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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Jan 23. 2023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하는데..


큰일이다.


올해부터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하는데, 내 인생 통틀어 지금이 가장 진지하지 않고, 가볍게 살고 있다.


도통 하늘의 뜻을 모르겠다.





29살.

30살이 되기 약 한 달 전.

기분이 되게 묘했던 기억이 난다.

드디어 20대가 끝나는구나..라는 아쉬움과 30이라는 나이가 주는 ‘정말 어른’이라는 느낌에 기분이 우울해지고는 했는데, 이 우울감을 매일 생각한 것은 아니고, 한 달 동안, 어느 날인가 갑자기 ‘훅~’하고 나에게 들어왔다가 ‘훅~’하고 빠져나가길 반복했었던 것 같다.



39살.

40살이 되기 약 한 달 전.

이때도 기분이 좀 묘했다.

‘40’이라는 나이는 30대와는 다르게 진짜 사람을 ‘고루해’ 보이게 만드는 느낌이 있었다.

‘나의 ‘마지막 젊음’은 이제는 정말로 사라지는구나’라는 생각에 이때도 약간 우울했던 것 같은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당시에는 큰 아이가 너무 어렸기에 애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 나이의 앞 자릿수가 바뀌는 것에 대한 생각을 30살이 되었을 때보다는 잘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49살.

50살이 되기 약 한 달 전.

이때는 29, 39에서 앞자리가 바뀔 때의 감정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그냥.. ‘빨리 50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입사를 하던 이십몇 년 전에는 회사 주변을 돌아다니면 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요새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곳을 걷다 보면 이십몇 년 전의 내 또래들만이 여전히 주변에 널려 있는 느낌이다. 어딜 가건 아저씨, 아줌마들이고, 젊은 사람들은 간혹 가다가 눈에 띌 뿐이다.


나이를 먹고, 나름 회사에서 위치가 올라갔음에도, 외부의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40대 후반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라도 하면, “아휴~ 아직 40대시면 젊네요.”라는 이야기를 몇 년 전부터 듣다 보니, ‘아.. 이럴 거면 빨리 50이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2023년.

드디어 50이 되니.. 진짜 맘이 편하다.


‘그래 이것들아! 나도 어디 가서 더 이상 젊네요! 란 소리 안 들을 수 있어’ 란 생각에 뿌듯하다.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할 나이에, 나이 먹었다고 좋아라 하는 나는 뭔지..


게다가 살면서 가장 나이를 먹은 이 순간, 과거의 어느 때보다 가볍게 살며, 어린 시절에도 하지 않았던 잡생각에 사로 잡혀 살고 있는 것은 또 뭔지..


그래도..

누가 쫓아오지 않음에도 뭔가에 쫓기듯 여유 없이 살며, 긴장한 상태로 모든 것들을 바라보며, 항상 궁핍하다 느끼며 살았던 과거 보단, 몸에 들어간 ‘’을 빼고, 상당 부분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서 살 수 있는’ 지금이 좋다.


하늘의 뜻까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삶의 뜻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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