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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gan Lee Dec 30. 2022

프롤로그. 6번 퇴사하며 깨달은 것

프로퇴사러가 꿈은 아니었는데요

불과 하루 뒤면 서른을 앞둔 나는 살면서 지금까지 총 6번의 직장생활을 했고 최근 마지막 퇴사를 기점으로 프리랜서(로 위장한 반백수)로 지내고 있다. 내가 다녔던 회사들에 대해서는 해당 시리즈에서 차차 소개할 예정이나 시작에 앞서 간략히 설명하자면 나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회사를 거쳐왔다.


첫 회사는 국내 공기업 1위, 신의 직장이라는 타이틀에 빛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였으며, 어릴 적 해외 경험 한번 없지만 두 차례의 해외 취업을 했고, 얼마 전 퇴사했던 마지막 회사는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계 대기업이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인생을 아주 편하게 살아온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그와 정반대이다. 무엇 하나 쉽게 얻은 적이 없었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남은 것은 프로이직러, 프로퇴사러라는 원치 않는 타이틀이었다.


올해 8월을 기점으로 마지막 퇴사를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과거의 나였다면 퇴사와 동시에 이직을 했을 텐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업(業)에 대한 고민이 아닌 자아(我)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에 대한 파악이 없이 단순히 이직을 한다고 이 악순환(끊임없는 퇴사와 이직)이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퇴사한 지 4개월이 돼 가는 이 시점,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 또는 그냥 단순히 나 같은 프로퇴사러/이직러의 뇌구조가 궁금한 분들께 내가 6번의 퇴사 끝에 깨달은 점에 대해 공유해보려고 한다.




회사는 당신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바야흐로 코로나가 전세계적에 강타했던 2020년, 나는 다니던 회사의 경영악화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당시 내 나이는 스물일곱이었고 일 년 정도만 더 경력을 쌓아 다시 해외로 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 사건으로 나는 약 10개월간 비자발적 백수로 지내게 되었고 그때는 살면서 가장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시기였다. 정말 다행히도 이후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이직에 성공했지만 그토록 믿었던 '회사'에 대한 신뢰는 그 사건을 계기로 깨져버렸다. 무엇보다 회사 밖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마다 타고난 체력이 다르다

나는 기초 체력이 많이 약한 편이다. 특히 출근 전날 잠을 잘 못 잤거나 업무 상 무리라도 한 날이면 가만히 앉아있어도 헛구역질이 나고는 했다. 참고로 나는 3년 동안 요가를 꾸준히 해왔고, 러닝, 등산, 웨이트 등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다. 덕분에 이전보다는 체력이 좋아지긴 했지만 내 경험 상 사람마다 타고 난 기초 체력은 무시하지 못한다. 이건 주변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매일 퇴근 후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지인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니 정말로 이게 가능한 거야?)


날씨는 확실히 컨디션에 영향을 준다

유독 나는 날씨에 따라 그날의 컨디션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나에게 있어 날씨는 단순히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리듬 자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비눈이 오고 날이 추운 날은 피곤하고 예민해져서 하루종일 기분이 다운된다. 반대로 해가 쨍쨍한 날에는 꼭두새벽부터 눈이 떠지고 평소보다 잠을 적게자도 하루종일 좋은 컨디션이 유지되어 활동량이 많아진다. 그래서 실제로 한국에 있을 때는 쨍쨍한 날이 많은 늦봄, 여름(우기 제외), 초 가을에 밥도 잘 먹고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붙어 몸이 건강해지고 그와 더불어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반복적인 일을 하면 무기력 해진다

나는 특정한 일을 계속해서 반복하거나 일상이 변화 없이 흘러가면 어느 순간 내가 멈춰져 있다는 생각에 무기력하고 불안해진다. 그렇다고 무언가 끊임없이 바뀌는 변화무쌍한 환경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자극제가 주변에 있어야 삶에 생기가 도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성향의 나에게는 해외살이가 꽤 잘 맞았던 것 같다. 기존에 살아왔던 환경이 아니기에 적당한 긴장감이 유지되었고, 연고가 없으니 만나는 사람들도 항상 새로웠으며 한국사회에 비해 자유로운 외국문화가 너무도 좋았다.


