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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엄마 Jan 17. 2023

언제까지 너희에게 산타가 되어줄 수 있을까?

  이 번, 그러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실감이 잘 나진 않지만 작년 크리스마스엔 혹시 둘째는 그렇다 치고 '첫째는 분명 산타의 존재에 알지 않을까?'하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 녀석은 산타를 강력하게 믿고 있다. 매주 문화센터에 가면서 들르게 되는 마트 장난감코너에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것도 갖고 싶고, 이것도 갖고 싶다고 말을 하길래 속으로 '이번엔 드디어 얘가 알아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정성스럽게 쓴 편지와 함께 직접 고른 선물을 포장해서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놓고 잠자러 가는 아이를 보니 '아직도'였다.

첫째가 쓴 편지와 선물


  좀 빠른 친구들은 7살 때부터 선물 포장지가 롯데마트 포장지라는 사소한 단서들로 알아차리던데, 우리 첫째는 산타를 안 믿는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에게 와서 심각한 얼굴로 '엄마, 00는 산타를 안 믿는대요.'와 같이 말을 하곤 했었다. 이번에도 녀석은 친구들과 산타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친구들로부터 '넌 아직도 그걸 믿어?'라는 핀잔을 듣고 약간 실망을 한 눈치였다.



  나도 재작년 크리스마스 까지야 나름 초등학교 저학년이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초등학교 4학년임에도 꿋꿋하게 산타를 믿는 그 아이가 이젠 신기하게까지 보인다. 분명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그 아이도 알고 있을 텐데, 그 애가 이번에 산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산타는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듯했다. 더불어 그 아이 스스로 본인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자신만은 산타를 믿고 그 믿음을 꿋꿋하게 지켜나가고 싶은 결연한 의지마저 보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첫째는 가끔씩 내게 '엄마는 산타를 믿으세요?'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응'이라고 대답하면 어김없이 '왜요?'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왜? 왜냐고?


  왜 나는 산타가 있다고 믿는 걸까? 왜 나는 집 앞으로 배달된 너희 선물들을 너희들 시선을 피해 요리조리 숨겨놓았다가 크리스마스 날 새벽에 트리 아래 놓아두는 걸까? 왜 나는 선물 포장하는 것을 깜박 잊고 잠들었다가, 켜놓고 잠든 텔레비전 소리에 깜짝 놀라 깨서 그 새벽에 주차장에서 차 트렁크에 며칠째 싣고 다니던 너희들의 선물을 포장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걸까?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기대는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한다. 어차피 조금 더 빠르게 산타를 안다고 해서 세상을 더 잘 살아가는 것도 아닌데, 어차피 그 아이들 앞에 펼쳐질 세상은 지독하리만큼 정직한 현실뿐인데 지금 몇 년 그렇게 믿는 게 나쁠 게 있을까?  첫째가 믿고 싶은 게 뭔지 그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순 없지만 그 아이가 믿고 싶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해주고 싶다. 애기들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전부터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크리스마스 아침, 트리 아래에 산타할아버지가 놓고 간 선물을 보고 행복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그들의 산타가 되겠다.



언제까지 너희들에게 산타가 되어줄 수 있을까? 가능하면 조금 더 오랫동안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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