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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Jan 16. 2023

꿈해몽

19금


어느 날인가 와이프가 볼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요새 당신 무슨 일 있어?”


“응? 무슨 일?”


“아니.. 나 요새 자주 꿈을 꾸는 게 있는데.. 기분이 너무 나빠.”


“응? 무슨 꿈인데?”


“음… 다른 게 아니라.. 요새 꿈을 꾸면 자꾸 당신이 누군가와 바람을 피우는 거야. 막 화가 나야 하는데, 왠지 당신이랑 상대방이 주인공처럼 나오고, 난 뭔가 비련한 조연처럼 나오는데.. 되게 기분이 나쁘거든. “


“엉. 개꿈이야.”



이런 이야기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면, 분명 30분간 귀찮아질 것임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본능적으로 파악한다. 개꿈이다라고 감정을 하나도 담지 않고 말하며 후딱 마무리해야 한다.


“아니, 그냥 개꿈이라고 하지 말고! 난 되게 기분이 나쁘거든?”


아.. 실수다. 30분짜리다.

바로 파악이 된다.


근데, 이건 뭐라고 반응을 해야 하지?

본인의 꿈속에서 내가 바람을 핀 것을 가지고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와이프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특별한 내용은 없다.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너무 단순 명료하다. 단지 그 꿈의 기분 나쁨을 나에게 토로하고 있는 중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듯 듣는다.

그러나 이미 와이프의 이야기는 오른쪽 귀로 들어와 왼쪽 귀로 빠져나간 지 한참 전이다.


고개는 끄덕이고, 와이프의 이야기는 새어 나가고,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두 눈은 핸드폰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다. 핸드폰으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음을 뒤늦게 발견한다.

검색어는 ”남편 바람 꿈“..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갑자기 머리가 환해짐을 느낀다.


유레카!


”여보. 여보. 이것 봐봐 “

난 와이프의 말을 끊는다.


”응? 뭔데? “


”자.. 잘 들어 봐. 와이프가 남편이 바람피우는 꿈을 꾸는 건, 부부관계가 좋을 때 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의 존재가 커지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커가며 꾸는 심리몽입니다. 이렇게 나와 있네!”


“응? 그렇대?”


“어. 우리가 완전 사이가 좋잖아. 그러니깐 여보가 이런 꿈을 꾸나 봐! 오호.. 내가 점점 더 좋아져? 사랑이 막 넘치나 봐~”


“모야~ 근데 그럼 나쁜 꿈이 아니란 거네?”


“응. 부부관계가 좋을 때 꾸는 꿈이라니깐, 꿈에서 그런 장면이 나오면 이제는 좋게 생각하면 되겠다.


“응.. 그런가?”


인터넷의 발명은 정말이지 환상적인 것 같다.

과거의 어르신들이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싸움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한큐에 검색하여 와이프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편리한가?


아.. 하지만 꿈해몽이 좋게 나왔으니 망정이지, 나쁘게 나왔더라면.. 어떤 방법을 써야 했을까?


음.. 생각하기가 귀찮다.






작은 소동이 끝나고 나서, 갑자기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육아휴직을 하면서부터 복귀한 현재까지도 안 꾸는 꿈이지만, 육아 휴직 전, 내가 정말 힘들었을 때.. 거의 몇 달간을 눕기만 하면 꾸던 꿈이 있었다.



난 왕이거나, 거의 왕급의 존재이다.

그리고 내 앞에는 무수히 많은 여인들이 나체의 상태로 서 있다. (거의.. 의자왕급이다.)

내가 어디를 가건 나체의 여성들이 쫓아다니며 시중을 들고, 난 음흉한 마음에 그들과의 뜨거운 거사를 시도한다.


그런데!!

그 많은 여성들 앞에서 내 소중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떤 행동을 해도 풀 죽은 듯 반응 없는 이 친구에게 화를 내다가, 거사를 치루기도 전에 기운이 다 빠지게 되니, 나도 절망감에 휩싸인 채 잠이 깬다.



어쩌다가 한 두 번 꾸는 꿈이라면 모르겠으나, 내 인생의 가장 힘들던 시절, 몇 개월간 똑같은 꿈을 반복해 꾸다 보니, 항상 깨고 나면 찜찜한 맘이 들곤 했었다.


그러다가 육아휴직을 하게 되며 이 꿈은 사라져,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지금까지도 비슷한 꿈은 꾸지 않지만, 와이프와의 작은 소동 이후 그런 꿈도 꿈해몽이 있나? 찾아보게 된다.


‘여러 여자 꿈’

인터넷을 검색하니..


오! 진짜 이런 꿈도 꿈해몽이 있다.


Q: 한 남자가 여려 여자와 으싸으싸(적나라한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하는 꿈은 무엇인가요?


A: 으싸으싸를 시작했거나 만족스러우면 일의 성취를, 시작되기 전에 실패하면 일에 장애를 만나거나 실패함을 의미한다. 어쩌고 저쩌고….. 한 남자가 여러 여자와 으싸으싸 하는 꿈은 즉시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일거리가 몰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꿈이다.



헐..

난 지금까지 욕구불만에 대한 어떤 표출이 아닐까? 또는 그냥 개꿈이구나? 라며 생각을 했었는데,

저 이야기를 내 꿈과 조합을 해 보면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일거리가 몰리고 있는데, 장애를 만나거나 실패함을 의미하는 예지몽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내 당시의 현실과도 너무 맞아떨어지는 일들이 꿈에 투영되었었나 보다.


사실..  

성공은 못하더라도, 나체의 여성을 꿈속에서라도 보는 게 어디야? 하면서 그 꿈을 다시 한번 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최근에 몇 번 있긴 한데, 지금은 스트레스 지수가 낮기에 안 꾸는가 보다.. 생각하니, 너무 다행이다란 생각이 든다.



까짓 거 사람 알몸 봐서 뭐 하나?

그것도 꿈에서.

맘 편하게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훨씬 좋다.



P.S. 작가는 여성을 비하하거나 하는 막돼먹은 생각을 살면서 일도 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단지 꿈 이야기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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