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선고
폐수종은 폐에 물이 차면서 호흡이 어려워지는 질병으로 일반적으로 폐렴에 의해 나타나지만 노화가 오면서 발병하기도 한다. 특히 8세 이상 노령견 중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합병증으로 폐수종이 발생할 확률이 아주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수종은 급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고 사망률이 높은 위험한 질병이다.
슈나우저는 유전적으로 신장질환에 취약한데 신장과 심장은 상극이라 신장약은 심장에 악영향을 주고 심장약은 신장질환을 악화시킨다. 안타깝게도 깜순이는 선천적으로 신장과 심장이 모두 좋지 않았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 치료하기엔 양쪽의 상태가 비슷하게 나빴기 때문에 꾸준히 상태를 확인하며 주의해야 했다. 나이가 들면서 심장은 더욱 나빠졌고 한 차례의 수술이 심장에 무리가 되었던 것 같다. 수술을 하면서 심장비대와 판막이상을 확인하며 폐수종이 의심되어 폐 검사도 진행했었다. 심장의 상태에 비해 폐수종 소견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당 60회 이상의 과호흡이 오면서 폐수종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수술직후에 보였던 과호흡이 첫 증상이었고 그 후에도 다시 과호흡증상을 보이지는 않아서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수의사의 소견에 수술 후 건강이 회복된 후에 심장약을 시작하기로 했었다.
한 달 정도의 회복기를 통해서 여러 가지 수치들이 정상범위에 안정적으로 들어왔고, 심장약을 시작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아침부터 깜순이의 호흡이 가빴다. 폐수종은 호흡과 관련이 크기 때문에 기침, 얕고 가쁜 호흡인 과호흡 증상이 가장 흔하고, 폐수종이 진행되면 숨쉬기가 힘들어서 눕지 못하거나 혀가 파랗게 질리는 청색증, 거품을 물거나 코에서 액체 또는 피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깜순이는 엎드린 채 얼굴을 바짝 치켜든 자세로 헥헥거리며 과호흡 증상을 보였다. 조금 쉬면 나아질 것 같아 보여서 아이의 손길을 피해 쉴 수 있도록 켄넬에 넣어주고 한 번씩 상태를 살폈다. 시간이 조금 지나가 과호흡이 잦아들었다. 간식을 주니 받아먹기도 했다. 호전이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장약 처방을 위해 예약된 병원진료 하루 전이었다. 내일 병원에 가서 오늘의 일을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금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깜순이의 눈이 뒤집어졌다. 호흡이 너무 얕았다. 입을 벌려 혀가 말리지 않도록 잡았다. 청색증이 왔다. 그 길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병원 가는 그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두들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깜순이마저도. 얕은 호흡이 느려지더니 멈췄다. 심장도 멈췄다. 말리는 혀를 붙잡고 가슴을 마사지하며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깜순이를 받아 들고 처치실로 들어갔던 수의사는 사망선고를 내렸다. 처치실에 들어가자마자 기도삽관을 하니 관을 통해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지난 진료 때도 받았던 폐 검사에서도 양호하다는 소견을 받았는데, 집에서 과호흡이 온 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깜순이의 사망을 머리로는 받아들였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수의사는 폐수종이 급성으로 진행된 것 같다고 했다. 급성으로 진행될 경우엔 수 일에서 몇 시간 사이에도 응급상황으로 이어지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아마도 깜순이가 급성 폐수종 중에서도 운이 나쁜 케이스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