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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gan Lee Jan 27. 2023

나도 사실은 흙수저가 아닐지도?

알게 모르게 누리고 있던 것들

당신은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났나요?


누구나 살면서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저계급론은 한 개인이 부모의 자산과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사회경제 계층으로 분류된다는 생각을 말하며, 그 결과 한 개인의 인생에서 성공은 전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는 것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경우에는 스스로가 흙수저(혹은 동수저)라고 생각했던 터라 이런 이야기가 그리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최근에서야 내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일종의 특권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누군가는 그저 정신승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그렇게라도 승리할 수 있다면 나쁠 것 없어 보인다.




1. 서울 본가 프리미엄


어렸을 때는 주변 친구들 모두가 가까운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서울에 사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지만 대학만 가봐도 부산, 대구부터 제주도 등 전국 팔도에서 올라온 친구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나의 경우 통학시간이 편도 30분 컷이었던 지라 당연히 자취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매 학기가 시작할 때쯤이면 마다 기숙사 신청 혹은 자취방을 구하느라 동분서주하고는 했다.


가끔 그들과 이야기할 때면 월세가 얼마가 올랐다느니 방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2018년 기준 서울 소재 대학 45곳 주변의 원룸 평균가격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이라고 한다. 휴학 없이 스트레이트로 졸업을 한다고 하면 보증금은 제외하더라도 각종 공과금을 포함해 최소 50만 원 * 12개월 * 4년 = 2,400만 원이 지출되는 셈이다.


수도권(경기도, 인천 등) 통학러의 경우 자취/통학의 선택권이 있기는 하지만 자취의 비용적 부담 때문에 통학을 선택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기본적으로 편도 한 시간 반, 왕복 세 시간 정도 소요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통학시간의 부담 때문에 아침수업을 꺼리다 보니 수강신청에 더욱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는 졸업 학점을 채우지 못해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목격했다.


2. 대학 등록금 지원


나는 감사하게도 아빠가 다니시는 회사에서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은 케이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학교를 무료로 다닐 수 있었고 알바를 해서 버는 돈은 100% 내 용돈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이 또한 아주 큰 특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같은 과 동기 중 한 명이 휴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디 인턴 하냐고 물었다가 다음 학기 등록금을 벌어야 돼서 휴학 신청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 친구는 단지 본인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탓에 스스로 학비를 벌었던 케이스지만 실제로는 이 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은 친구들도 많을 거라 예상한다.


당장 학비를 벌어 등록금을 내지 않고 학자금 대출을 받는 친구들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이 경우 졸업 직후 이미 마이너스 통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참고로 2022년 1학기 4년제 대학 194개교의 1인 연간 평균등록금은 676만 3100원이라고 한다. 곧, 사회생활 시작도 전에 2,700만 원의 빚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이건 사회적 구조적인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함)


3. 경제 마인드


노파심에 먼저 밝히자면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집안이 아니다. 나는 강남키즈도 아니고,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돈 때문에 언성을 높이는 상황도 종종 목격했던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렇지만 내가 부모님께 감사하는 한 가지는 바로 어릴 적부터 확실한 경제관념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엄마는 내게 절약습관을, 아빠는 투자 마인드를 가르쳐 주셨는데 이러한 지식과 자원을 토대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엄마는 우선 과소비라는 걸 모르는 분이다. 특히 생활비 관리는 정말 우리 엄마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자부하는데 각종 할인혜택부터 예적금 통장까지 돈이 새어나갈 구멍을 만들지 않는 분이었다. 덕분에 나도 그러한 절약습관이 몸에 배이게 되었고 직장인이 되고 난 후 월급 관리를 하고 돈을 모으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건 뭐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그런?)


아빠는 어렸을 때부터 5:5 원칙을 강조하셨는데 내가 5만 원을 저축하거나 투자하면 아빠가 5만 원을 추가로 납입해 주는 우리만의 원칙이었다. 그렇다 보니 학생 때부터 세뱃돈이나 용돈을 모아둔 내 명의로 된 펀드 통장이 있었는데 연 10% 정도의 이율을 꾸준히 가져갈 수 있었다. (현재는 active 투자를 위해 해지한 상태) 만약 자녀의 경제 교육에 대해 고민 중인 분들이 계시다면 이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저축에 관심 없던 아이라도 눈이 번쩍하게 될 것이다.


4. 자기주도학습


어릴 적 우리 가족은 강남 8 학군까지는 아니지만 서울 3대 학군에 들어있는 동네에서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널린 게 학원가였고 실제로 대부분의 친구들이 과목별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우리 부모님은 사교육에 크게 관심이 없으셨고 나와 동생이 원할 때만 간간히 학원을 보내주시곤 했다.


그래서 한 번은 엄마가 '너네 어차피 학원도 안 다니는데 여기 말고 다른 데로 이사 갈까?'라고 물었는데 내가 '아니 엄마 학원은 안 다녀도 주변 애들이 공부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 여기 있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직도 계속 얘기 나오는 우리 가족 레퍼토리 중 하나임) 소름.. 솔직히 막상 나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때 내 나이가 초중학생 정도였을 텐데 저런 생각을 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더 신기한 건 그렇게 자유롭게(?) 자란 나와 동생은 둘 다 각자 제일가고 싶었던 대학에 떡하니 붙었고 엄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전설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참고로 나는 경희대 호텔경영, 동생은 카이스트 전산(컴공). 이렇다 보니 나는 아직까지도 자유방임주의로 우리를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고 누구보다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5. 가족 부양 의무 없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모님께서는 젊은 시절부터 착실히 모으시며 이미 노후 준비까지 마쳐놓으신 상태이다. 이 또한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받기 시작하실 연금, 서울 자가에 근로 소득 외 passive income까지 자녀인 나와 동생에게 부양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히 최선을 다하셨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회초년생 때부터 매달 몇십 만원씩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경우를 적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이게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면 이 또한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 또한 힘들게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을 부양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부모님을 통해 현금흐름 창출과 노후준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남들과의 비교를 멈추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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