같은 한국어 공부 서적 및 학습지도 이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서점에는 멋진 카페가 맨 위 층에 자리해있다.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현지인으로 가득해서 평일에도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다. Foyles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샀다면 이 카페에서 플랫화이트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3. London Review Bookshop
런던 리뷰 북샵은 대영박물관 바로 근처에 있어 코스로 방문하기 좋다.
이 서점은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방문해봄직한 공간이다.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린가 싶겠지만, 런던 리뷰 북샵은 자체적으로 책 소개/비평 팟캐스트 채널을 운영하고, 매월 책 소개/비평 신문을 발간하고, 관련 굿즈(에코백, 다이어리, 달력, 포스터 등등)를 판매하는 서점으로 그 어떤 서점보다 ‘좋은 책을 알리고/책 읽기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에 진심인 곳이다.
서점과 굿즈샵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니, 내부를 천천히 구경하면서 이 독립서점에 담긴 책에 대한 철학을 느껴보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물론 애서가도 좋아할 공간이다.서점 이름에 리뷰라는 단어가 포함된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매대에 진열된 책마다 서점 직원의 책 리뷰가 솔직하고, 자세하고, 정성스럽게 적혀 있다. ‘베스트셀러 1위’ 같이 책이 달성한 수치적인 업적, 혹은 생성형 AI를 사용한 기계적인 텍스트 요약으로 책 소개를 하는 게 조편적인 시대에서 아날로그를 고집한 채 사람이 직접 볼펜으로 단어 하나하나 고심하며 써내려간 리뷰는 읽는 것만으로도 처음 만난 책을 향한 끌림을 유발한다. 런던 리뷰 북샵에 가서 느린 호흡으로 책을 찾아나서는 기쁨을 느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