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랑이 May 17. 2024

탕후루 대박 사건

" 쓴맛일지 단맛일지 먹어봐야 안다."

계획안을 작성하는 매월 셋째 주가 되면 나의 머릿속에는 상상 파티가 열린다. 24년도 계획안은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점토를 경험하자는 것을 목표로 두었다.


점토 교육 활동 방법은 그마다의 성질에 따라 흥미 있는 표현놀이가 된다. 클레이 활동으로 6~7세 계획안에 탕후루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일계획안은 한 편의 짧은 드라마처럼 아이들이 이 재료를 받고 활동할 모습을 그려보고, 아이들의 반응과 교육적인 효과를 생각하면서 짜인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반죽놀이와 동그라미 과일 모양을 기초로 딸기, 샤인머스캣, 포도, 귤 등을 표현해서 꽂아서 만든 놀이였다.


이렇게 계획안이 작성되면 강사들과 회의를 통해 미리 수업의 결과에 대해 예측할 수 있다.

물론, 모두 다 성공하지 않는다는 것도 오랜 점토교육 경험으로 알 수 있다.


프로그램 샘플 작업 후 계획안  작업이 들어가는데 수업을 먼저 시작하는 강사가 먼저 샘플을 만든다는 게 재미있는 방식인 앗싸 게임이 펼쳐진다.


먼저 들어가는 강사는 충분히 구상 후 샘플을 제작하고 재료량, 형태를 완성하며 원장인 나에게 확인을 받는 방법이다.


언제나 그렇듯 앞서가는 사람보다 바로 뒤에 뒤쫓아가는 가는 사람이 실수가 적은 법이다.

먼저 하는 사람이 억울하다 생각하겠지만 복불복이라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먼저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에 서로 불평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방법으로 강사들도 창의력과 기획력을 키울 수 있으며 또한 본인의 성취감을 가져다주는 성장의 기회가 되기 때문에 묵묵히 해 나가야 스스로에게 득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먼저 수업에 들어가게 된 강사는 탕후루의 모양을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 완성한 샘플을 보여준다. 기대반 설렘 반으로 칭찬을 받을지 혹시 수정하라고 하면 어떨지 하는 내심 걱정 가득한 표정이다.


샘플을 보는 순간 선생님의 애씀과 노력함이 느껴졌고 아이들이 만들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점토강사 경력이 헛되지 않아서 샘플만 봐도 아이들의 호기심이 가득한 모습이 그려진다.


탕후루는 한동안에는 핫한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시들해진 분위기인데 좋아할까라는 의심을 갖지만 클레이로 무엇이든 꽂아보는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성향이라면 너무 좋아할 듯했다.


갑자기 그럼 이 탕후루로 유튜브 Shorts를 찍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 요즘 유튜브 업로드를 해야 하는데 바쁘기도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되는 시점이었다.


최근 트렌드가 길게 영상을 보지 못해서 Shorts가 대세라고 직장동료이자 편집 제작자인 남편이 늘 하는

이야기였기에 후다닥 바로 작업해서 촬영을 했고 편집 작업 후 화요일 14일 저녁에 업로드를 했다. 




탕후루 Shorts가 업로드되어 올라가자 조회수가 쭉쭉 올라가서 깜짝 놀랐다.

15일 휴일 깜짝 놀라 남편에게 말했다.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의 선물인가 봐!"라고 우스개 소리도 하면서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조회수뿐만 아니라 좋아요 클릭숫자가 200회가 넘은 것이 더 놀라웠다.


탕후루한테 탕! 하고 총을 맞은 듯한 기분이다.

어쩜 탕후루도 한때 인기였지만 이젠 시들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아서인지 아님 편집자의 능력이 좋아서인지 유튜브 검색에 최상위는 아니지만 탕후루 클레이 만들기로 검색하니 상위에 노출이 되었다.


부처님 오신 날 아침 한바탕 잔치가 벌여졌다. 주변가족과 강사, 지인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는데 역시나 우리 집에 나를 가장 사랑하는 안티팬인 둘째 아들이 또 한마디 던진다.

"엄마는 Shorts가 인기 있어 대박 나면 하루에도 몇십만 클릭이 나오는데 그 정도에 뭘 그리 자랑을 해요!"라고 아주 찬물이 아닌 얼음물을 끼 얻는다.


아들의 말을 듣고 인기 있는 유튜버들의 Shorts영상을 들어가 보니 아들의 말대로 짧은 시간에 몇만부터 수십만 클릭과 좋아요가 어마어마했다.

가까운 먼 나라 이야기로 최근에 올린 Shorts 영상도 올리자 바로 400회 이상의 조회수를 맛보긴 했었다.


조회수 보다 감사한 부분이 있었다. 2000년 7월에 시작한 쪼물딱 점토놀이 유튜브는 코로나로 수업이 중단되어 영상을 제작해서 어린이집, 유치원에 재료 공급을 위함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구독자 500명으로 월 100만 원 수익이라는 글감으로 당당히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유튜브를 시작으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고 매월 20명 정도씩 꾸준하게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그 맛에 매일매일 조회수를 무슨 통장에 이자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올해 목표가 구독자 1,000명을 넘기는 것인데 탕후루 영상을 올리기 전 875명에서 이틀 만에 920명으로 새로운 구독자가 45명이 늘었다.


한 달 평균 20명대로 늘어나는 소박한 살림인데 이틀 만에 45명의 신규 구독자는 나에게 두 달이라는 시간을 벌게 해 주었다. 탕후루 Shorts영상은 나만의 수익 분기점 기준에서는 아주 초대박 사건이었다.




탕후루 Shorts 영상 사건을 겪어보니 누구나 한 번쯤은 아니 여러 번 노력하고 도전한다면 기회가 올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이젠 늦었다거나 유행이 지나갔다거나 누구나 다한다 라는 말을 듣고 시작도 안 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며 행운은 발끝에 따라온다 라는 말이 있듯이 지속적으로 나만의 목표를 세워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경험한다면 행운은 맛은 분명히 경험하고 도전한 자의 것이 된다.


쓴맛일지 단맛일지 먹어봐야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듯이, 따라 하든 쫓아가든, 무식한 도전이든 무모한 도전이든 남들이 좋다는 것이 있다면 뭐라도 쫓아가서 경험해 보면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엄마강사로 산다는 건(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