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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Nov 22. 2022

언니가 나를 좋아하게 될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알아.

우리의 첫 만남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도 돼. 언니에게 속상하고 쓸쓸한 순간이 덜 있길 바라는 것뿐이야.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공통점 하나 없이 얼굴도 모른 채 알게 된 우리는 처음부터 잘 통했다. 


언니는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일본에서 온 나에게 "밥 먹었어?" "뭐 먹었어?"라고 매일매일 물어봐주고 타지에서 혼자 보내는 나에게 신경 써준 언니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커져만 갔다.


온라인상으로 알게 되어, 얼굴도 모른 채 연락처를 교환했다. 언니랑 처음 만난 날, 그때 우린 원래 알던 사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만난 장소는 우리 집. 육회를 시켜먹기로 한 날. 충분히 긴장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언닌 날 보자마자 "안녕?"이라고 하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광대가 아플 정도로 이렇게 많이 웃은 건 얼마만이었을까. 내가 그동안 한국에서 누굴 만나도 에너지 소비가 심해서 늘 혼자가 되고 싶어 했었던 건 대학원이라는 학문적인 환경 때문이었을까? 언어는 나의 성격이나 사고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하나의 수단이기에 타지에서 마음이 잘 맞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은데. 편한 사람이 생겼다.  


온라인을 계기로 친해지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처음 만났는데도 "우리 다음에 이거 하자." "우리 다음에 이거 먹으러 갈까?" 이런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언니를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나와 잘 맞는다는 걸 의식적으로 표현해준 걸까. 이상하게 안심되고 이상하게 설레던 그 말. 아무튼 우리에겐 "다음"이 있구나. 다행이다. 


우린 처음 만난 그날에 스킨십을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서로의 일상에 스며들어, 우리는 3번째 만난 그날부터 자연스럽게 같이 살게 되었다. 마음에 들어서? 사귀기로 해서? 썸을 타는 단계라서? 그런 건 솔직히 모르겠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다고 하는 게 맞을까. 왜 이제야 만났을까? 우리. 


언니랑 계속 계속 같이 있고 싶다. 그렇게 매 순간을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어떤 관계이든 상관없다. 언니랑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 영원히 친구로 남고 싶다거나 애인이 되고 싶다거나 이런 단순한 표현으로는 말할 수 없다. 이 관계나 감정에는 세상 어떠한 단어도 붙일 수가 없다. 


나, 평생 언니 곁을 안 떠날 자신이 있어.

조금 당황한 것처럼 언닌 "ㅉㅉ 그런 말 쉽게 하면 안 돼"라고 말했지만 엄청 용기 내서 한 말이었다는 걸 모르겠지. 언니가 견디기 힘든 순간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나는 언니를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어려움도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야. 


언니가 나를 좋아하게 될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안다. 


우리의 관계는 나의 감정을 "강요"하는 순간에 무너져버릴 거라는 걸 안다. 단순한 표현도 강요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감정이 너무 커져서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될 정도가 되면 언니가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전달할게. 나는 언니가 평소에 해주는 요리도, 연락도, 눈웃음도 다 언니의 사랑 표현이라고 내 멋대로 받아들일게. 말로는 "ㅉㅉ" 이렇게 해도 언니의 행동들은 언제나 날 위하고 있잖아. 자기 자신도 챙기기 힘든 고단한 일상 속에서, 나와 있을 때만은 편안함을 느껴줬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도 받아주지 않아도 돼. 오늘도 언니의 하루에 속상하고 쓸쓸한 순간이 덜 있길 바라는 것뿐이니까. 

언니가 나를 좋아하게 될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알아.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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