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사망 시 처리방법

내 가족이 폐기물이라니.

반려동물의 죽음 뒤 밀려오는 슬픔을 추스를 틈도 없이 찾아오는 고민은 반려동물 장례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 반려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30% 가량되며, 매일 수천 마리의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지만 여전히 반려동물 장례문화는 생소하기만 하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보고에 따르면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이용하겠다는 답변이 55.7%, 반려동물 사망 시 주거지 또는 야산에 매립하겠다는 답변이 35.5%로 높았다. 반면에 생활폐기물(5%), 의료폐기물(8.5%)로 처리하겠다는 답변은 총 13.5%로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은 1991년에 제정되어 지난 30여 년간 수 차례 개정되어 왔으면서도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폐기물처리법에 준한다고 되어있다. 폐기물처리법에서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생활폐기물 또는 의료용 폐기물로 분류해 처리하도록 되어있다. 이 말은 집에서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한다면 일반종량제봉투에 넣어서 폐기해야 하고,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사망하여 사후처리를 동물병원에 맡기면 의료용 폐기물통에 폐기된다는 뜻이다.

동물보호법에 언급된 다른 동물의 사체처리방법은 동물장묘업 허가시설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동물장묘업은 허가제로 운영되도록 되어있지만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미허가시설들이 많다. 미허가시설에서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며, 화장증명서가 발급되지 않아 반려동물등록말소를 진행하지 못해 과태료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동의하지 않은 합동 합장, 유골 훼손 및 바꿔치기, 장례 비용 과다 청구 등의 피해가 왕왕 발생된다고 한다. 동물장묘시설을 이용 시에는 반드시 허가된 업체인지 확인하고 이용하여야 한다. 허가된 반려동물장묘업체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상조서비스라고 해서 장묘업체를 통해 화장한 유골을 보관하는 납골당 등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야산 등에 매립하는 행위는 폐기물관리법에 위배되어 10만 원 이하의 처벌대상이 된다. 단, 폐기물관리법의 예외규정에 해당하는 사유지에 매장이 가능하나 조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지정하는 동물공동묘지에 매장하는 방법이 있으나 지자체마다 설치 및 운영이 상이하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나는 도저히 내 가족을 폐기물의 형태로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강희와 깜순이는 장묘업체를 통해서 화장 후 유골을 집에 꽤 오래 보관하다가 집에 있는 화분에 묻고 레몬나무를 심어주었다. 레몬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강희와 깜순이를 떠올리곤 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레몬나무가 죽으면서 이제는 강희와 깜순이는 영영 기억 속에서만 꺼내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형태로든 물질적으로 강희와 깜순이를 기억할 것을 남겨두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조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