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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이 Dec 12. 2024

독고다이 중년 강사(1편)

" 미친 열정을 담은 삶에 해답을 찾아가는 27년 차 점토강사 이야기 "


12월 초 겨울이 주는 손 시림을 감사히 느끼며 종종걸음으로 약속 장소인 교회 커피숍으로 향했다.

10분 일찍 도착하여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기다린다.


교회 카페 안에는 수요일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에 카페로 들어오는 손님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잠시 후 후리스 잠바를 입고 두리번거리는 할머니 한분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로 가서 아는 척을 하니 할머니 아니 어머님이 나를 알아보고 손을 꼭 잡으며 반갑게 맞이해 준다.


사실, 얼굴을 정면으로 대할 때까지도 긴가민가 했다.

하지만 눈웃음을 활짝 지어주는 소녀 같은 어머님의 표정을 보니 약속한 어머님이 맞았고 따뜻한 유자차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2024년 11월 둘째 주 화요일 양천장수문화대학에서 점토놀이 특강을 진행하게 되었다. 양천 50 플러스센터 커뮤니티 쪼점시에 의뢰가 와서 커뮤니티 대표인 27년 차 점토강사와 커뮤니티 회원 세분이 함께 참여하는 강의를 계획했다.


강의가 있기 일주일 전에 미리 사전 답사와 전체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웃음치료 강의가 있는 날 미리 강의실에 들어가서 어르신들의 모습을 탐방했다.


담당 주무관님께 다음 주 점토 강의 명단을 요구하니 성함과 전화번호가 적힌 용지 하나를 받았다. 전화번호는 필요 없을 듯했지만 프린트해 주셨기에 챙겨 두었다.


강의 계획은 어르신들의 감성을 깨워주는 테마로 강의 계획을 했고 클레이 기초 놀이와 모양 놀이를 배우며 강의 중간 어르신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고향의 봄, 오빠 생각 노래를 함께 부르며 과일 모양 놀이에 나의 인생 추억의 단어 쓰기를 기획했다.




강의 시간보다 강의실로 일찍 와서 기다리는 어머님들을 보니 늙음의 여유를 가지고 하루의 시간을 의미 있게 배우고 즐기는 풍요로움이 부럽기도 했다.


27년 동안 정신없이 바쁜 점토 강사로 살다가 인생의 고비를 넘긴 오십 대 중년 강사가 되어 보니 교육생을 바라보는 태도에는 편안함이 묻어나고 뭘 해도 자연스러운 강사가 되어있었다.


유아 점토 교육을 전문적으로 교육하였기에 노인들 수업도 가능하다는 말로 자신 있게 대답했었는데 강의를 해보니 말만 그럴싸한 핑계가 아니라 강의가 너무 편안했고 한 분 한 분의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은 감동과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여유 만만한 진행에 스스로 즐기는 자리가 되었다.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이 70대 중 후반에서 80대이며 가장 젊은 남자 어르신이 69세로 한 명 있었다.

클레이로 놀이하고 기초 놀이 동화를 유아들에게 들려주듯 눈높이를 맞추어 주니 어르신들이 깔깔 웃으시며 너무 즐거워하신다.


천진난만한 모습과 뭘 해도 방긋 웃어주시는 어르신들의 순수함에 감동받고 신나게 강의하는데 맨 앞 나와 눈을 가까이 마주 보고 있는 이** 어머님이 너무 해맑게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 주고 있었다.




강의가 무르익어 갈 때 2부 타임으로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감동을 안 받을 수 없는 대표곡 "고향의 봄" "오빠생각" 두 곡을 핸드폰으로 크게 틀어놓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하고 노래가 진행될 때쯤 양손을 흔들며 따라 부르는 어르신들의 천진난만한 맑고 순수한 모습에 울컥 눈물이 흐른다.


아이들이 불러주는 기특한 감동과 달리 70대~80대 어르신들이 따라 부르는 마음 울림 있는 노래는 감성이 너무 풍부한 나로서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벅찬 감동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맨 앞자리의  이** 어머님도 나 만큼 눈물을 흘리시며 울고 계신다.


눈물을 닦고 겨우 오빠 생각 노래를 마무리하며 강의를 진행하는 이 순간 어머님들의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니 어떤 철없는 중년의 강사라도 지금의 감동을 맛보게 된다면 남은 강사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돌아볼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과 강의 중 "저는 27년 차 대한민국에서 유아 점토는 제일 잘 가르치며, 자작곡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라고 자랑하니 어머님들은 기다렸다는 듯 노래도 불러보라고 하셨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소랑이 유튜브 "를 통해 들어보라 하니 여기저기서 핸드폰을 꺼낸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구독자 가입에 기회가 되었고  보조하는 선생님들이 도와주며 9명이나 구독자가 늘어나는 대박의 성과를 거두며 흥미 있는 에피소드를 남겼다.


(강의가 끝난 후 소랑이 유튜브 슬픈아카시아 곡에 올라온 댓글 - 아버지 노래 듣고 가슴 뭉클 눈물이 주르륵 ♥ 신월6동주민센터 시니어교실 이**)




강사님의 짧은 자랑에 관심을 보이던 이** 어머님은 나도 자랑할 게 있는데 하시며 꺼낸 핸드폰 사진 속에는 멋진 호랑이 그림이 들어있었다.


어머님이 그렸냐고 물으니 방긋 눈웃음으로 대답하는 모습에 마음 같아서는 더 상세히 알고 싶었지만 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쉬웠다.

궁금하면 못 참는 호기심 천국인 나로서는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어르신들 대상으로 한 감성 강의를 하며 모양 과일 속에 넣고 싶은 문구를 정하라고 했다.

돈 빌려간 사람, 예전 돌아가신 부모님 이름, 오래된 고향 친구 등 다양한 예시를 들어주며 생각을 나눈다.


역시나 이어지는 단어 선택은"삼 남매, 자기 이름, 자식 이름, 70대 노인이 엄마 보고 싶다고 엄마"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감동에 감동을 더하는 강의였다.


두 시간 진행되는 강의 이후에 다른 강좌가 없다고 착각했는데 강의 종료 시간 10분을 남겨 놓고 문이 열리고 뭔가 새로운 분들이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급히 강의를 마무리해야 해서 교육생들은 문제가 없지만 강사 입장에서 퇴강 시간과 뒷 강의 시간 확인을 못한 부족함에 아쉬움이 컸다.


강의의 끝맺음을 급히 마무리하면서 맨 앞자리 이** 어머님과 나는 눈이 마주쳤고 서로 부둥켜 앉아주며 수고했고 감사하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렇게 나의 양천장수문화대학 점토강의는 27년 강의 중 꼭 다시 하고 싶은 강의로 기억을 하기 위해 블로그에 꼼꼼하게 작성해 두었다.

(네이버 블로그 - 쪼물딱 점토놀이)


블로그에 올리면서 이** 어머님의 웃는 모습을 보니 한번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고 주무관님이 주신 명단을 찾아보니 가장 마지막 수기로 적은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었다.


1주일 후 문자를 보내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으나 첫 번째 약속일은 갑작스러운 폭설로 길이 미끄러울 수 있어 취소했고 일주일 뒤 같은 시간 같은 약속 장소에서 소중한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 2편 "객지벗 10년 하룻밤 벗과 같다" 계속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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