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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 Jan 22. 2024

UX스터디, 없어서 제가 만들었는데요 (2)

우당탕탕 스터디 주최기

오늘은 지난 편에 이어서, 스터디를 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 모으기"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혹시 지난 편을 아직 못 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UX스터디, 없어서 제가 만들었는데요 (1)




모집글을 어디에 올릴까?

UX이론 스터디이지만, 꼭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의 시야에서 살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당장 디자인 커뮤니티에 올리기보다,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먼저 올리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이 1. 커리어리,  2. 인프런 이었습니다.


1. 커리어리

커리어리는 한국판 링크드인의 컨셉으로 자기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며 인사이트를 넓히고 서로 소통하는 플랫폼입니다. 이곳에 사이드프로젝트 게시판이 있고, 저 역시 이 곳에서 스터디를 찾았던 기억이 있기에 선정했습니다.

2. 인프런

유익한 IT 관련 강의가 올라오는 플랫폼입니다. 강의를 찾다가 알게 된 곳이고, 이곳에서 사이드프로젝트 팀에 조인한 적이 있습니다. 주로 개발자들 모임이 주를 이루지만, 혹시나 유입이 있을까 싶어서 이곳에도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모집글은 앞서 1편에서 구성했던 내용들을 가지고 작성했습니다. 상세한 커리큘럼은 합류 후 공유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해 같이 공유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신청자가 많지 않았습니다. 목표 스터디 시작 날짜까지 2,3주 기간을 두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빠르게 스터디 인원 구성을 마치는 것이 중요했어요.

하루에 한분정도의 신청을 받았고, 대기 인원을 굳이 남겨놓는 것도 그분들께 도리가 아닌 듯하여 5명이 모두 찼을 때 인원 모집을 마감했습니다.


스터디 목적에 부합하는지와 의지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신청을 받았을 때 간단히 사전 질문을 드렸습니다.

1. 지금 하고 계신 일
2. 스터디를 통해 공부하고 싶은 부분
3. 스터디로 얻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신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
4. 모이는 시간 외에 어느 정도 시간 투자가 가능하신지

대부분 성실하게 답변 주셨고, 개발자 2분, 기획자 2분, 그리고 디자이너인 저를 포함해 인원 구성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1️⃣ 첫 번째 이탈

5명이 다 모인 후, 상세하게 짠 커리큘럼과 과제 사항에 대해 공유드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개발자 한 분께 메시지가 왔습니다.

"저는 디자이너랑 좀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스터디에 지원했던 건데, 생각보다 너무 내용이 어려워요. 잘할 자신이 없네요.."

개발 직군인 만큼 충분히 이해가 되는 사안이었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UI와 UX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태셨어요. 사실 입문 단계이기에 내용 자체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 책을 가볍게라도 읽어보신 후 다시 말씀해 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그러나 결국 진행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고 첫 번째로 이탈자가 생겼습니다.

때마침 한 분이 개인사정으로 이번주 참석이 어렵다는 말씀을 주셨고, 그러면 한 명을 더 충원해 스터디 시작을 한 주 미루자고 제안드렸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인원 충원을 하기 위해, 이번에는 디자이너분을 모집하고 싶은 니즈가 있어서 자유롭게 글 올리기가 가능한SDS(Seoul Design Society) 앱에 스터디 구인 글을 올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이쪽 운영자분께서 인스타그램에 홍보를 해주셨고, 무사히 디자이너 1분을 충원할 수 있었습니다.


2️⃣ 두 번째 이탈

스터디 바로 전날이었습니다. 

과제 제출이 몇 시간 남지 않아서 카톡방을 들어가 보았더니 한 분이 그냥 방을 나가버린 상태였습니다. 개인 정보는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일부러 오픈채팅을 선택했던 결과, 아무런 말도 없이 이탈해 버리셨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에 4명 이서라도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4명이서 계속 진행하거나 추후 1명을 충원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났을까요, 지난주 개인사정에 의해 스터디가 어렵다는 분께서 업무 사정으로 다시 한번 참여가 어렵다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조금 더 대화를 해본 결과 스터디에 계속 참여하기는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스터디 전날 2명이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스터디룸도 이미 취소할 수 없었고, 바로 다음날 오전 스터디를 진행해야 하는 상태였습니다. 시간을 비워놓으셨을 팀원분들께 너무 죄송해서 한 주 더 미루는 것과 그냥 3명이서 진행하는 것 둘 중에 선택을 요청드렸습니다. 다행히 제 상황에 공감하시며 이해해 주셨고, 이미 예약해 놓았으니 3명 이서라도 우선 스터디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저 스터디일 뿐인데도, 리더의 무게는 정말 무겁구나-를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진짜 제대로 충원해 보자

충원을 시작하기 전 사람들이 왜 이탈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꾸 이탈하는 것에 대한 몇 가지 문제 원인을 정의해 볼 수 있었어요.

