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사랑스러운 공원

크라신스키 정원

by 싱클레어

폴란드에는 공원이 정말 많다. 공원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서는 최고의 나라가 아닐까 싶다. 심지어 다른 나라보다 유명한 공원에 사람들도 비교적 적은 편이라, 여유롭게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다. 폴란드의 추운 겨울이 지나고,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쬐는 낮의 초봄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지금, 나는 바르샤바의 예쁜 공원들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르샤바 내 공원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공원은 Royal Baths Park로, 와지엔키 궁전과 쇼팽동상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 와지엔키 공원은 내가 폴란드에서 가장 사랑하는 공원으로, 폴란드에 온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공원으로 추천하고 싶다. 와지엔키 공원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글을 써보기로 하고, 오늘은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공원, 크라신스키 정원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3월 말, 봄바람이 불던 어느 날(안타깝게도 4월 초인 지금은 우박이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날씨가 좋지 않다), 나는 와지엔키 공원 말고도 새로운 곳을 찾아보겠노라 마음먹었다. 공원이 이렇게 많은 이 나라, 예쁜 곳들을 모조리 찾아내겠다는 나의 의지였다. 토마토 파스타를 먹으면서, 구글 지도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데, ‘바르샤바 게토 장벽’이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내가 사는 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내 유대인들을 게토라는 지역에 모아놓고, 그들이 열악한 생활을 하도록 독일 나치군이 차별해 놓은 지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나가다 보면 바닥에 Ghetto Wall 1943이라는 글자가 길에 나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전에 유대인들만이 살 수 있는 구역을 벽으로 구분 지어놓은 역사의 흔적이다. 바르샤바 게토 장벽은 꽤 큰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정원의 이름이 ‘크라신스키 정원’이다. 갑자기, 궁금증이 머릿속으로 치고 들어왔고, 집에서 20분만 걸으면 갈 수 있다고 하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던 나는 책을 하나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크라신스키 정원은 생각보다 우리 집과 가까웠다. 3개월 동안 이곳에 왜 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서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도착했을 때 더 놀랐던 건, 정원이 정말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정원 입구에 들어가면, 바로 앞에 작은 호수가 있고, 그곳엔 청둥오리가 짝을 이루어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간다. 호수 주변에선 후드 까마귀들과 비둘기들이 잠을 자거나 돌아다니고, 나무벤치들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어서 폴란드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호수 뒤로 보이는 영연방 궁전은 하얀색과 민트색이 어우러져 유럽 특유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기며 당당히 서있다. 수많은 나무들과 푸릇푸릇한 잔디들은 호수와 어우러져 궁전을 더 돋보이게, 그리고 정원을 더 빛나게 만들어준다.

바르샤바에 이렇게 예쁜 공원이 있다니, 그리고 내가 이곳에 이제야 왔다니! 나는 고급진 햇살을 맞으며 푸른 잔디가 잘 보이는, 호수 뒤편의 벤치에 앉았다. 궁전을 마주 보고,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강아지와 누워서 잠에 든 폴란드 사람들, 그리고 내 눈앞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검은 활자들. 요즘 읽고 있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면서 나는 한참을 그곳에 앉아있었다. 유리구슬이 흘러가는 듯한 새들의 지저귐, 강아지들의 자박자박한 발소리, 폴란드 사람들의 특유의 높은 억양, 그리고 따뜻하게 불어오는 초봄의 산들바람,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이 공원을 사랑할 이유를 만들어주었다.

거의 2시간을 정원에서 독서를 하다가 나는 갑자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한 카페에 들어갔는데, 그곳은 정원에서는 조금 걸어야 하지만, 정말 예쁜 카페였다. 다양한 레코드판들이 줄지어 있는, 큰 카페. 카페를 감싸고 둥글게 나있는 작은 창들 틈새로 하얀 햇살이 들어오고, 폴란드 특유의 고소한 우유가 느껴지는 라떼는 내 맘에 작은 아트를 남겼다.


폴란드에 놀러 오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와지엔키나 빌라누프에 갈 테지만, 나는 나의 폴란드 공원 시리즈 첫 번째, 크라신스키 정원을 추천한다. 봄이나 여름, 아마 나는 궁전이 보이는 곳, 호수가 보이는 곳에 앉아서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독서를 하며 보낼 것 같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