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만큼이나 어려운 회사생활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사회생활을 하며 다양한 회사를 거쳐오다 보니 회사를 선택하는 나만의 관점이 생긴 듯하다. 최근에는 재취업을 고민하게 되면서 취업(또는 회사생활)과 연애가 굉장히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프로이직러의 입장에서 내가 생각하는 회사와 연애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1. 좋은 회사란 없다. 나랑 맞는 회사가 있을 뿐이다.
많은 연애 전문가들이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한결같이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한테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들 사이에서 일명 결혼 잘 한 연예인으로 불리는 이효리 씨가 몇 년 전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한 말이 바이럴이 된 적이 있다. 그녀는 방송에서 "이상순은 좋은 사람은 아니고 나와 맞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본인이 감성이 예민하고 유행에 민감한 성격인데 반해 이상순은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본인의 감정이 내려갔다 올라오면 항상 중간에서 만난다고 설명했다.
또 그녀는 <효리네 민박> 방송 이후 자신의 남편 이상순이 화제를 모은 것에 대해 "많은 시청자가 방송에서 자상한 이상순을 보고 너무 부럽다고 하더라. 여러분의 남편들도 돈을 안 벌고 편하게 살면 그렇게 잘할 수 있다. 그러니 방송을 보고 자괴감을 느끼거나 남편을 책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명제는 취업을 할 때도 정확히 동일하게 들어맞는다. 각자가 바라보는 기준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좋은 것'이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것'이 곧, 좋은 것일 뿐이다. 곧, 남들에게 좋은 회사라고 나에게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2. '다른 건 다 좋은데..'는 결국 안 좋다는 말이다.
친구들의 연애 상담을 해주다 보면 항상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있는데 ‘다른 건 다 좋은데 그거 하나가 별로야.’라는 말이다. 나이를 먹다 보면 연애를 시작하는 것도 어려워지는데 한 가지만 마음에 들면 만났었던 과거와는 달리 여러 가지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연애를 할 때 고려하는 조건은 아무래도 외모, 성격, 학벌, 회사, 경제적 조건 등이 있을 것이고, 취업을 할 때는 네임밸류, 안정성, 연봉, 재미나 흥미 등이 있을 것이다. 각각의 항목별로 본인이 생각하는 기준점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가만 보면 다른 것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결국 연애(취업)를 시작하지 못하거나 시작하더라도 금방 끝내는 경우가 다반수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다른 조건이 아무리 괜찮다고 한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3. 반대로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회사) 역시 없다.
주변에 보면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애인이 없는 지인들이 꽤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가만 보면 본인이 추구하는 일명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본인의 기준치를 낮추면서 까지 누군가를 만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종종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완벽한 이상형을 그리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회사)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나와 마음이 같아 연애를 시작하게 될 경우의 수는 훨씬 더 적다. (만약 이런 연애를 하고 있다면 서로에게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시길)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건 내가 뭘 원하는지에 대해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나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를 알고 있으면 좋은 사람(회사), 아니 나에게 맞는 사람(회사)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4. 회사도 연애처럼 썸 타는 기간이 필요하다.
보통 연애 시작 전에는 썸이라는 탐색기를 갖는데 이때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연애를 시작해도 좋을지에 대해 검증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확신이 안 생긴다면 본격적인 연애로 넘어가지 않는다.
적당한 썸 기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서로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도 없이 바로 연애로 들어가는 건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물론 그만큼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패스) 물론 둘의 마음이 같지 않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히려 서로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연애는 물론 행복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 정말 큰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사도 입사 후 3개월의 수습기간을 갖는데, 이는 회사가 입사자를 탐색하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입사자도 이 회사가 나에게 맞는지 탐색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면접이 회사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과 동시에 지원자도 이 회사가 나와 맞을지에 대해 검증하는 시간인 것과 마찬가지로 수습기간도 이러한 목적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5. 연애는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다.
요즘 사회에서는 덜 하긴 하지만 아직도 연애를 안 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종종 있다. 물론 연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마찬가지로 회사를 다니는 것도 돈을 벌거나 자아실현을 하기 위한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 일 뿐이다. 돈을 벌려면 무조건 회사를 다녀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오히려 요즘은 창업이나 부업 등으로 자기 일을 하면서 즐겁게 더 많은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도 많다. 혹은 회사를 돈을 버는 수단 그 자체로만 보고 회사밖에서 취미 등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어느 쪽도 틀린 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초년생으로서 회사생활을 경험해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므로 고려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회사생활을 통해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어떤 면은 조금 부족한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후 창업을 생각하는 경우에도 회사의 리소스를 활용해 이것저것 시도해 본다면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6. 정말 아니다 싶으면 빨리 끊어내는 것도 답이다.
주변에 보면 아닌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나가는 커플들이 있다. 이건 단순히 만나다 보면 좋아지겠지의 문제가 아니라 명확히 상대방과의 관계가 유지되기 힘든 이유가 있음에도 그 대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나의 경우에는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남들이 말하는 신의 직장인 인국공을 2-3달 만에 그만둔 적이 있다. 당시 내 나이 열아홉에 좋은 직장에 들어갔으니 주변에서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지만 나는 이 직장이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관료제의 끝판왕인 공기업에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고 상명하복 해야 하는 시스템이 숨이 막혔다.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개인적으로 나를 잃어버리는 연애(회사)는 끝이 좋았던 경우를 본 적이 없으므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인국공을 그만둔 지 딱 10년이 되는 지금. 해보고 싶었던 걸 실컷 해본 나는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