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변함없이 특성화 활동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 2023학년도를 마무리하며 2학기 유아 개인 평가서를 준비하고 계시죠? "
" 1월 30(화)까지 유치원 메일로 제출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학기말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유치원 원장님의 특성화 수업 강사님들 방에 올라온 문자 알림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빨리 대답 문자를 보낸다.
"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벌써 2학기를 마무리하네요."
" 시간을 여유 있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답을 1등으로 보낸다.
그동안에는 평가서를 1월 초에 보내드렸는데 아이들을 더 관찰할 수 있고, 평가서 작성을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서 감사했다.
아이들과 수업하는 원들마다 모두 평가서를 쓰지는 않는다. 여기 유치원은 꼭 학기말이 되면 정확한 양식과 활동사진 3~4장, 학기별 활동 개인 평가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렇기에 예전에는 다른 원과 달리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담도 되었지만 그 또한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니 이 또한 나의 강사활동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배운다.
처음에 평가서를 쓸 때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기억하기까지의 과정과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아이들이 반별로 20명이 넘는 친구들이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평가서를 쓰는 날이 다가오면 점점 스트레스가 되어 억지로 숙제를 해야 하는 마음과 아이들이 그동안 활동할 때의 기억이 헷갈리기도 한다.
만 3세 개구쟁이 아이들은 한여름 소나기 같은 성향을 가진 재미있는 성품들과 각각의 성장 속도와 발달 정도가 차이가 많이 나는 연령이라서 더더욱 특징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른 원들의 업무 양식과 달리 이 유치원은 학기별로 개인별 성향을 적을 수 있는 파일을 따로 정리해 두었다.
가장 먼저 첫 수업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라고 하고 아이별로 출석부 옆에 체크를 해서 온다. 어떤 색을 가장 좋아하는지, 독특한 표현과 언어, 자기 작품에 대한 이야기, 좋아하는 주제는 무엇인지를 그때그때 정리를 해 둔다.
이렇게 꼼꼼하게 계획하고 정리하지 않으면 1학기, 2학기는 금세 지나가고 평가서를 써야 하는 날이 다가오면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한 명, 한 명 친구들의 진정한 이야기를 적지 못하고 둥글둥글한 비슷한 내용을 영혼 없는 칭찬의 메시지로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럼 평가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작성해야 할까? 에 대해 나의 방법을 적어본다.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활동 모습을 찍은 아이들의 사진을 파일로 간직하며 파일 명을 무슨반 이름을 적어서 저장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친구의 사진을 이름별로 분류해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사진 파일을 정리하다 보면 어떤 친구는 학기 내내 거의 같은 옷을 입고 오는 친구도 있다.
추측하건대 엄마가 요일별로 옷을 정해두고 입혀서 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난다. 사실 강사인 나도 몇 안 되는 옷가지로 번갈아 입고 다니다가 같은 요일에 반복해서 같은 옷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어떤 친구가 " 선생님 옷이 그것밖에 없어요? "라고 하는 말을 듣고 당황해했던 일도 생각이 났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어라.
아이들은 완성한 작품을 보여주면서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말할 때가 있다. 나는 이때 급히 뭐라고? 하면서 빨리 나만 읽을 수 있는 빠른 글씨체로 메모를 해 둔다. 그리고 파일에 입력을 해 둔다.
유아들은 상상 속에 사는 천사 같은 아이들이라 그날의 감정에 따라 순수한 언어 표현은 어떤 유명한 동화 작가도 못 만들어 낼 만큼의 재미있는 창작 이야기를 보따리를 몸에 지니고 있기에 그 보따리가 풀리 때에는 얼른 주워 담아야 내 것이 된다.
아이들의 표정을 잘 관찰한다.
점토 수업하는 교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한 줄 기차로 입장하며 들어오는 아이들의 그날그날의 표정을 본다. 간혹 결석도 아닌데 늦게 오면 분명, 담임선생님과 어떤 일로 상담하고 오는 것을 알기에 모른 척하면서 관찰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기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내가 만든 작품이 무척 마음에 들 때보다 잘 안될 때가 찾기가 쉽다.
표정을 보고 도움 요청을 하지 않아도 옆에 가서 조용히 도와준다. 하지만 간혹 표정은 도움요청인데 스스로 하겠다고 거절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렇기에 교사가 중심 책상에서 앉아 있으면서 1대 다수의 아이들을 관찰하는 데에는 행동과 표정을 잘 지켜보면서 움직여 주어야 전체 진행에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메모해 둔다.
