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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사진 모음집 Dec 12. 2022

Bluefest | 국제캠퍼스 백일장 사생대회 수상작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던 국제캠퍼스 특유의 에너지

다 큰 성인들이 추억의 ‘백일장, 사생대회’라 하는 대학 행사에 옹기종기 모이는 광경은 특별했다. 사실 그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이 ‘블루페스트’라는 이벤트가 기획됐다. 그리고 드디어 2022년 11월 28일 월요일, 블루페스트 | 국제캠퍼스 백일장 사생대회가 열렸고, 행사 도중 비가 와서 장소를 옮겨야 하는 일도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제출된 글 또는 그림이 행사부스에 들어올 때마다, 블루프린트 팀원들은 많은 제출물의 양에 한번 놀라고, 하나하나의 퀄리티에 다시 한번 놀랬다. 그렇기에 수상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쟁이 펼쳐질 것 같다는 예상도 들었다.


제출된 글과 그림들에 대한 심사는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홍길표 교수님이 맡아주셨다. 문학을 전공하셔서 조예가 깊으시고, 그림과 음악에도 교양이 풍부하시다. 특히 쾰른에 사실 때, 박물관에서 10년을 파트타임으로 일하셨다고 해, 이 행사의 완벽한 심사위원이신 것 같아, 찾아가 부탁을 드렸고, 흔쾌히 승낙하셨다. 평소 제자들을 사랑으로 아껴주시기 때문에, 풋풋한 주제를 다루는 이번 백일장 사생대회를 잘 이해해주실 것도 같았다. 교수님이 제시하신 심사기준은 간단했다. 총 두 가지고, 다음과 같다.


1. ‘송도,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라는 이번 백일장 사생대회 주제에 얼마나 적합하고 창의적으로 주제를 풀어냈는가?
2. 보는 이가 이해할 수 있게, 얼마나 짜임새 있고 정성을 들여 완성도를 높였는가?


그렇게 해서 수상을 하게 된 작품들과 교수님의 평은 다음과 같다. 순서는 사생대회(우수, 우수, 대상)-백일장(우수, 우수, 대상) 우수상의 나열 기준은 가나다순이다.



[사생대회 우수상 | 강*비]

교수님의 한줄평
본인의 신입생 시절을 감각적으로 표현함. 창의적으로 주제를 풀어나감.



[사생대회 우수상 | 배*민]

교수님의 한줄평
그림 실력이 뛰어남. 본인이 겪은 송도의 요소를 잘 담음.



[사생대회 대상 | 송*하]

교수님 한줄평
색채와 구성이 가장 완벽함. 그림의 디테일과 완성도가 높음





[백일장 우수상 | <송도의 밤하늘>, 류*완]

송도 국제캠퍼스. 다른 학교의 캠퍼스에 비해 무척이나 외진 곳에 위치하여 흔히 유배 간다고 조롱받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곳에서 1년간 추억을 만든 우리가 진정한 승자라는 것을.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공부하고 놀고 술도 마시고 많은 추억이 있지만 나에게는 별이 있는 밤하늘이 으뜸이다.

송도의 빛 공해 수치는 4.96 mcd/m2으로 절대 좋은 편이 아니지만 8.03 mcd/m2인 신촌에 비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빛공해가 절반이다. 즉 두 배나 어둡다는 뜻이다. 맑은 날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100개가량의 별이 보인다. 일부 가로등을 소등하는 자정이 지나면 별을 보기 더욱 쉬워진다.

나는 원래부터 별 보는 것을 좋아했기에 우리 학교의 천문 동아리에 가입했고 2학기부터 관측을 담당하는 부서의 장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송도에서 관측회를 연 것이다. 신촌 중심으로 진행되는 관측 행사들로 인해 소외되는 송도의 동아리 부원들을 챙길 수 있어서 좋았다. 별을 보다가 배달 음식과 술이 끼어들며 노상으로 끝났다. 정말 송도스러운 마무리였다.

지난 11월 8일 개기월식이 있을 때, 이번에는 개기월식 관측회를 개최했다. 동아리 부원들뿐만 아니라 월식에 관심이 있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다들 흥미를 가지고 신기해하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밤하늘이라는 낭만을 즐기지 않을까 싶다.

동아리와 함께하는 별 보기, 관측 활동 모두 좋다. 하지만 밤에 걷다가 올려다보는 밤하늘이 진정한 낭만이라고 생각한다. 언기도가 문을 닫는 밤 12시에 마감을 알리는 노래를 들으며 나와 계단을 올라간다. 올라가는 계단이다 보니 자연스레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그때 보이는 별들은 공부에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참 고맙다. 이 느낌이 좋아 10분 동안 계단에서 멍하니 하늘을 본 적도 있다. 캠퍼스타운에서 놀다가 들어오며, 2 기숙사에서 내가 사는 1 기숙사로 돌아오며, 또 밤 산책을 하며 친구들과 함께 걸을 때면 나는 꼭 “저기 별 봐!”라고 말을 한다. 나만 누리기 아까운 별을 다 함께 나누기 위함이다. “저기 저 붉은 별 보이지” “그 옆에 좀 어두운 별도 그렇게 쭉 이으면 육각형이 보일 거야. 저게 바로 마차부자리야.” 이런 식이다.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내 주변 친구들도 몇 개의 별자리와 밝은 별은 알게 되었다. 별을 나누고 밤하늘을 나누고 낭만을 나누었다.