1. 지나친 익명성 
2. 모집을 진행했던 플랫폼의 한계 (명확한 타겟 설정 부족)
3. 커리큘럼과 과제의 난이도에 대한 전달 부족

1. 지나친 익명성

• 원인이라고 생각한 이유 : 사람들이 익명성 뒤에 숨는 것은 사실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상대방의 개인 정보를 존중하기 위해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도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나가겠다는 말 한마디 없이 나가신 분의 사례를 보니 그분에게 메시지를 보내볼 방법조차 없더군요. 제 생각 이상으로 익명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해결 방법 : 처음엔 이름조차 요구하지 않았는데, 실명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것이 완전한 해결 방법은 되어주지 않겠지만, 하는 일과 실명만 공개해도 어느 정도는 익명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2. 모집을 진행했던 플랫폼의 한계

• 원인이라고 생각한 이유 : 처음 모집글을 올렸던 커리어리와 인프런의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는 플랫폼입니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물론 다른 직군이어도 스터디에 의지가 강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확률로 따져보았을 때 내 직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들 만큼 의지가 있기는 힘들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즉, 명확한 타겟 설정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좀 더 타겟층이 모인 커뮤니티에 어느 정도 자신을 드러낸 분들이 있는 플랫폼으로 선택해야 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해결 방법 : 결국 가장 이 스터디에 적합한 분들이 모여있고,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유명 디자인 커뮤니티에 구인글을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프롬 디자인 커뮤니티입니다.

약 2000명이 모인 대표적 디자이너 커뮤니티로, 평소 사람들의 참여가 활발한 곳이고 저 역시도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얻어가는 유익한 곳입니다.

스터디 모집글을 올리는 것이 조심스러워 커뮤니티 대표님께 글을 올리 수 있냐 먼저 문의드렸고, 다행히 스터디 후기를 공유한다면 올려도 좋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9분의 신청을 받았습니다.


3. 커리큘럼과 과제의 난이도에 대한 전달 부족

• 원인이라고 생각한 이유 : 첫 번째 이탈자 분은 확실히 스터디 난이도 때문에 이탈하셨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분들도 직접 얘기하지는 않으셨지만, 과제 제출도 안 한 채 급작스럽게 전날 이탈한 결과를 보니 왠지 과제 제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사실 시간과 공들여서 상세하게 계획한 커리큘럼을 대뜸 합류도 하지 않은 분들께 공유하는 것이 꺼려졌기에, 합류 전까지는 커리큘럼에 대한 안내를 드리지 않았아요. 그런데 입장 바꿔 생각하니, 합류하기로 결정한 뒤 진행 내용을 받게 되었을 때, 그것이 애초에 그분들이 생각한 양이나 난이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합류는 하겠다고 했고, 갑자기 이탈을 선언하는 게 어려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 해결 방법 : 그래서 이번 신청자들에게는 커리큘럼을 우선적으로 공유했습니다.

이 가설은 사실 긴가민가 했던 부분이었는데, 커리큘럼을 공유해 드리자 몇 분이 현업과 병행하기 어렵겠다며 합류 거절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기준으로 짰던 커리큘럼이기에, 너무나 단순하게 모두에게 가능한 커리큘럼이라고 생각했어요. (**잠깐 다른 소리를 하자면,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사용자와 나를 왜 동일시하면 안되는 가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애초에 스터디 난이도를 각오하신 분들을 합류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5명의 인원을 모았고, 그분들께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확인했으며 보증금 금액이나 추후 문제가 될만한 사항들은 모두 공유드렸습니다.

이제 이 분들은 이탈하시지 않으리라 믿음을 가지고 스터디 날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또 터졌습니다.


3️⃣ 세 번째 이탈

스터디 바로 전날이었습니다. 새로 합류한 분들 중 한 분이 늦도록 카톡을 읽지 않으셨고 과제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또 과제 제출 전날부터 잠수가 시작된 것을 보니 과제 미제출로 인한 참여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분을 어느 정도 예측했기에, 그분께 개인적으로 과제를 안하셨어도 괜찮으니 가볍게 오셔서 같이 얘기 나누자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터디 당일까지 답이 없으셨고 결국 잠수이탈(?)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 최후의 방법

사실 미리 돈을 받으면 이런 문제가 그나마 덜 일어날 것이다-라는 조언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대뜸 대면도 안 한 분들의 돈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그분들 입장에서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돈을 요구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먼저 받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돈을 받는 방법이 무단이탈을 막는 가장 좋은 장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보증금은 다소 큰 금액이기 때문에 보증금보다는 스터디룸 대여 비용을 미리 받자- 였습니다.

사실 글로 정리하면서 보니 읽는 분들 입장에서 너무 당연하고 쉬운 방법처럼 느껴지겠다 싶네요.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겪은 과정이었기에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까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너무 세상을 아름답게만 바라본 탓도 있을까요..)


어쨌든 스터디를 원하시는 대기자분들이 몇 분 계셨기에 새로운 충원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돈을 내더라도 이탈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겠지만 그런 분들까지는 제가 어찌할 수 없겠죠.

우당탕탕 스터디 인원 모으기는 일단 이렇게 일단락되었습니다. 




그저 공부가 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루에 수십 번씩 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뽑고 관리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이 새삼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스터디를 진행하는 요즘, 모르는 사람들이 공부를 목적으로 모여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누고 또 소소하게 대화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매우 재밌습니다. 힘들었지만 스터디를 주최한 보람도 느끼고요.


다음글에서는 스터디를 통해 공부한 내용과, 오프라인 스터디의 장점 등을 상세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이 스터디를 운영하시려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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