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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e신소 Sep 22. 2022

우리는 매일 도서관에 갑니다.

pure 하와이 스토리

1. 우리는 매일 도서관에 갑니다.


"지금도 고마워요. 엄마"


람람이는 조금 특별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뼛속까지 한국인이지만 아직 한국에서 살아 본 적이 없습니다. 꿈 많은 아빠 엄마를 따라 두바이에서 9년을 살았습니다. 첫째 아이는 10살, 둘째 아이는 8살이니 그들의 고향은 두바이입니다. 그런 그들이 이제 정든 고향(?)을 떠나 하와이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어쩌겠어요? 꿈 많은 아빠 엄마를 둔 탓이지요.


하와이에 도착해서 우리는 새로운 문화, 날씨, 사람, 생활패턴 등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와이를 떠올리면 다들 와이키키 해변이나 서핑을 떠올립니다. 하와이에 한번 왔던 사람들은 그 매력에 빠져 '하와이 한 달 살기'를 계획하기도 합니다. 하와이에는 청명한 하늘, 투명한 바다, 맑은 공기, 따사로운 햇살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 책으로 하와이를 배운 사람들 일 것입니다.


하와이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자연과 더불어 아이들과 가볼 곳이 무궁무진합니다. 이것이 바로 찐 로컬스토리!! 이곳에서 오래 살 것 같은 우리는 해변은 아껴(?) 두기로 하고, 조금은 특별한 곳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library! 도서관입니다. 하와이에는 지역마다 공립도서관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알고 선택한 것도 아닌데 집 앞 2분 거리에 공립도서관이 있었습니다.


"저희도 책을 빌릴 수 있을까요?" 두 아이와 최대한 순진한 표정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물었습니다.

"Aloha, 물론이야!!!" 그리곤 친절하게 설명해 준 내용은 고마움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와이 로컬 주민이면 공짜로 도서관 카드를 만들어 줍니다. 빌리는 기간도 3주나 가능하고요. 책을 반납할 때는 빌렸던 곳이 아닌 아무 공립도서관에 반납하면 됩니다. 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얼마든지 주문해 줄 테니 주문하라고 합니다. 각 지역마다 도서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있고, 각 종 악기나 보드게임을 무료로 빌려주기도 합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 하와이 McCully-Moillili Public Library 안에 한국 도서관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한번은 동네 도서관으로, 한 번은 한국 도서관으로 책을 무제한으로 빌립니다. 한국의 교민들을 위해 어느 기증자가 계속해서 신작을 살 수 있도록 엄청난 금액을 기부하시곤, 지금은 별세하셨다는 이야기를 사서분께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베풂으로 인해 우리의 하와이 정착기가 이렇게 행복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교보문고와 연계가 되어 있어서 보고 싶은 전자책을 간단한 앱 연결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갈 때마다 사서분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주문을 하라고 하십니다. 저는 마치 내가 도서관을 통째로 가진 기분이 듭니다. '에이~ 좋은 책 나도 읽고 남도 읽으면 좋잖아요.~' 갈 때마다 빼곡히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적어 갑니다.



우리가 하와이에 오자마자 해변으로 뛰어 나갔다면 결코 알 수 없을 소중한 경험들입니다. 그렇게 하와이에서의 의미 있는 첫 경험은 도서관으로 채워졌습니다. 저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에코백을 하나씩 건네줍니다. "도서관 가자"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신이 나서 따라나섭니다. 각자 읽었던 무거운 책들을 낑낑 대면서도 본인이 읽었다는 뿌듯함에 반납은 꼭 스스로 합니다. 아이들은 영어책, 한글책을 가리지 않고 종류도 다양하게 책을 담아 옵니다. "엄마 다 안 들어가요~" "엄마 것도 많은데 어떻게 서든 들고 가보자!!! 으챠!" 도서관을 터는 3인방이 되어 우리는 그렇게 행복하게 하와이 공립도서관을 접수했습니다.





두바이에서 워킹맘으로 참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가치와 마인드를 가르치는 엄마가 되고 싶었고, 그 마음은 하와이까지 이어져 우리는 그렇게 매일 도서관에 갑니다. 제가 아는 가장 강력한 힘은 천천히, 성실하게 가는 것뿐입니다. 그저 자연스레 도서관에 데려가고 집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준 것이 다인데 녀석들은 벌써 책이 주는 재미를 알아 버렸습니다. 어디서 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우리는 유한한 시간과 장소에 삽니다. 해외 여러 곳을 살며 여행하며 직접 경험할 수도 있고, 책을 통해 어디든 무엇이든 경험하며 제한 없이 살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코로나 물살을 타고 참 빨리도 변해 갑니다. 세상을 읽어가며 또 깨닫게 됩니다. 결국 답은 사람 안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세상을 어떤 마인드와 가치로 움직이는 가는 사람에게 달려있습니다. 람람이가 책을 통해 세상을, 문화를, 지식을…그리고 사람을 알게 되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 하와이에 살며 책을 통해 스스로 답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덧,

어느 날 책을 읽는 첫째 아이에게 너희가 이렇게 책을 많이, 그리고 깊게 읽다 보면 언젠가 엄마에게 고마워할 날이 올지도 몰라!라고 말했더니,

“지금도 고마워요. 엄마!”말하는 아이를 보며, 앞으로 십 년은 매일 책을 읽자고 다짐해 봅니다.












Pure Tip: 하와이 주소가 없는 비거주의 경우 3개월에 10달러만 내면 도서관 이용 카드를 만들어 준다. 비거주자의 경우에도 카드를 발급받는 즉시 무제한으로 책을 빌릴 수 있고 모든 혜택이 동일하다. 하와이 한달 살기나 아이와 방문하는 부모들은 해변 이외에 현지 도서관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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