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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이 Jan 19. 2024

외부 강사가 인생선배가 되다.

"  모든 것에 관심 갖고 소통해야 내가 더 성장한다. "

연말부터 새해가  되면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과  새 학기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 선생님 아이들 이동 있나요?"

" 네 선생님~ 누구, 누구는 유치원으로 간데요! "

" 그래요? 선생님 섭섭하시겠어요!"

라는 식의 우린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어린이집 원아모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아이들은 없는데 주변 국공립이 많이 있어서 원장님과 교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의 어린이집에 수업을 나간 지가 15년 가까이 되었다.

처음  수업을 갔을 때 초임으로 계셨던 20대 선생님께서 결혼하출산 후 육아 휴직 후 복직하고 시간이 흘러 어린이집 원장님까지 되었다.

또한 7년 전에 실습생으로 와서  너무 아이들에게 지극정성으로 수업을 잘하던 누가 봐도 탐날만한 훌륭한 실습 선생님이 지금 6~7세 반 담임교사다.


수업을 다니다 보면 처음에 그 환경에 적응하고 아이들과 수업하는 것에 긴장되고 서로 익숙하지 않아

내가 할 수업에만 충실하는 것이 최선인 줄 알았다.

한 곳에서 몇 년을 꾸준히 다니다 보면 아이들이 동생반에서 형님반으로 교실을 옮겨 가면서 성장하듯 어린이집에 근무하선생님들과 강사인 나도 함께  한 식구처럼 분위기가 무르익어간다.




주 1회 수업으로 요일이 결정이 되면 다른 어떤 좋은 곳에서 수업이 들어와도 동일 시간대에는 수업을 갈 수 없다. 한 어린이집에 10년 넘게 수업을 다니다 보면 여러 명의 교사들이 바뀌원장님들도 이동이 있다.

강사인 내가  원장님보다 더 오랫동안 그 원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원들도 간혹 있어서 신입 교사에게 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하는 눈치 빠른 여우 강사가 되기도 한다.


주차장에서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산책로로 펼쳐져 있는 짧은 길에서도 계절의 변화도 해마다 비슷한 느낌으로 반복된다. 겨울 햇볕이 유독 잘 드는 화단에 한 두 송이 철쭉이 봄인 줄 착각하고 피는 모습을 해마다 경험하며  웃기도 한다.


오래된 은행잎과 모과나무에서 가을이면 모과가 뚝뚝 떨어져 있기도 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는 오래된 나무숲길에 소박하게 포도나무를 심어 주렁주렁 달려있는 포도송이를 감탄하며 가을을 보낸다.

사계절을 느끼며 한요일에 습관적으로 수업을 다니지만 가슴 설레게 하는  가장 으뜸의 시간은 역시  신학기의 봄이다. 짹짹~ 새소리 들으며 수업을 가는 설레는 봄은 늘 언제나 나를 신입강사의 마음을 갖게 한다.




최근 담임선생님이  평상시와 다르게 얼굴에 근심이 있어 보였고 수업 후  여유가 있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20대 후반이 된 선생님과 나는 20년이 넘게 차이가 나지만 함께 지켜본 시간이 있어 스스럼없이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한다.

" 새 학기에도 선생님 이 교실에 계시나요?"라고 물으니, " 저 아이들과 함께 졸업하려고요! "라고 대답하신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열심히 아이들을 1년 동안 사랑 듬뿍 주며  잘 돌봤는데 유치원이나 다른 원으로 옮긴다고 할 때마다 너무 맘이 속상하다고 한다.


20대 후반의 주변 친구들도 연봉을 올리기 위한 이직 을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결혼도 곧 있으면 해야 하고 요즘 시대에 결혼 후 내 집마련과 독립생활을 해야 하는데 어린이집 교사 호봉은 1년에 조금씩 밖에 오를 뿐 물가대비 너무 낮다고 한다.


그리고 업무적으로 어린이집 교사들이 관리하고 작성해야 할 서류들이 너무 많아서 평일에도 아이들 수업뿐 아니라 서류 처리를 주말까지 집에서 해야 할 정도라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조차 없고 나의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 수업이 끝난 10분 정도 시간 안에 소탈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는 외부 강사로 겉치레 대답을 했다. " 그래요! 맞아요~ 다른 일을 해도 되지요! 선생님은 참 잘하실 거예요! "라고 했지만, 잠시 후 선생님의 표정을 보고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생 선배가 되어 있었다.


" 선생님은 교사로서 아주 훌륭하신 분이고 만약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지금 일을 하면서 교육 연구 쪽 일을 겸해서 하고 3년 안에 결혼하고 아이 낳고 휴직하며  정부에서 주는 혜택 받으시면 어떨까요?"라고 서로가 개인사정을 잘 알기에 편하게 대화를 한다.

" 나의 성공 시간을 늦춰서  20대 30대가 아닌  40대 50대를 보고 계획을 잡으면 어떨까요?"

" 결혼을 한다면 그래도 안정적인 급여는 받을 수 있으니 둘이 벌면 금방 모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 어릴 때에는 돈이 많이 안 들어가는  점점 클수록 더 많이 들어간다니깐요! "


오지랖 넓은 수다쟁이 강사로 보이지만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가 되어 말을 하니 나를 오랫동안 지켜본 선생님도 말을 신뢰하며 편하게 들어주는 우린 편한 친구, 동료, 친한 언니가 되어준다.




같은 곳을 같은 선생님들과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우린 외부 강사가 아니라 그 요일만큼은 그 어린이집의 교직원이다라는 생각을 하라고 강사들께 늘 말한다.

수업을 한다고 해서 아이들하고만 소통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도 관심을 갖고, 수업하는 아이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면 늘 소통하고 있던 교사들과 언제든지 아이에 대해 물어보고 도움 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 담임 선생님과의 소통은 정말 중요하다.


수업 후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는 사실 개인의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되어 본인 선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지만 잠시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며 공감해 주는 인생 선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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