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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이 Jan 21. 2024

점토로 표현하는 소망 글쓰기 (2)

"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글이 되면 소망이 이루어진다 "

지난주 어린이집에서 활동했던 소망 글쓰기 수업을 다른 유치원 7세들과도 수업을 했다. 어떤 수업이든 유치원, 어린이집 친구들의 반응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원들마다 특색 있는 분위기와 교육 환경에 따라 아이들의 지도방법과 표현활동은 약간 달라질 수 있다.


금요일은 대방동에 있는 유치원에 수업을 간다. 늘 그렇듯 보따리를 들고 현관 앞에 두고 실내화로 갈아 신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정면에 보이는 원장님 실을  확인하고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바로 옆 화장실에 다녀온 후 지하 강당 교실로 이동한다.

매주 반복되는 이동순서는 운전면허 시험장의 T코스와 비슷하다.


지하 강당은 밝고 깨끗하게 마련이 되어있다. 미끄럼 계단도 있고 내려가면 큰 주방이 먼저 보인다. 주방 선생님께도 큰 소리로 인사하고 늘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인품이 훌륭하신 선생님이 계신다.


빨리 교실로 이동해야 하는데 주방 선반 위에 남은 반찬통에 둥근 어묵조림이 맛있게 올려져 있었다. 

어묵볶음이 맛있어 보인다라고 말을 하니 주방 선생님은 밥 먹고 가라면서 밥통 속을 빼서 통째로 가지고 오신다. 급히 간식용 식판에 밥과 어묵 그리고 닭고기가 들어간 볶음 소스를 올려서 먹으니 어머나! 예상했던 어묵보다 이 덮밥에 올라간 소스가 너무 맛있다.


"선생님! 이게 무슨 소스로 만든 거예요? "라고 물으며 "바비큐 소스에 닭 살을 재워두었다가 볶은 거예요!"라는 요리 비법을 들으며 허겁지겁 밥을 급히 먹으니 지나가던 영양사 선생님은 "천천히 드세요!" 하며 걱정해 주시는 여기는 참 좋은 분들이 모두 모여있는 집합체이다.


그래서 나는 이 유치원을 참 좋아한다. 푸짐한 인심과 너그러운 성품을 지닌 분들이 많아서 나 또한 아이들에게 언제나 너그럽게 푸근하게 엄마 같은 선생님이 되다 보니 아이들 또한 나를 너무 좋아한다.

밥을 반쯤 먹으니 수업을 들으러 오는 아이들이 계단에서 하나둘 내려온다. 주방 앞에 큰 보따리 두 개는 내려놓고 인간의 가장 기본 욕망인 식탐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금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몇 명 내려오니 먹던 밥을 들고 가방과 함께 교실에 가서 서서 아이들에게 "유치원 밥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그리고 선생님이 배고파서 먹고 해도 될까?" 하니 "네~ 선생님! 우리 유치원 밥 정말 맛있어요!"라고 말하는 순수한 아이들이다. 내가 밥을 먹고 있으니 역시 눈치 빠른 여자친구들은 "선생님 밥 먹을 동안 우린 물 마시고 와도 돼요?" 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밥을 먹고 에너지를 충천했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사실 다른 원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행위이며 강사로서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이 모든 것을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시는 모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기에 "일명 누울 자리 보고 다리를 뻗는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클레이로 글쓰기 과정을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먼저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설명을 고급지게 아니 논리적으로 분위기를 몰아본다.

"오늘의 주제는 점토로 소망 글쓰기를 할 거야!" 소망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선생님의

말을 따라 해 보라고 한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이 글이 되면 소망은 이루어진다." 유아들이 듣고 이해하기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단어를 하나씩 나누어 이해하면 어려운 말이 없다. 단, 순서에 따라 기억을 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아이들은 벌써 클레이를 받자 말자 반죽하고 색을 만들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선생님의 말을 기억하고 정확하게 하는 친구는 예쁜 색깔 클레이를 하나 더 주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집중해서 듣는다.

전체를 한번 더 설명하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친구들은 손을 들고 발표해 보라고 하니, 재미있게 순서가 살짝씩 달라지기도 하고 예상하지 않은 문제를 급히 외우려 하니 어려워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조용히 듣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도 있다. 늘 수업에 집중하며 차분하게 참여하는 세연이가 손을 들더니 "생각은 말이 되면 말이 글이 되고 소망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한다. 정확하게 딱 맞지 않지만 전체 흐름이 맞아서 친구들의 칭찬 박수를 받게 된다.


