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신학기가 시작되었는데 설렘이 있어야 하는 3월인데 뭔가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마음이 힘든 상황이었다.
26년간 고집해 오던 칼라믹스 점토가 생산은 되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점토를 반죽해 보니 너무 딱딱해서 반죽이 잘 안 된다. 색깔은 예전과 같은 상태인데 반죽을 해보니 점성이 없고 서로 뚝뚝 떨어진다.
연간 계획안을 2월 전에 각 어린이집, 유치원에 이미 계획되어 전달이 된 상태인데 난감한 상태가 되었다. 2년 전부터는 프로그램 활동 안을 자료로 작성하면서 재료의 양과 수업 평가서와 사진을 정리하여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쌓아온 자료들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조바심에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3월은 언제나 규칙과 기초 놀이 활동을 주제로 활동을 시작하는데 작은 양의 점토도 반죽이 어렵고 아이들이 힘들어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완성한 작품을 사무실에 가지고 와서 작업을 하니 점성이 없어서 떨어지고
열처리 마무리 작업을 하는데 어려워진 상태이다.
신학기는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과 담임선생님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원 수업은 익숙하지 않아서 서로 적응하기 위해 모두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다. 그동안은 신학기의 설레는 마음으로 긴장감을 갖고 있었지만 점토가 익숙하기에 예민하고 어색한 3월도 잘 지나올 수 있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다른 업체의 점토로 바꾸어서 재료를 쓰기에도 마찬가지 칼라믹스 재료가 수요가 없어서 재고도 없다는 상황이었다. 이 문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오랫동안 곪아서 터지기 직전의 종기 같은 상황이었다.
특단의 조치가 내려져야 하는데 극단적인 선택으로 칼라믹스 점토 수업을 포기할 수 도 없는 상태였고 계속 고집스럽게 기존의 진행하던 방식으로 이끌어 가려니 결국 또 다른 벽에 부딪칠 것 같았다.
사실,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내가 끝까지 붙잡고 있는 칼라믹스 점토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이다.
내려놓아야 하는데 내려놓지 못하는 집착이었다.
신학기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나의 집착으로 인한 혼동은 쪼물딱 점토 수업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함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지금의 혼란이 잠재워진다.
칼라믹스 점토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을 조금 내려놓고 다른 점토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기로 결정하고 프로그램의 방향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수정을 했다.
활동계획안에 들어가던 칼라믹스 점토 활동 범위를 축소하고 다른 다양한 클레이, 지점토, 흙놀이의 범위를 넓혀 보기로 했다.
사실 신학기의 어수선함의 원인은 단순한 칼라믹스 점토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올해 나의 새로운 목표인 나의 상상대학교에서 소개한 글처럼 점토교육 논문 자료를 찾아 공부를 하면서 더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그동안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했다고 했지만 결과중심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었고, 나름 다양한 점토를 가지고 아이들과 활동을 했다고 했지만 점토의 내면의 성질에 대해서 깊은 관심 없이 보이고 느껴지는 색깔과 점성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만 집착했던 수업의 방식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교육의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몰랐을 때에는 몰랐기에 괜찮은 일이지만 알고 있는데 모른 척하고 그냥 가기에는 교육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는 모든 강사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무엇이 참된 교육일까? 솔직하게 말하고 아는 만큼 가르치고 겉에서 보이는 모양보다 아이들의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을 꺼낼 줄 수 있는 지도자의 길이 나의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7년 동안 쪼물딱 점토 5세 수업을 하고 있는 이촌동에 있는 유치원 원장님께 1학기 계획안을 미리 작성되어 나갔지만 칼라믹스 점토 상태가 안 좋아서 다른 재료로 바꾸어 수업을 하려고 한다고 솔직하게 말씀을 드렸다.
물론, 강사가 임의로 말하지 않고 수정을 해도 된다고 하지만 계획안에 명시된 재료명을 기관에 의논 없이 수정하는 것도 불편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원장님께서는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 선생님께서 알아서 잘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라는 말씀을 해 주신다.
사실, 훌륭한 인품을 지닌 원장님이시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원장님이라 이렇게 대답하실 줄 예상했지만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수업의 재료를 바꾸어 보이는 활동이 아닌 재료의 성질을 이용한 놀이 프로그램을 바꾸어 진행을 하였다. 유치원 5세 친구들의 첫 수업은 낯설어서 활동이 소극적인 작년의 신학기 수업과는 완전 다른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깔깔 웃고 즐겁게 참여하며 첫 수업의 긴장감을 해소했다.
또한 다른 원에도 논문에 소개되어 있는 흙놀이 수업의 중요성과 교육적인 효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정말 많이 해주고 싶었지만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느라 못해주었던 흙놀이 수업을 고정적으로 프로그램에
넣고 수업을 진행했더니 이 또한 신학기의 어수선함을 잠재우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기의 생각을 펼쳐가면서 너무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학기의 어수선함의 원인이 무엇일까? 고민의 답을 찾았다. 재료의 문제점을 가지고 집착하고 그동안 교육해 오던 오래된 교육습관과 기존의 편안한 방식을 지키고 싶었던 자존심이 아닌 강사의 자신감이 문제였다.
며칠 전 사무실 선생님들과 흙놀이 수업을 위해 도예공방을 찾아가서 원데이 수업을 할 때 강사님께서 하신 말에서 꼬여있던 나의 복잡한 실타래가 풀려가고 있었다.
흙으로 그릇과 컵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릇의 중심이 가장 중요하고, 컵을 만들 때에는 손잡이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무게 중심이 맞아야 멋진 그릇도 컵도 그 가치를 다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또한 그릇을 만들 때 그 그릇에 무얼 담을지를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그동안 집착하고 있던 나의 고민에 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정답을 찾았다.
점토교육에 있어 모든 중심은 아이들을 위함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며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매 순간의 경험이 쌓여 창의적인 사고를 갖게 하는데 도움을 주며 놀이를 통한 아이들의 내면의 불편한 마음상태를 밖으로 표출하며 긍정적인 사고를 경험하며 재미있고 호기심 가득한 점토놀이로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3월의 어수선함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그동안 마냥 신학기의 설렘을 안고 수업을 했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니 그때는 지금이 상황이 올지 몰랐었기에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깨달음을 얻고 난 지금부터는 달라져야 한다는 당연함에 힘을 실어 솔직하게 아이들과 소통하며 함께 궁금해하고 아이들에게 중심이 되어주는 컵의 손잡이가 되는 교육이 되어야한다.
4월과 5월의 따뜻한 봄은 어수선함이 아닌 다양한 점토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서 기대가 되고 설레어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으며 혹시 어수선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중심을 잘 잡고 아이들과 함께 즐기려고 한다. 모든 문제의 정답은 나에게 훌륭한 최고의 고객인 바로 아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