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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gan Lee Nov 27. 2022

해외 취업이 국내 취업보다 쉽다고?

합리적 취업 프로세스에 대하여

한국에서 초중고 교육과정을 거쳐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나 또한 다른 친구들처럼 취업고민이 많았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시만 해도 빨리 취준을 시작했던 친구들은 한 학기 정도를 남기고 선취업이 되어 마지막 학기를 다니지도 않고 그대로 회사로 출근하고는 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안고 학교에 남아있는 우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리 급했는지 싶지만 당시에는 최대한 빠르게 취업에 성공해 사회에 일찍 나가는 게 마지막 성공 종착지 같은 것이었다.


그 당시를 상기해보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자소서를 쓰거나 인적성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합격 발표라도 나는 날이면 모두가 숨죽이고 결과를 기다리는 그 순간의 공기는 유난히 무거웠다. 그런 와중에 정말 신기하게도 국내 취업에는 관심이 없던 나는 그들 사이에서 홀로 해외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해외에 나가고 싶었는지 참 신기할 따름인데 당시에는 그저 내가 우물 안 개구리 같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무튼 그렇게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아주 편안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하루하루 숨 막히는 긴장감속에 사는 친구들에 비해 꽤 여유로운 생활을 했던 것 같다. 이것만 봐도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해외 취업이 국내 취업보다 쉬웠다고 말할 수 있을 터. 물론 그렇다고 아무 준비 없이 해외취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나의 개인적인 경험 상 해외취업이 더 쉽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정기채용 vs 수시채용

우선 채용 주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쉽게 말해 국내 취업(특히 대기업)은 채용 시즌이 일 년에 딱 두 번, 봄가을에 진행되지만 해외 취업은 채용시장에 시즈널리티(seasonality)가 따로 없이 필요한 포지션에 TO가 났을 시에 수시로 사람을 채용한다.


곧, 국내 취업은 특정 시즌에 내가 합격하지 못했을 때, 다음 채용 시즌까지 최소한 6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것과 별개로 해외 취업은 지원하는 데 있어 한계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한 회사의 특정 포지션에 지원을 했다가 떨어진다한들 해당 회사의 다른 포지션에 지원을 해도 되며 혹은 비슷한 다른 회사에 언제든 지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준비기간이 확연히 짧아질 수밖에 없으며, 지원한 회사로부터의 피드백도 굉장히 빠르다. (일반적으로 지원 후 1-2주 정도면 합격 여부를 알 수 있다.)


2. 취업 준비 과정

국내에서 취업할 때 우리는 정말 많은 것들을 사전에 준비한다. 가장 보편적인 토익부터 컴활, 한국사, 제2 외국어까지 지원서를 내기도 전부터 갖춰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도 각 회사마다 항목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회사에 지원할 때마다 4-5개의 항목에 해당하는 자기소개서를 써내야 한다.  게다가 인적성 시험도 준비해야 한다. 지원자의 사고력, 논리력을 판별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시험이었다. 전공지식과도 관계없고, 업무상 도움이 되는 내용도 아닌데 취업을 위해 몇 개월씩 이 시험 준비에 몰두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해외취업은 이력서와 커버레터(간략한 경력기술서 또는 자기소개서)만 있으면 어디든 자유롭게 지원이 가능하다. 이 말은 즉슨 기본적인 역량만 파악이 되면 면접으로 넘어가 면접관에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이다. 나는 지원자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면접이라고 생각하는 주의이기 때문에 이 프로세스가 매우 합리적이라고 느꼈다.


3. 정규직 vs 계약직

사실상 이 부분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규직을 고용하는데 반해 해외에서는 계약직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럼 국내 취업이 더 좋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면 우리는 '안정성'이 모든 것을 보장해준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사람을 쉽게 해고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한번 인재를 채용할 때 2번 글에서 설명했던 아주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특히 요즘 세대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능력을 키워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것이 미덕인 세상이다.


해외취업은 대부분(아마 99%)이 계약직의 형태로 고용을 한다. 그렇다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회사를 나와야 하는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제2의 국가에 가서 취업을 하게 되면 취업비자 등의 스폰서십이 필요한데 보통 그 갱신 주기가 1~2년 정도 되기 때문에 그 기간이 지나면 계약서도 자동으로 갱신하게 된다. 또한 그렇게 되면 개인의 성과 또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연봉이 상승하기도 한다. 일명 '무기계약직'의 고용형태로 전반적인 고용 유연성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취업 선택지

간단히 말해 국내 취업을 할 때는 내가 찾을 수 있는 일자리가 국내에 밖에 없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전 세계에 내가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차고 넘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내수가 작은 나라인데 이렇게 좁은 선택지 안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특히나 손에 꼽힌다. 흔히들 말하는 대기업은 국내에서 10%도 채 되지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좁은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물론 익숙한 환경에서 되도록이면 좋은 조건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늘구멍 같은 취업자리에 목숨을 거는 것이 나는 좀 안타깝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좋은 기업문화를 가진 대부분의 회사는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 분포되어 있으며, 국내에서 기대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좋은 것들을 많이 누릴 수 있다. 물론 비자나 주거지 문제 등을 고려하면 이 또한 쉬운 옵션은 아닐 수 있지만 내 말은 기회의 문을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이 미국 실리콘밸리 top 5 테크 기업(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취업하는 경우를 기사를 통해서도 여러 번 접해본 적 있지 않은가.




물론 해외취업이 무조건 정답이라는 말은 아니다. 나 또한 한국에서 오랫동안 교육받고 살아오면서 국내 취업의 안정성과 여러 가지 장점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 다만, 해외취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 또한 지금 이 시점에도 취업을 준비하는 수많은 취준생들에게 인생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니 만약 지금 준비하는 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고 해도 모든 게 다 끝난 건 아니라고, 보다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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