이렇게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면서 흥분된 수업 분위기를 가라앉히며 집중하며 글 쓰기 놀이를 진행한다. 아이들의 소망 이야기는 곧 있으면 초등학교에 가야 하니 "수학을 100점 맞고 싶어요, 영어를 잘하고 싶어요, 미술을 잘하고 싶어요, 남을 도와주고 싶어요 , 공부 열심히 하고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라고 다양한 표현의 알록달록 글씨가 아이들의 순수한 생각 글과 그림이 되었다.


특별활동이라 한 명 한 명씩 인증 사진을 찍어주고 사진을 찍은 친구들은 미션 성공 하였기에 자기가 만든 클레이를 모두 합쳐서 지퍼팩에 담아 가지고 가는 놀이식 수업이다.

학기 초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내가 정성껏 놀이한 것을 어떻게 뭉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을 테지만 학기말 졸업을 앞둔 아이들은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완성품 보다 활동과정을 즐길 줄 아는  여유와 안정감을 찾은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원장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노크를 하는데 원장님께서 이야기 좀 하고 가라고 나를 부르신다.

여기 유치원 원장님은 아이들의 대한 교육철학이 분명하시고 외모는 세련되게 생기셨지만 언제나 소탈하게 대해 주시면서 소녀 같은 매력을 지닌 분이다.


계단에는 작년 졸업생들의 동시가 전시가 되어 있는데 여기 유치원은 아이들이 쓴 동시와 그림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어 졸업식 때 나간다고 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글씨와 그림도 너무 예쁘고 창의적인 동시집은 정말 그 어떤 책 보다 순수하고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오늘 아이들과 활동한 수업에 관해 말씀을 드리니 너무 좋은 것을 했다고 하시면서 작품으로 보이는 결과보다 아이들의 순수한 과정을 중요하게 하는 교육방법이 참 교육이라고 칭찬해 주신다.

또한 글쓰기에 대한 자기표현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시기 위해 작년도 아이들 동시집과 올해 자료를 책장에서 꺼내서 보여주신다.


7세 아이들이 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완벽한 글솜씨와 순수한 그림들이 감동을 더 한다.

동시집 속에는 아이들의 졸업사진이 함께 들어있고, 아이들 한 명씩 자기의 모습을 캐릭터로 그린 페이지를

보여 주면서 이 그림을 그린 아이와 캐릭터가 똑 닮았다고 웃으면서 자랑하신다.


이렇게 아이들이 만든 하나하나의 작품을 소중하게 생각하시고 순수함을 지켜주기 위해 애쓰시는 원장님의 모습이 존경스럽고 또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질 만큼 소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원장님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좀 전에 활동한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해서 카톡으로 보내고 나니 "이런 식 수업이 되어야 해요! 초심을 잃어가는 수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라는 말씀을 한다.

유아들이 스스로 참여하면서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마음속 생각을 글로 쓰고 글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 후 그림이나 만들기로 표현하는 이 활동이 바로 예술이다.


매달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수업을 바로 진행하면서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확정하기까지 가장 우선은 아이들의 반응이고 두 번째는 교사들의 반응이 중요하다. 그런데 진심이 가득한 관심을 갖고 유아교육의 초심을 논하는 원장님의 말씀에 자신감을 더 갖게 되었다.


모든 원장님들이 생각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이런 선한 영향력이 다른 원장님들께도 전달되어 아이들을 위함이 무엇이 우선인지 외부 강사 선생님들께 확신을 심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님은 쪼점시(쪼물딱 점토놀이 시니어 강사단)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말씀드렸었는데 너무 훌륭한 일이라며 원장님이 추후 고문이 되어 줄 테니 시니어 강사선생님이 수업을 가고 싶다면 여기 유치원에 가장 먼저 와서 수업을 하고, 실습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고 적극 지원해 주겠노라고 하신다.


점토로 소망 글쓰기(1)에서 나의 소망이 "쪼점시를 세상에 알리겠다"라고 쓴 나의 소망이 이루어지고 있다.

"생각이 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면  소망이 이루어진다!"라는 확언의 결과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나의 인생의 돛이 활짝 펴졌고 끝없는 바다 위에 배를 띄웠으며 바람에 방향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배안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고 즐겁게 노를 젓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행복하다.


"어떤 재료이든 어떤 글이든 어떤 내용이든 진실과 절실한 마음을 담아 글로 표현해 보면 반드시 소망하는 것은 이루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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