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걸음이 울린 자리

by 꿈담은나현


방 안의 공기는, 오래 닫아둔 서랍 속 먼지처럼 눅진하게 고여 있었다. 커튼은 낮과 밤의 경계를 잃은 채 늘어진 그림자처럼 벽을 휘감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며칠째 치우지 못한 흔적들이 작은 탑처럼 굳어 있었고, 모니터 속 시계만이 제 할 일을 하듯 또각거리며 시간을 밀어내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그만둔 뒤 그의 방은 쉼터이자 고립의 골짜기가 되었고, 그는 그 안에서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다. 바깥세상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의 하루는 마치 고요한 물속에 잠긴 듯 멈춰 있었다.


문 하나만 열면 세상과 이어질 수 있었지만, 그는 오랫동안 그 문을 넘지 못했다. 학교폭력으로 얼어붙었던 날들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여전히 꿈틀거렸기 때문이다. 손길과 비웃음이 남긴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마르지 않았고, 그는 세상보다 방을 택하며 자신만의 벽을 쌓아 올렸다. 벽은 처음엔 그를 지켜주는 방패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를 점점 더 갇히게 만드는 울타리가 되었다. 세상과의 거리만큼 그의 심장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그날도 토요일이라기엔 지나치게 조용한 오후였다. 사람들에게 주말은 가벼움의 시작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고요가 더 크게 울리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복도에 흐르는 발걸음 소리와 창밖 바람에 섞인 웃음소리는 머나먼 세계의 잔향처럼 들렸다. 그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 자동 재생된 유튜브 영상 하나에서 시선을 멈췄다. 바람 소리와 잎사귀의 떨림, 노을빛 골목의 발걸음이 방 안 깊숙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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