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도서관을 거닐다가 어떤 책이 눈에 띄었다. '지금 당장 퇴사하라' 라는 메세지가 담긴 책이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았길래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일까? 호기심이 들어 책을 읽었다. 안타깝지만, 내가 정말 싫어하는 부류의 책이었다. '내가 이렇게 해서 잘됐으니 너도 이렇게 해라.' 라는 식의 책.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 내려 놓으려 했지만, 편견을 버리자는 생각으로 조금 더 읽었다. 하지만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더 읽어도 저자의 태도가 바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다. 자신이 그렇게 해서 잘됐다고 남들도 그렇진 않을 것이란 걸, 사람들이 모두 제각각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인간은 연속적인 존재다. 지금까지 책을 한자도 안읽고, 글도 써보지 않았는데, 하루 아침에 글을 잘 쓸 수 없다. 만약 그 사람이 글을 잘 쓴다면 (그럴 확률은 매우 희박하지만) 그것은, 본인이 평소에 논리 정연하게 생각하고, 말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즉, 분명 그럴 수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은 연속적인 존재기에 인과관계가 명확하다. 늦잠 자는 사람이 늦잠자는 이유는 늦잠 자게 살아왔기 때문이고, 우연힌 계기로 강한 동기를 얻어 도전하여 성공할 수 있었던 사람은 그 동안 기반을 잘 쌓아왔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들은 기회가 오기까지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했단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단순한 사실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어쩌면, 현 사회가 결과중심의 사회처럼 보이기에 결과가 과정보다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과 사회는 모두 연속적인 개념이에. 과정 없이 결과는 없고 그런 결과에는 그런 과정이 있다.
즉, 책의 저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자가 적은 내용대로 행동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책 안에 모두 담을 수 없는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저자는 과거에 다녔던 명문대와 대기업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을 겪고, 노력하여 성공의 기반을 쌓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저자는 도전을 위한 강한 열정이 깊숙한 마음 한켠에 자라고 있었기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고작 한권에 담을 수 있는 내용도 아니며, 본인이 모두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독자가 그대로 따라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독자보고 당당히 '지금 당장 퇴사하라'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메세지의 억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라.' 라는 억양이. 나에게는 이런 억양은 마치 이렇게 들린다. '내 말대로 하는게 맞는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해.' 청자가 어떤 맥락에 어떤 상황에 있는지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그저 하라는 말을 내뱉는다. 너무 단순하지 않는가. 세상은 이토록 복잡한데, 어찌 이렇게 단순한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단순한 말을 당당하게 내뱉을 수 있는지 이해가지 않는다.
적어도, 이런 뉘앙스 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나는 퇴사해서 이런저런 과정을 통해 성공했다. 내가 이 책에 내가 겪은 일들을 적었으니, 한 번 참고해봐라. 도움이 될 것이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