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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Jun 23. 2023

오늘의 외로움 기록



오늘은 꽤 외로웠다. 오늘 하루를 곱씹어보니 그랬다. 아주 약간 따끔따끔한 정도였을 것 같은데 무슨 상처가 나서 그랬을까 들여다봤더니, 나도 모르는 상처가 돋은 그런 외로움이었다. 보지 않았으면 보지 않았을 건데 알아버린 이상 조금 더 외롭다고 알아버렸다.


나를 들여다볼수록 나를 채우고 있는 감정은 외로움인 것 같다. 외로움 말고 다른 어떤 것을 떠올리기는 힘들 만큼. (솔직히는 외로움 반, 맛있는 음식 생각 반)


혼자 있으면 편하고 좋다. 맘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피상적인 대화만을 나누는 것이 힘이 든다고 느낀다. 내가 먼저 좋은 마음을 주지도 못했지만 같은 마음을 받았다고 느껴진 적도 없다. 그래서 외로운 걸까. 마음에 길이 없어 외로움이 둥둥 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편하고 좋다고, 늘 그렇게 느끼고 살았는데, 어쩌면 혼자 있는 시간에는 나 혼자인 게 당연한 거라 외롭지 않아 그런 거였겠구나 싶기도 하다. 무언가에 몰두하고 아끼는 마음이 생겨 사랑의 화살을 쏘고 싶다. 내 사랑을 받아달라고 하고 싶다. 내 외로움을 사랑으로 바꿔 전하고 싶다.


며칠 전 뜬금없던 아빠의 사랑멘트를 떠올린다.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아빠에게 한다. 아빠는 늘 엄마 다음이다. 아빠에게 뭐하고 있었냐 물으니, “너 기다리고 있지” 한다. 우리 아빠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처럼 외로움을 뱉는 사람이 되었다. 먼저 사랑한다 말해주는 사람이 되었다.


글에 오늘 만난 외로움을 묻힌다. 너를 좋아한다고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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