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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이 Jul 08. 2024

아이들은 나의 소중한 팬클럽

"잊지 못할 야외 공연 첫 무대의 추억 이야기"

6월 마지막주 목요일 어린이집 가족 음악회를 끝내고 7월의 첫 주 어김없이 쪼물딱 수업을 왔다.

어린이집 입구에서부터 인사만 주고받던 선생님들과 낯선 선생님들도 웃으면서 반갑게 맞이해 준다.

교실로 가는 복도에서 만난 아이들도 나만의 착각인지 몰라도 평상시보다 더 반갑게 맞이해 준다.


6세 미소반 교실에 들어가니 "선생님 노래 너무 잘 들었어요!" 하며 아이들이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담임 선생님도 너무 감동적인 무대였다고 칭찬해 주시고, 수업을 온 건지 팬미팅을 온 것인지 헷갈리게 하면서도 참 설레는 날이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업을 하려는데 앞에 앉아있던 여자 친구가 "선생님 불러봐요! "라고 한다.

"그래? 한번 더 불러볼까?"라고 하며 잠시 고민도 없이 그럼 "소랑이"를 다 함께 외치라고 하자 교실이 떠나갈 듯 나의 팬클럽인 아이들은 "소랑이~ 소랑이~"를 큰소리로 외쳤다.


손발이 척척 맞는 담임선생님은 행사 진행을 계획하셨기에 노래 MR을 컴퓨터에서 찾아 "반주 틀어드릴게요!"라고 한다.


수업용 무선 마이크를 하고 있긴 했지만 보여주기 위한 마이크가 필요해서 선생님 책상 위 빨강 보드마카팬을 들었다. 반주 음악이 흘러나오고 아이들은 나의 노래를 기다리며 그냥 던진 말에 쪼물딱 선생님이 바로 할 줄 몰랐다는 듯이 더 부끄러워하면서 듣는다.


"화창한 유월에 아들아 너를 만났지~" 하며 시작된 노래는 최소 1절은 불러야만 해서 부끄러움도 없이 여유 있게 불렀다. 노래를 부르면서 음악에 맞춰 손을 들어 흔들어 보는 리엑션 담당은 보조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께서 해 주신다.


바로 코앞에서 공연이 시작되니 6살 남자 친구들 중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는 계속 머리를 숙여 웃어가면서 힐긋 쳐다본다. 반면 평소 씩씩하고 똘망한 여자 친구는 눈을 맞춰가면서 나의 동작까지 따라 하고 팬들의 반응은 시시각각이었다.


이렇게 한바탕 짧은 수업시간 40분에서 5분을 노래로 소통하며 수업시간을 빼먹었기에 10분 정도 늦는다고 다음반에 전달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24년 3월에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새로 부임하셨고 나는 9년 동안 지금의 어린이집에 특별활동 쪼물딱 점토놀이 강사로 활동 중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1년 가을부터 취미미술을 배우기 위해 공방을 다녔었고 그림을 점토로 표현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그림이 다양한 도전의 시작과 연결이 되었다.


연말이 다가오니 22년 임인년을 맞이하기 전에 호랑이 그림 카드를 그려서 인쇄를 해서 새해 선물로 나눠드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임인년 호랑이, 계묘년 토끼, 갑진년 용 그림으로 3년째 그림 카드를 그려서 원장님들과 교사들과 주변 가족 지인들께 선물로 드렸다.

물론, 그림 속에는 동물과 어울리는 표정과 이야기 뜻을 전하는 마음을 담아 새해 그림 카드를 완성했다.


올해 24년 갑진년 용 그림의 주제는 "심해에 잠자던 용이 비로소 하늘에 올랐다"라는 주제의 문구와 인쇄 뒷면에는 나의 이력을 함께 넣어서 인쇄를 했다.


한국점토교육지도자협회장, 카카오브런치 작가(소랑이), 유튜브 크리에이터(쪼물딱 점토놀이), 싱어송라이터(소랑이) 이렇게 문구를 넣었다.


새로 오신 원장님께 5월 초에 원장님, 원감님과 새로 오신 행정 선생님께 그림카드를 선물로 드렸다.

원장님은 반갑게 받았고 뒷면의 싱어송라이터라는 글을 보더니 깜짝 놀라시며 "선생님 노래도 있으세요?"라고 한다.


 6월에 있을 어린이집 가족 음악회에 선생님이 재능기부로 노래를 부탁한다며 '섭외 0순위'라고 말씀하셔서 호기심 많고 오지랖이 콸콸 넘치는 나로서는 당연히 쿨하게 약속했다.




6월 27일 목요일 오후 5시에 시작되는 음악회 준비로 6세 흙놀이 수업 시간을 30분 당겨서 시작하였다.


흰 티셔츠의 의상을 챙겨 입은 아이들도 담임선생님들도 음악회 행사 준비로 마음은 바빴지만 아이들과 나의 공통점은 '설렘'이 있었다.


주차장에 공연장이 만들어져서 주차가 안되어 어린이집 앞 파출소에 주차를 하고 수업을 한 후 다른 어린이집 한 군데 수업을 더 다녀와야 하는 마음이 참 바쁜 날이었다.