이 별과 밤하늘을 더 나누고 전과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 앞으로 남은 1달 동안 우리 22학번 동기들, 또 내년 한 해 동안 23학번 후배들 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낭만을 즐기면 좋겠다.


교수님의 한줄평
놀랍도록 서정적임. 송도의 밤하늘을 특별하게 만듦.




[백일장 우수상 | <종이숲> 박*경]


씨앗이 흙의 품에 안겨 곤히 잠을 자면

새싹은 땅에 기대어 힘차게 흔들리고

어느덧 줄기는 굵어져 나무가 된다

나무는

숨을 가쁘게 내 뱉어 하늘을 가득 채우기도 하고

열매를 맺어 땅을 풍요롭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종이가 되어 많은 것을 나르기도 한다

양자역학 연구 논문, 풋풋한 러브레터, 세계 인권 선언…

나무가 종이 한 장이 되는 과정마저

나무의 한 장으로 남겨지기를

새싹과 나무 사이 어딘가에 놓인 우리의 송도가

우리의 페이지 중 하나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마침내 종이가 될 우리의 삶 또한

우리의 한 페이지로 남겨지기를

그렇게 많은 것들을 다시 넘겨볼 수 있기를


교수님의 한줄평
주제와 적합한 훌륭한 비유. 자신을 바라보는 통찰이 있음.




[백일장 대상 | <송도, 우리의 이야기가 만나는 곳> 김*현]


언더우드 기념 도서관 앞의 계단을 오르며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볼 때면 묘한 감상이 피어오른다. 어쩌면 성큼 다가온 겨울을 맞아 잎을 떨구는 나무들의 가지 위로 처음 이곳을 마주했던 달이 겹쳐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텅 비어 버린 것처럼 삭막한 회색 건물들 사이, 너무 넓게만 느껴지던 길 한가운데 캐리어 하나만 든 채 덩그러니 서 있던 3월의 내 모습이 어렴풋하다. 그러나 아홉 달이 지난 지금, 그때와 같은 공간임에도 이 풍경이 내게 와닿는 온도는 많이 달라진 듯하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 길 위로 겹겹이 쌓여 밀도를 가지게 된 추억들이 있는 까닭일까.

수업에 늦어 기숙사에서부터 강의동까지 숨 한번 고를 새도 없이 뛰어가던 날, 길었던 조별 과제를 마무리하고 신이 난 조원들과 함께 술을 마시자며 트리플 스트리트로 향하던 저녁, 동기의 케이크를 먹으며 밤을 새웠던 일. 시험 전날에 밀린 공부를 하느라 친구와 열람실에서 밤을 새우고, 통금 한 시간 전에 만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수다를 떨며 캠퍼스를 산책하던 날들. 텅 빈 길 위로 수많은 순간들이 겹쳐지며 순식간에 익숙한 모습이 되어 들어찬다.

한 해를 보내며 자신만의 시간들을 이 길 위로 쌓아 올렸으리라. 어쩌면 평생 스칠 일조차 없었을 사람들이 이렇듯 같은 곳에서 만나 인연을 만들고, 모두 같은 길에 비슷한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레 신기하게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각자에게 남는 기억은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송도는 일종의 버스 터미널 같은 공간이었다. 각자가 이곳에 도달하기까지 써온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모여 겹쳐지고 뒤섞이며 새로운 페이지가 되는 곳이자, 우연에 우연이 겹쳐 만나게 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머무는 곳.

이 겨울이 지나면 우리는 이곳에서 보낸 1년을 뒤로하고 다시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위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앞으로 더 넓은 곳에서 쓰이게 될 모두의 이야기를 응원하며 우리에게 남겨진 송도에서의 한 페이지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애틋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교수님 한줄평
풋풋함이 살아있는 한 편의 멋진 글. 직접 송도를 느껴보고 싶음.



왁자지껄, 비 내리는 월요일의 송도에서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이 하루 만에 여럿 나왔다는 게 신기하다. 사실 모두가 아직 대학생이고, 어리기 때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퀄리티를 기대하지 않았다. 솔직히 심사도 과정이 복잡해서 그냥 블루프린트 내부에서 진행할까도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대해 벌이 내려지듯 놀라운 수준의 미적 센스들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러한 행사를 주관할 수 있어 기쁘다.


비록 코로나19 이후 처음 시행하는 대면 행사여서 미숙했고, 더군다나 날씨도 우리의 편이 아니었지만, 그런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호빵을 나눔 하며, 오랜만에 국제캠퍼스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신촌과는 다른 송도만의 패션 세계, 특유의 송도 냄새와 익숙한 캠퍼스의 분위기가 자취를 감췄던 송도가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내세우는 것 같았다. 이를 통해 블루프린트도 캠퍼스 문화 부흥의 희망을 보았고, 앞으로 더 많고 다채로운 콘텐츠들로 연세대학교를 채워나갈 것이다. 블루프린트의 추후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아쉽게 수상을 하지 못한 작품들 중에서도 블루프린트 팀원들이 좋아했던 강력한 공모작들이 많다. 그것들이 궁금하다면 내년 봄에 있을 블루프린트 리크루팅에 지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모든 참가자분들과 부스에서 간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국제캠퍼스의 여러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심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신 홍길표 교수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블루페스트를 준비하느라 고생했던 블루프린트 팀원들 고생 너무 많았고 더욱 정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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