남의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다

이제 와서 얘기하지만 내가 최근에 회사(외국계 대기업)를 그만둔 이유 중 하나는 말도 안 되는 업무강도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고액 연봉에 눈이 멀어 이직을 했지만 매일 같이 클라이언트의 타임라인에 맞추느라 업무 시간 외에도 노트북을 여는 일이 다반수였고 해외 클라이언트와의 시차 때문에 24/7 업무의 연장선이었다. 그리고 이때 알게 되었다. 회사는 아무 이유 없이 돈을 주지 않는다. 내 주변에 삼성전자를 2년 동안 다니다가 대학원에 진학한 지인이 한 명 있는데 당시 성과급 포함 연봉이 8천만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는 매일 야근에 주말 출근까지 제대로 쉰 적이 없으며, 결국 정신적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퇴사했다.




프로이직러로서 여러 차례의 사회생활을 통해 나는 어찌 보면 내 인생의 방향성을 잡아 줄 5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당시에는 순간순간 깨닫고 넘어갔던 파편들을 모아놓고 보니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토대로 앞으로 내가 지향해야 될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본업 외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것.

야마구치 슈의 <뉴타입의 시대>에서는 '오늘날 조직에 소속되어 일하는 삶에는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이익은 계속 줄어든다'라고 했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권고사직이라는 경험을 통해 이러한 현실을 깨달았지만 근래에는 사회 전반이 VUCA(Volatility 변동성, Uncertainty 불확실성, Complexity 복잡성, Ambiguity 모호성)화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업, 특히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한 가지 역할만 가져간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이러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본업 외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


두 번째, 리모트 잡(Remote job)을 찾을 것.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체력이 약하다. 물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이전보다는 체력이 향상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 체력이 많이 약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원격근무가 어느 정도 해답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매일같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출퇴근 시간(준비시간 포함)을 줄일 수 있다면 물리적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도 확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시간을 활용해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할 수도 있고 하다 못해 잠을 더 자는 등 보다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


세 번째, 따뜻한 나라에 가서 살 것.

날씨에 따라 컨디션이 영향을 받는 나는 특히 추운 날씨를 너무도 싫어한다. 추위 자체를 잘 타는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날씨가 추우면 몸이 아플 가능성이 높아지고 활동량이 줄어드니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반대로 해가 쨍쨍하고 따뜻한 날씨에는 자연스럽게 컨디션이 올라가면서 하루종일 좋은 텐션이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일년 내내 따뜻한 날씨를 가진 동남아(인도네시아, 태국 등)로 베이스먼트를 옮기는 것을 고려 중이다. 현재로서는 발리를 최우선으로 고려 중인데 내가 좋아하는 요가 코스도 저렴하게 들을 수 있어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네 번째, 일상에서 새로운 취미를 찾을 것.

앞서 반복적인 일과 일상에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했지만 사실 어떤 일이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루틴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일상에 변화를 줌으로써 새로움을 가져가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우선은 주변 환경(국가)을 바꾸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며, 각 국가에서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볼 수도 있고 또는 운동이나 춤 등 현지에서 배우면 좋을 만한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 중이다. 현재는 인도네시아에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듣고,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어와 탱고를 배우고, 태국에서 서핑을 배우는 옵션을 생각 중이다.


다섯 번째, 돈을 맹목적으로 좇지 않을 것.

돈을 많이 번다고 절대적으로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연봉이 높은 만큼 책임감과 업무 부담은 더 크고 그것을 감당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몫이지만 돈=행복은 아니라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현재의 나는 돈보다는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자유롭게 여행하며 일하는 삶)을 향유하며 여유롭게 사는 삶을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 당장에 많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적당히 먹고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는 중이며, 목표치에 도달한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기꺼이 그 여정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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