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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 그림 읽는 남자 Dec 13. 2023

덤벙다완수리

서로다른 파편이 모여 하나의 완질로 재탄생.


 7월부터 은마재(銀馬齋)라는 도자기수리공방에서 킨츠기(金繕い)를 배우고 있다. 깨진 도자기와 같은 기물을 옻으로 붙여 금과 은과 같은 금속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킨츠기(金繕い)라 한다. 몇 달을 배우면서 이번에 끝낸 덤벙분청 그릇이 생각보다 잘 수리되어 이 그릇의 수리기록을 짧게 써 내려 가보려 한다.



주석분을 올린 덤벙분청 그릇


 사실, 이 덤벙분청 그릇을 누군가 깨진 여러 파편을 다시 짜깁기해서 하나의 그릇으로 만든 것이다. 짜깁기 한 그릇을 색 수리까지 하여 구색을 갖추어 제법 잘 수리된 하나의 그릇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긋난 것은 어긋난 것이므로 다시 수리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다.




1. 남의 살수리, 옻과 흙으로 메꾸다.


 짜깁기로 된 그릇을 다시 뜨거운 물에 삶으면 그릇이 다시 파편으로 분해된다. 그렇게 분해된 파편을 하나씩 생옻칠을 올린다. 흑칠 옻과 주칠 옻으로 붙여도 상관없지만, 처음부터 생옻칠을 올려붙이면 나중에 흑칠과 주칠을 올릴 때 모양이 더 잘 잡힌다. 생옻칠을 올려 맞는 파편끼리 이은 다음 X형으로 얇고 긴 테이프를 이어 붙인다. X자로 붙이는 이유는 팽창하는 옻을 테이프의 당기는 압력이 맞물려 그릇이 잘 붙여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파편을 옻으로 붙인 후 파인 부분은 옻흙으로 메꾼 상태


 테이핑이 끝난 다음 습장(濕 欌)에 넣거나 혹은 오븐을 활용하여 열경화를 시킨다. 습장에 넣으면 자연스레 옻이 마르지만 시간이 다소 생긴다. 오븐에 넣고 열경화를 시킬 때 고온으로 옻이 굳지만, 자칫 타거나 혹은 도자기에 변질이 생길 수 있어 잘 판단해야 한다.


 1차로 옻으로 마감 후 파편끼리 어긋나거나 홈이 파인 부분이 보인다. 그 부분은 옻과 흙을 섞어 토분을 만들어 그 부분을 메꿔준다. 도자기처럼 경질의 경도까지는 아니지만, 흙이 옻을 만나 서서히 굳으면 딱딱한 질감으로 경화된다. 토분을 올릴 때는 테이프를 양쪽에 붙여 다른 부분에 흙이 이탈하지 않도록 한다. 자칫 도자기 표면에 옻이 스며들어 자국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2. 주칠과 흑칠의 단단함.


 생칠을 올린 후 토분으로 틈이 난 부분을 메꾼 것은 도자기 수리의 기초공사라 할 수 있다. 기초가 탄탄해야 진행되는 과정에서 완성에 가까워진다. 



주칠과 흑칠을 차례로 올린 상태


 토분을 올린 후 거친 부분은 얇은 사포로 다듬어 준다. 사포로 다듬어 매끈해진 부분에 다시 주칠을 올린다. 주칠을 올리면 주색(朱色)의 빛이나 주칠 옻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생칠과 토분으로 메꾸지 못한 미세한 부분도 채워지기에 꼼꼼히 발라야 한다. 주칠을 끝난 후 마르면 다시 흑칠을 올린다. 옻을 여러 번 올리면 옻의 두께 감처럼 경도가 올라가 접착력이 강해진다.


 흑칠이 마른 후 다시 흑칠을 올린다. 흑칠한 후 또 흑칠을 왜 올리나 싶지만, 앞서 말했듯이 메꾸지 못한 미세한 부분과 잡착력을 주기 위해서이다. 더불어 금속분을 올려 마무리하면 금속이 옻에 붙어 있어야 하므로 마감도 흑칠을 올린다.




3. 완질의 분청덤벙그릇.


 흑칠로 칠을 끝낸 그릇에 은이 함유된 주석분을 올려 마무리를 한다. 주석분이 올려진 옻이 마른 후 도미의 이빨로 만들어진 킨츠기 도구나 혹은 마찰성이 있는 마감재로 주석분이 올려진 옻 수선을 긁어준다. 주석분의 경우 마찰이 생기면 은빛이 발휘되기 때문에 꼭 긁어야 한다. 



주석분을 올린 후 완성된 분청덤벙그릇



 이렇게 해서 남의 살 수리로 분청덤벙그릇이자 다완을 완성했다. 남의살수리는 킨츠기 용어로 요비츠기(呼び継ぎ)라 한다. 인위적으로 맞춰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고 재주일 수 있지만, 어긋난 것을 인위적으로 다시 짜 맞추는 것도 하나의 묘미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색수리로 맞춰진 분청덤벙그릇을 다시 제 수리한 것이다.     


 처음 봤을 때의 완전한 형태의 모습과 거리감이 있지만, 어긋난 것은 어긋난 것이기에 인위적인 것을 그 형태로 바라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비록 두텁게 칠한 마감이 너저분해 보지만, 고아한 상아색에 투박함이 겹쳐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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