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 강사 생활 26년 차에 들어섰다. 수많은 아이들과 다양한 교사, 원장님들을 만나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야기보따리를 싸고 있다.
20대 보따리 강사일 때에는 알고 있는 얕은 지식과 경험으로 믿는 구석 하나 없는 젊음을 담보로 눈에 보이는 아이디어만 쫓아가며 하루살이 강사로 살았다.
30대 보따리 강사일 때에는 눈치를 보면서 순종하는 강사였다. 고객들을 위한 맞춤식 수업을 했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최고이고 최선인 줄 착각하며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 강사로 살았다.
40대 보따리 강사일 때에는 요령이 실력인 줄 착각하며 나의 눈앞의 이익을 챙기지 않는 척하며다른 강사들을 양성하는 줄 착각하며 그들이 힘들어하는 점을 진심 눈치도 못 채고 세상이 모두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하며현재의 삶을 유지하는 강사로 살았다.
50대 보따리 강사가 되어보니 그동안 점토 강사로 살아오면서 몸에 스며든 강의 스킬이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녹아내려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원장 강사가 되어 있었다.
또한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내리고, 수업 가는 원에 선생님들을 보면서 진짜
찐 교사와 헛교사를 구별할 수 있는 내공도 생겼다.
발행된 브런치 글 중에서 " 강사는 보따리장수"라는 글 속에 나에게 어묵 국물을 흔쾌히 내어주시던 선생님과 "나중에 우리 소주 한잔 해요!"라는 내용은 쓰지 않았지만 수업을 들어가야 하는 급박한 순간에 농담인 듯 진담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1년이 지나 동네 맛집인 항아리 보쌈집에서 퇴근 후 드디어 만났다.
선생님은 내가 수업하는 7세 반에 보조교사로 계셨다. 늘 수업을 할 때 조용히 관찰하시고 센스 있는 도움을 주시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사용하시는 언어가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고정확한 교육적가치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으며 선생님은 나에게 유아교육을 전공하셨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시면서 나의 교육 스킬에 대해 칭찬해 주시고, 특히 아이들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도입에전체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그 강점에 늘 아낌없는 감사의 말씀을 해 주셨다.
그런 선생님이 궁금해서 원장님께도 참 좋은선생님이신 것 같다고 여쭤보니 임용고시를 준비하시는 선생님으로 몇 번의 시험을 보았지만 합격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인정받는 교사였다.
그 후 선생님은 작년 새 학기부터 다른어린이집으로 이직하셔서 함께 할 수 없었다.
잊고 있던 작년 가을 카톡 문자가 왔다.
선생님이 옮기신 어린이집에 수업 요청이 왔고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얼마 전 재료 생산 수급이 잘 안 되어 고민이라고하니 "선생님이 콘텐츠인데 재료가 무슨 상관이에요!"라는
말로 나의 그동안의 고민을 깔끔하게 정리하게 해 준 분이다.
새해 탁상달력을 만들어 네이버 스토어에서 팔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달받고 그 선생님의 열정을알고 응원하기 위해 주문을 했었다.
일명 "강교사 탁상달력" 직접 그린 디자인과 내용들로 만들어진 첫 번째 작품이었다.
우리는 보쌈 2인세트를 시켰고, 치질 수술로 술을 못 마시는 나는 소주잔에 생수를 채우고 선생님은소주를 채워 열정의 대화와 그동안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가기 시작했다.
늘 성숙한 행동과 바른 말투, 긍정적인 교육 가치관을 가졌기에 선생님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는데
알고보니 20년 차이가 나서 서로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공통된 부분이 나이 차이보다 더 많았다.
도전, 열정, 삶을 대하는 태도, 사고, 계획, 가정이야기, 둘째 딸 등 비슷한 부분을 찾으려 하지 않아도 서로 이야기를 오고 가면서 나누는 대화 속에는 맞아 맞아! 하이파이브 손바닥을 치면서 서로의 말에 응원하고 긍정하며 즐거운 시간을 나누었다.
