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엄마 Nov 25. 2022

왜 그 애는 친구 부모의 직업이 궁금할까?

  둘째를 데리러 학교에 갔던 어느 날, 하교시간이 한 시간 남아있는 첫째가 엄마를 보겠다고 친구들이랑 쉬는 시간에 나온 적이 있었다. 그중 한 아이가 그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에 물어보지도 않은 자기의 엄마를 이야기하며, '넌 좋겠다. 우리 엄마는 학교 선생님이라 데리러 못 오는데..'라고 말했었다. 그때 그 아이의 표정과 어투를 보아 본인이 말하고 있는 단어 그대로의 뜻과는 반대로 본인의 엄마가 선생님인 것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었다.



  난 딸이 친구들을 데리고 나온 것 자체가 흐뭇했었고, 자랑하는 것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그 애 모습이 마냥 귀여웠었다. 그런데 나중에 첫째에게 그 친구는 자기 엄마가 선생님인 게 자랑스러운가 보다고 말을 하자 딸의 표정이 약간 이상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학교에서 시도 때도 없이 수업시간이나 평소에 말을 할 때 '우리 엄마는 학교 선생님이라...'라는 말을 달고 산다고 했다. 그 말을 너무 자주 하니 첫째는 대놓고 그 애에게 말은 안 했지만 듣기가 거북한 모양이었다.


  

  딸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서보니 그 애의 태도가 좀 처음과는 다르게 느껴졌었다. 그때 봤던 다른 친구뿐만 아니라 지나가면서 한 번 본 친구들은 나를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매번 인사를 하는데, 유독 그 애는 나를 당연히 알아볼 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내 딸에게는 인사하고 뭐라고 말을 하면서도 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 그제야 마지못해 얼버무리며 어렵게 인사를 하기도 했는데, 내가 말을 건네지 않으면 그 애는 목례조차 없이 그냥 지나쳐버렸다.



  그러던 와중에 현장학습체험에서 다녀온 딸이 하는 말을 듣고 그 친구의 태도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 친구는 하루 종일 다리 아프다, 오래 기다려서 힘들다는 등 투덜투덜거렸다고 한다. 게다가 점심을 먹으면서 뜬금없이 친구들 부모의 직업에 대해서 물어봤다고 한다. 그런데 그중 질문을 받은 한 아이가 아빠에 대해서는 묻지 말라고 하며, 잠시의 침묵을 유지하다가 얼굴을 들지 않은 채로 엄마는 청소일을 하신다고 말했다고 했다.



  왜 본인 엄마가 선생님인 게 그토록 자랑스러운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 부모의 직업이 궁금한 걸까? 그전에 우리 딸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해주었던 그 친구에겐 어쩌면 그 사실은 공개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었을지 모른다. 한창 예민한 나이에 엄마가 청소하시는 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 수 있는 그런 말들을 왜 어느 날보다 즐거워야 할 그날 점심시간에 해야 했던 걸까?



  나는 이쯤 되니 그 애 엄마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어떤 식으로 아이를 교육시켰길래 그토록 엄마의 직업을 아이가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왜 아빠의 직업을 묻자 제대로 대답은 안 하는지, 왜 친구의 부모를 보고 인사는 안 하면서도 그 사람의 직업은 궁금한지 모르겠다. 그 애 엄마는 어째서 같이 점심 먹는 친구들에게 김밥을 나눠먹지 말라고 말했는지, 어떻게 자신이 출근하는 학교의 물건을 가져와 딸의 준비물로 싸서 보내는지, 그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딸에게 읽게 하는 걸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도록 만드는지 궁금하다.



   주변에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의 부모님이며, 친구들, 친구들의 가족, 심지어 회사 동료의 와이프들까지 여러 명의 학교 선생님을 보고 들었지만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토록 그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처음 봤다. 본인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으나 자식에게 남에게 시도 때도 없이 그것을 자랑하도록 만드는 건 문제가 많다고 본다. 그리고 선생님이면 그 선생님이라는 직업 자체를 자랑스럽게 여길 게 아니라 그에 맞는 자녀의 인성에 더 관심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자식을 키우다 보니 주변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보면 신기하게도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할 때 나의 말, 나의 행동 하나에 책임감이 무거운 돌덩이처럼 느껴지곤 한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자식을 기르는 부모라면 모름지기 좀 더 노력해서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애의 어머니가 더 늦기 전에 자녀에게 명확하게 엄마 직업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친구의 가정사에 함부로 질문하지 않는 매너와,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한다는 어린이집 친구들도 알만한 기본적인 예절부터 알려주길 바란다. 그리하여 그 친구가 본인 입으로 말하듯이 더 이상 외톨이가 되지않길 바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