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그날의 잔해

by 꿈담은나현


정적이 깨지기 직전의 공기였다.

투명한 유리 조각처럼, 사진관 안의 시간은 무겁고 얇게 가라앉아 있었다.

첫 번째 잔해는 공기였다.


사진관 안엔 유리처럼 무거운 정적이 쌓여 있었다.

천장 아래엔 누군가의 숨결이 응결된 듯,

잿빛 입자들이 동그랗게 맺혀 있었다.


창문 너머로는 현실과 이질적인 곡률의 빛이 흘렀고,

커튼은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수면 아래 해초처럼 꿈틀거렸다.

시간조차 숨을 죽인 듯, 공간 전체가 감정을 머금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오늘 손님은……. 조금 늦게 오실 거예요.”

하루는 창가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색을 잃은 피처럼, 눅진한 붉은빛이 고여 있었다.

맑고 반짝이던 빛은 사라지고,

지금은 썩어가는 감정의 핏물이 눈물샘 언저리에 맴돌았다.

그 시선은 창밖 어딘가, 아니 더 정확히는 ‘지나간 시간’을 향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잊힌 망자의 눈처럼.


그 순간, 사진관 안의 온도가 뚝 떨어졌다.

기온이 아닌 감정의 온도.

무언가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말하는 차가운 기류.

젖은 종이, 오래된 금속, 먼지 쌓인 기억의 냄새가 동시에 코를 찔렀다.

인화지 더미가 바람도 없이 일렁였다.


“왔네요.”

하루의 목소리는 창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 같았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닫힌 문 아래로 조용한 물 자국이 스며들었다.

종소리도, 노크도 없었다.

단지 그 아이는, 젖은 형체처럼 아주 천천히, 침묵 속으로 흘러들었다.


검은 교복 치마.

머리칼은 젖은 채 목덜미에 들러붙어 있었고,

흙탕물이 스며든 운동화가 바닥에 어둡고 길게 자국을 남겼다.

아이는 낡은 일기장을 꺼내 조용히 내려놓고,

그 위에 인화되지 않은 사진 한 장을 포개었다.


이안은 조심스럽게 사진을 들었다.

사진 속엔 텅 빈 교실이 찍혀 있었다.

붉은 플라스틱 의자 하나.

그 위에 반쯤 어둠에 잠긴 여학생의 형체.

얼굴은 흐릿했지만, 감정의 무게는 분명했다.


칠판 위에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죽음은 도피가 아니라 증명이다.』

그 문장은 이안의 폐를 압박했다.

산소가 끊긴 게 아니었다.


기억이, 감정이, 무겁게 쏟아진 돌덩이처럼 폐 속으로 떨어졌다.

무의식적으로 입술이 달싹였다.

“……. 왜.”

작은, 그러나 꺼지지 않는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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