수업은 청바지에 티셔츠로 편하게 입어야 흙놀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다른 어린이집에서 수업을 끝내고 난 후 준비해 간 연두색 스팡클이 달려있는 반짝이 셔츠에 검은색 치마로 의상을 갈아입고 공연이 있는 어린이집으로 왔다. 다행히 파출소에 내가 주차했던 자리가 비어 있어 맘 편히 주차를 했다.


지금부터는 초청가수가 되어야 하는데 공연 전 가사를 까먹을 수 도 있고 점심도 못 먹어서 새로 생긴 카페에서 평상시에는 잘 먹지 않는 아보카도 크림이 들어간 빵과 커피를 시켜 짧은 시간의 여유 있는 사치를 부린다.


혼자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부르면서 지금의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고 공연 시간이 20분을 남겨두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린이집 앞마당에 도착하니 깔맞춤을 한 듯 선생님들도 연두색의 티셔츠를 입고 각자의 역할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애쓰시고 계셨다.


아이들도 교실에서 내려와 1층 복도에 모여서 대기 중이었고 잠시 들여다보니 "쪼물딱 선생님!"하고 너무 불러서 안에도 못 들어가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가족음악회는 사회를 맡은 원감님의 소개멘트와 원장님의 인사말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6~7세만 해도 120명 정도 되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거의 다 참석한 자리라서 앞마당은 야외 공연장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열기가 차있었고 행사 무대도 아주 예쁘게 완성되었다.


나의 노래는 특별 이벤트로 앞부분에 소개가 되어 순서에 따라 무대로 올라가게 되었고 아이들은 앞자리, 뒷자리는 학부모님들이 앉아 있었다.


인사말을 하기 전에 아이들은 나의 팬클럽 회원들이었다. 큰소리로 "소랑이"를 외쳐 보라고 하니 똘똘한 나의 사랑스러운 팬들은 "소랑이~소랑이!"를 외쳐준다.


학부모님들께도 나의 강사 시절 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지금까지 왔고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났기에 오늘처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바란다는 멘트와 나 역시 학부모님들과 같은 엄마였음을 강조하며 미리 공감을 얻기 위한 인사말을 했다.


부를 노래는 아들이 태어난 그날부터 어느새 성인이 되어 군대 가는 이야기를 담은 자작곡으로  "엄마가 아들에게"불러본다.


야외에서 부르는 노래는 일반 공연장과 달리 인이어가 없어서 밖에서 들리는 반주에 키를 맞춰서 불러야 해서 무대 음향 담당하시는 분께 볼륨 조절과 에코를 부탁드렸고 첫음절의 키가 잘 안 맞은 듯했으나 점점 제자리를 찾아 노래를 완곡할 수 있었다.




나의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도 음악회에 남아서 아이들의 공연을 함께 응원하며 즐겼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재미있게 공연을 끝까지 관람했다.


수업시간에 늘 보던 아이들이 야외에 나와서 음악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더운 날씨였지만 다행히 그늘막이 있었고 바람이 살살 불어오기도 하고 땀은 났지만 맑은 하늘 밑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님들 앞에서 함께 한 나의 야외 첫 공연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듯하다.


공연한 영상은 소랑이 유튜브에 업로드했고 이번 공연을 보러 온 작년 졸업생 중에는 엄마 핸드폰으로 유튜브에 들어와서 칭찬의 글을 남겨주는 등 행복한 추억을 쌓았다.




7세 반 수업을 가니 어떤 친구는"우리 엄마가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어요!"라고 전한다.

옆에 앉아 있던 남자 친구는 "나도 울지는 않았고 눈물이 날 뻔했어요"라고 한다. 역시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지만 아이들과 엄마들이 모두 공감을 할 수 있는 노래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말이라서 감사했다.


다음 주 유치원 수업을 갔는데 유튜브에 업로드된 공연 영상을 보신 원장님은 나에게 "이러다 가수 하시는 거 아니에요?" 하며 아닌 걸 알면서도 관심의 표현으로 가볍게 물어본다.


어쩌다 싱어송라이터가 되었지만 어릴 적 가수의 꿈을 키우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50대가 된 나의 남은 소중한 시간 중에서 삶의 의미 있는 목표를 갖고 내가 꿈꿔오던 일을 당당하게 노력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나의 중년 이후의 삶을 의미 있고 재미있게 살아가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의 하나로 새로운 도전을 하며 행복한 연금에 가입을 하고 열심히 불입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러다가 어쩌다 혹시나 가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20대 중반에 배우지 않고 시작하여 스스로 익힌 방법으로 책을 만들었고, 유아점토놀이로 자수성가한 창의적인 "쪼물딱 점토놀이" 교육을 26년간 꾸준히 아이들과 해 오면서 나의 뇌가 창의적인 뇌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고 싶은 목표도 숨어있다.


그리고 어릴 적 나의 소중한 꿈이었던 아니 다시 태어나면 정말 예쁜 가수가 되어서 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나의 꿈이 언젠가는 지금의 생에서 이뤄질 줄 모르는 일이니 두려움 없이 재미있게 즐겨보려고 한다.


쪼물딱 점토놀이가 나의 천직이라면 어쩌다 싱어송라이터는 나의 친직(영원한 친구 같은 직업)인 듯하다.

 

"노력하는 삶과 즐기려고 하는 삶 또한 소중한 나의 삶이니 새로운 도전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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