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린트 이야기 2. - 이계영 (ECON 21)
<와글와글 연세>는 연세인들의 학교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청사진 모음집'의 칼럼시리즈입니다. 매달 다른 주제가 선정되며, 연세인이라면 누구나 칼럼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11월에는 창간 기념으로 대학혁신지원사업단 blueprint 부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블루프린트의 의의는 무엇인가요?”
면접에서도 나온 질문이지만, 사실 면접에서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머리가 좀 지끈거렸습니다. 블루프린트는 오피셜하게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학생회에 영향을 많이 받은 단체라고 느꼈거든요. 그 때는 블루프린트는 학생회의 성격을 가졌지만 학생회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회가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하고 대충 넘어갔는데 이 설명은 지금 보니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몇 달 동안 블루프린트를 하면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부원1이 생각하는 블루프린트가 무엇인지를 좀 더 풀어서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처음 면접 답변으로 돌아가자면 블루프린트는 학생회와 동아리 중간에 있는 단체입니다. 학생회와 같이, 블루프린트는 학교와 학생 간의 관계를 다룹니다. 연세대학교 대학혁신지원사업이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가로 저희를 먹이고 입히고 재워 주죠. 그래서 저희는 연세대학교 2022년 대학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처럼, 학생들의 정책 필요를 조사하고 실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블루프린트의 일부 사업은 이 공모전을 바탕으로 선정됩니다.
그렇지만 학생회와 다르게 블루프린트는 이 공모전을 제외한다면 정해진 의무가 없는 단체입니다. 대학혁신사업단에서 만든 조커 카드인 셈이죠. 총학생회, 과학생회에게는 의무들이 좀 더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카라카 티켓 배분 및 연고전 자리배치 같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의 목록이 있습니다. 게다가 학생회는 표를 얻어서 선출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에 가장 민감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불가피하게 사업의 의의와 별개로 화제성이 있는 사업 혹은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사업을 먼저 해야 될 수도 있지요.
따라서 “정해진 의무가 없는 단체” 는 생각보다 강력하면서도 무서운 말입니다. 학생회와 다르게 정해진 의무가 없어 자유롭지만, 동시에 정해진 의무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단체입니다. 이 점에서 저는 블루프린트가 관심이 없으면 사라질 수 있는 동아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회가 없어지는 건 있을 수 없죠. 학교 측도 모든 학생과 대화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생을 대표할 학생회라는 단체는 비대위라는 형태로라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블루프린트는 그런 안전망 따위 없습니다. 어머니의 “그럼 공부하지 말고 너 맘대로 해!” 말씀을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블루프린트는 학생들의 니즈를 해결한다는 동기 하나만으로 움직이는 단체입니다. 학생들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블루프린트 팀원들의 고민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학생들과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블루프린트는 학생들과 의견을 편히 나눌 수 있는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세부 목표가 생깁니다. 학교에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이런 거 없나 궁금할 때 블루프린트가 바로 생각나고 블루프린트의 공모전 창구를 통해 제출하면 되겠다고 생각이 들게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믿음직스러운 단체가 되기 위해 블루프린트는 인스타그램 홍보 이벤트 및 블루페스트로 인지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블루프린트는 의무가 없기 때문에, 아직 의무가 될 만큼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은 이슈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할 수 있습니다. 환경, 배리어 프리 등 당장 다수를 대변하지 못하더라도, 수익성이 없고 화제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미래를 생각했을 때 의미 있는 사업의 씨를 뿌려 두고자 합니다.
청사진은 이러한 사업의 일부입니다. 청사진을 통해 블루프린트는 연세대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경험과 의견을 모으고자 합니다. 앞으로 올라올 글들을 읽으며, 선배들과 후배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른 배경과 다른 학과의 동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가며 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청사진을 통해서 정보를 모으고 공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생각을 넓일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읽으신 이 글은 블루프린트라는 신생 단체의 한 부원이 생각하는 블루프린트의 의의입니다. 다른 부원들, 팀장들, 재학생들은 블루프린트를 다르게 생각하시겠죠. 지금까지 제가 쓴 글을 읽으면서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든, 그 마음을 붙잡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으로 남을 수도 있고 글이나 행동으로 나올 수도 있지만, 그 마음은 결국 학생 사회 단체의 의의에 대한 자신만의 확신으로 변화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청사진을 읽으면서 연세대의 미래를 그려 보는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