다양한 성향을 지니고 있는 친구들은 유독 색깔 섞기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부드러운 성질의 클레이를 좋아하는지 의외로 편안한 흙놀이에 관심이 많은지,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물감놀이에 관심이 있는지 등 점토의 종류에 따라 아이들의 선택적 반응을 체크해 두어야 한다.
반면, 유독 싫어하는 점토의 종류나 주제 놀이가 있는지도 함께 파악해 두는 것이 평가서를 쓸 때 그 친구의 성향을 파악하여 정확한 전달을 할 수가 있다.
아이들이 완성한 사진도 찍어두어 그 순간을 기억한다.
같은 주제로 활동을 하지만 아이들만의 작품 표현은 손끝의 표현기법과 색깔 자유 선택에서 각각 다르게 완성이 된다. 그래서 강사인 나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많이 배우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쩜 이런 방법을 이런 식으로 표현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감탄과 창의적인 표현기법을 배워서 다른 곳에서 교육할 때 참고하여 나의 생각인 듯 눈높이를 맞추어 아이들에게 활동 지침서를 만들며 나는 아이들의 지혜를 잘 훔치는 도둑강사가 되기도 한다.
칭찬과 격려, 응원, 감사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는다.
학기 초에는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연결하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학기말에는 학기 초와 달라진 점을 연결하여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없이 수업할 때 힘들었던 점은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추억이 된다. 그렇기에 발전하고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작성하고 지금의 과정이 끝이 아니라 유아기를 거쳐가는 초입길이기에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경험을 통하여 호기심을 키우고 손끝에서 느낌 점토의 경험은 지금부터 모든 활동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학기 초에는 색깔 이름조차도 부끄러워 큰소리로 말을 못 하고, 점토 반죽이 어려워서 뜯고 밀기로만 놀이했던 아이들이 반복적인 경험과 수업을 통해서 스스로 점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편안하게 놀이하는 그 모습이 큰 교육적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그러기에 그동안 열심히 참여해 준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말은 "칭찬 많이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끝인사의 글로 마무리한다.
평가서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사실 강사가 되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하기에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글로 적으니 일이 많고 사진을 넣어야 하니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글로 쓴 것을 말로 하면 1분도 안 걸리는 말들이다. 과연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에 대해 1분도 할 말이 없다면 과연 내가 지금 강사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수업 후 돌아와서 교육일지를 매번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출석부, 수업 내역서, 활동사진만 파일로 보관하고 있다가 10년 전부터 교육일지를 작성하자는 제안을 했고, 처음에는 사무실 강사선생님들은 번거롭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었기에 업무적으로 기본에만 충실하게 작성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자 나와 다른 강사 선생님들도 반복되는 일상을 의미 없게 쓰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부터는 점점 수업하고 와서 일기 형태로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이 또한 습관이 되어버린 지금은 수업하고 난 후 그날의 교실의 분위기, 아이들의 독특한 발상, 담임교사와의 특별한 전달 사항 등 사소한 이야기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록하는 습관이 길러졌다.
신입 강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이 수업 일지 정리하는 일인데 처음에는 원장인 내가 매일매일 검토하는 줄 알고 의식하는 글을 써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일기처럼 쓰게 된다. 또한 글쓰기도 닮아간다고 나의 글 쓰는 습관을 닮아 오히려 더 잘 쓰고 있는 강사도 있다.
그래서 가끔 대체수업을 해줘야 하는 경우에는 그 선생님의 수업 일지를 보면 그 원의 그날의 프로그램의 반응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서로 도움이 된다.
또한 간혹 결석하거나 그날의 특별한 사항이나 메모를 증거자료로 남겨야 할 중요한 이야기도 글 속에 남겨서
시간이 지나 도움을 주기도 한다.
매일매일의 수업을 기억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추억하며 한편에 적어둔 일지를 읽으면 몇 년이 지나도 그날의 수업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이젠 성인이 되어있을 모습도 상상하게 된다.
이렇듯 아이들에게 쓰는 평가서는 훗날 나의 강사의 삶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나의 평가서가 되기도 한다.
또한 강사인 내가 나를 평가하는 스스로 평가서도 써보길 추천한다.
" 마음을 담아 긍정적으로 관찰하며 희망을 적은 메시지를 평가서에 사랑스럽게 표현한다."
( ** 유치원 2학기 평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