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회에서, 나는 과거의 나에게 들켜버렸다.
동문회는 가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 메시지 창에 쌓인 알림은 꺼지지 않는 신호등처럼 깜박였고, 나는 그 앞에서 몇 번이나 멈춰 섰다. 결국 날짜는 나를 밀어내듯 도착했고, 옷장 속 정장은 오래된 껍질처럼 어색하게 몸을 감쌌다. 식당 문을 여는 순간 따뜻한 조명이 눈을 스쳤고, 웃음소리는 유리잔이 부딪치는 소리처럼 맑았지만 내 귀에는 금이 간 소리처럼 번졌다.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꺼내어 테이블 위에 늘어놓고 있었다. 명함이 오가고, 성공이라는 단어가 조명 아래에서 반짝였다. 나는 그 빛에서 한 걸음 물러난 채 앉아 있었다. 손끝으로 물잔을 굴리자 얇은 유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작은 떨림이 지금의 나를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오랜만이다.”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돌아보니 담임 선생님이었다. 시간은 선생님의 머리카락에만 희미하게 내려앉아 있었고, 목소리는 여전히 교실의 오후처럼 따뜻했다. “너, 아직도 글 쓰냐.” 질문은 공기 위에 잠깐 머물렀다. 나는 대답 대신 시선을 내렸고, 선생님은 말없이 가방에서 작은 공책 하나를 꺼냈다.
모서리가 닳아 둥글어진, 오래된 시간의 모양이었다. “이거, 네 거다.” 손에 닿은 공책은 가벼웠지만 이상하게도 무게가 있었다. 손바닥 안에서 낯익은 온기가 천천히 올라왔다. 나는 그 온기를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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