어느 정도 삶의 이상에 대한 대화의 끝에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30대인 선생님의 최근 고민은 친구들 또래에 비해 가정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서 경제활동에 대한
현타가 와서 힘들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30대의 고민을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삶의 역경을 넘어온 20년 차이의 50대 아줌마 강사의 내공 있는 엉뚱한 말이 툭 나왔다.
가끔 나의 돌발적이면서 창의적인 상상 속 이야기는 곧 현실이 된다는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 아래의 글은 강교사께 드린 말을 이야기로풀어본다.)
나는 세상에 돈이 참 신기해요. 숫자세상에 사는 것 같아 매일매일 신기해요.
카드 하나 준 것 밖에 없는데 오늘처럼 맛있는 보쌈 정식을 내어 주고, 카드 한 장 주었는데 물건을
주고, 나는 열심히 수업 다니고 월말이 되면 카드 한 장 받아서 카드기에 쓱~ 긁어서 결재를 받잖아요.
그럼 이틀 안에 통장에 숫자가 찍혀요.
그리고 월급날이 되면 나에게 핸드폰으로 띵동 문자가 와요. 수고했어!라는 말이 아닌 숫자만 찍혀요.
우린 숫자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그냥 카드 한 장과 숫자에 고민하고 행복해하고 일하는 어찌 보면 간편하고 간단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 이런 세상에서 나를 속여 보세요!
가짜 수표 한 장 1억을 만들어서 국민은행 통장 속에 고이 접어서 이건 10년 동안 찾을 수 없는 귀한목돈이다라고 생각하시고 진짜 예금되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말하세요! 1억을 열심히 모아서 저축해 두었는데 10년 만기라 중도해지하면 손해를 보게 되어 찾을 수 없는 돈이라고요!
그럼 선생님 마음은 어떨까요? 1억이 통장에 있는데 얼마나 여유가 있겠어요!
통장에 있는 몇백만 원은 그냥 여윳돈이 되고 또 10년 동안 열심히 모으면 1억에 추가로 저축이 된다고
생각하니주변 친구들과 비교도 안되고 긍정적인 경제활동을 하면서가족을 좀 더 보살피고 나의 꿈을 위해 지금처럼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선생님은 10년 뒤에 선생님의 가치와능력이 1억 이상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말이 끝나니 선생님은 소름이 끼친다면서 이런 생각은 전혀 못했다고 했다.
선생님은현재 인스타 강교사로 2600명의 팔로워가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이 잘 짜인 능력자이다. 이번에 발행한 탁상달력도 150부를 찍었는데 모두 완판 했다고자랑한다.
이렇게 능력 있고 늘 바른 교육과 인성, 아이들에게 참 교육을 지도하고 있는 경력 8년 차 30대 현직 교사!
사실 이 선생님을 만나기로 한 약속도 우리 쪼점시 회원님들에게 강의를 부탁하기 위해 벌써 전부터계획을 하고약속을 잡았다.
역시 나의 사람을 보는 판단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스스로 인정하며 확인한다.
현직 교사가 전하는 교육 그리고 늘 공부하고 열정 가득한 선생님에게 쪼점시(쪼물딱 점토놀이 시니어 강사단) 계획과 방향에 대해말을 했고 흔쾌히 강의해 주겠노라며 나보다 더 좋아하는 강교사다.
20년의 나이차이가 오늘은 조금 부러웠다. 정신없이 달려온 나의 젊은 시절의 열정을 지나오니 어느덧 중년이 되어버린 현실,하지만 나도 가야 할 길이 있기에 나이 숫자를속여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은 정말 혼자보다 함께여야 한다는 것을 또 배운다.
맛있는 식사와 이야기 그리고 열정에 흠뻑 취한 분위기 속에 강교사에게 1억을 준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무척 좋아지고 그동안의 현실 고민이 맑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둘 다 또 하이파이브를 하며 깔깔 웃었다.
그렇게 행복한 만남을 보내고 돌아오며 나도 "10년 만기 복리식 정기예금"에 얼마를 만들어 볼까에 대해 고민해 본다. 10억.. 20억...
"나의 가치를 찾고 지금 내가 가진 숫자로 내가 꿈꾸는 목표를 이뤄간다면 내가 묶어놓은 금액만큼의 가치는 분명 나에게 복리가 되어 약속한 시간에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