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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이 May 01. 2024

" 엄마강사로 산다는 건! (1)"

 " 30~40대 엄마강사가 진정한 강사로 살아남기 프로젝트

온 세상이 내가 좋아하는 연둣빛 나뭇잎으로 가득해서 산책하기 참 좋은 날이다.

4월의 마지막 주 오후 수업을 다녀와서 사무실 앞 작은 동산에 직장동료인 남편과 함께 산책 데이트를 했다.


나에게 아버지에 대한 추억 이야기가 담긴 아카시아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이야기로 한 바퀴를

산책하고 따스한 봄날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을 때였다.


남편 핸드폰으로 사무실 강사 선생님의 어김없는 오늘 수업 활동 사진이 전달되어 왔다.

흙놀이 사진이었고 23년 학기까지 내가 가르쳤던 영어유치원 친구들의 활동사진이었다.


작년에 내가 교육했던 연우라는 남자 친구가 공룡 화석을 책상 위에 아주 길게 표현한 멋진 활동이었다.

그런데 나의 날카로운 눈에는 멋진 작품뒤에 숨겨진 수업 후 책상이 이렇게 지저분한데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왔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동산을 한 바퀴 돌고 두 번째 바퀴를 돌며 얼마 안 남은 여유를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좀 전에 영어유치원 사진 속 방과 후 교실을 담당하는 종일반 선생님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기도 전에 나는 아! 하는 그동안의 경력을 무슨 증명이라도 하듯 걱정하던 예측이 또 적중했다.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지만 종일반 선생님의 목소리는 2년 동안 내가 알고 있는 선생님의 평상시 목소리의 톤이 아니었다. 

흥분되어 있었고 화가 나기도 하고 말씀이 빨라지시면서 첫마디를 시작하기 전 한숨을 먼저 쉬신다.


"선생님 잘 지셨죠? 선생님 다시 선생님이 수업 오시면 안 될까요?"라고 다.

올해 3월 신학기 수업은 스케줄이 안 맞아서 30대 강사선생님으로 대체를 해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동안의 평가를 하나씩 약간 흥분된 어투로 신입 강사를 겪어본 후기를 오늘 이야기부터 하나하나 말을 한다.


"작년까지 흙놀이 수업을 지금처럼 한 달에 한 번은 안 했잖아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라 작년에도 흙놀이 수업은 했었고 올해부터는 아이들과 유치원, 어린이집 다른 원에서 너무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만족스러워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제가 논문 공부하고 있고 흙놀이 활동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교육적인 영향이 무척 크기에 월 1회씩 경험하는 활동으로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약간 주춤하시더니 사실 시작은 흙놀이 활동 프로그램으로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 뒤에 숨겨진 활동 후 뒷정리가 원인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지적사항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전달한다.


"첫 번째는 오늘 수업 후 교실이 뒷정리가 안되고 흙이 바닥에 떨어져 있고 그동안 두 달을 지켜봤는데 다른 점토들도 바닥에 떨어져 있어서 교실 정리가 안되었다."

"둘째는 교육 시작 시간도 2시 30분까지 교실로 와주셔야 하는데 그 시간에 수업을 오신 적이 거의 없었다."

"셋째는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아이들의 잘 이끌어 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수업에 대한 컴플레인을 듣고 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안 나빴다.

물론 전화를 주신 종일반 선생님이 너무 좋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리고 이런 분이 컴플레인을 걸 때는 틀린 말이나 없는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


우선 원장인 내가 진행하던 수업을 다른 강사로 교체가 되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나의 숙련된 노하우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어서  강사선생님도 사실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수업을 대체할 다른 선생님도 없고 나 또한 수업 변동이 안 되는 답이 없는 막다른 상황에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생님의 말을 모두 듣고 우선 사과부터 드렸다.

현재 다른 강사로 교체도 안되고 내가 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앞으로 잘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는 부탁을 드렸다.


지금 강사가 교체가 안 되는 상황이기도 하고 사실 30대 엄마강사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며 수업을 다니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인정부터 했다.


바로 담당 강사샘과 이 상황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그동안 믿고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꼼꼼하게 체크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울러 종일반 선생님도 나도 비슷한 50대 초반의 인생을 참 열심히 살아왔지만 30대 엄마 강사 시절에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고 고백도 하면서 선생님을 애써 설득하기보다 이해를 부탁드렸다.


워낙 좋으신 선생님이시게 이런 전화를 하신 것도 맘이 불편하셨을 텐데 정말 죄송하다고 하니 그제야 종일반 선생님도 속풀이를 하셔서인지 잠시 차분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그리고 일단 담당 강사선생님과 전달하고 조치하겠노라고 하고 일단락을 마무리했다.




강사선생님께 전화를 바로 했고 연결이 안 되었다.

6살 쌍둥이 남자아이를 키우는 전형적인 30대 엄마강사이고 하루에서 지금 이 시간은 또다시 엄마로 출근을 해야 하는  오후 4~5시쯤은  유치원에 있는 아이들을 하원시키고 놀이터로 가서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바쁜 시간이다.


전화를 받을 때에는 마음이 차분했지만 통화를 끊고 나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리가 아팠다.

동산을 일단 한 바퀴 더 돌기로 하고 있는데 강사선생님이 전화가 왔다.


그리고 이 상황을 그대로 전달했고 종일반 선생님께 바로 전화를 드려서 우선 오늘 흙놀이 뒷정리가 안된 부분부터 사과를 드리라고 했고 월요일에 출근해서 이야기하자고 마무리를 했다.


사실 오늘 흙놀이 수업 후 강사 선생님이 물티슈로 책상을 나름 깨끗하게 닦고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흙이라는 점토 성질이 플라스틱 책상 위에 묻어 있어서 물티슈로 닦고 나면 금방은 물 묻은 흔적 때문에 당장은 깨끗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흙이 다시 하얗게 일어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놓친 거다.


강사의 실수나 잘못을 논하기 전에 급히 다시 가정으로 출근해야 하는 30대 엄마 강사들의 마음이 늘 쫓기듯 살아가는 현실을 탓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는 하루에서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을 키우며 애쓰는 엄마강사들에게 무조건적인 질책은 할 수가 없다. 나 또한 그 길을 걸어왔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실수들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성장했다.


지금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량이 강화된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무엇이 현명한 것인가에 대해 침착할 필요가 있다.     


 ☞ 뒷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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