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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엄마 Mar 13. 2023

꼬맹이의 큰 마음

  나에게는 한없이 착하고 순둥이이며 천사인 첫째가 가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동생과 대화하는 걸 들어보면 가끔 밖에 나가서 치이고 다닐까 봐 걱정을 하던 나를 비웃는 것 같다. 자기보다 몇 살 아래이기에 더 순진한 동생한테 자기가 해도 될 일을 이거 가져와라, 저거 가져와라 시키는 걸 보면 '인간이란 본디 갑질을 하게 생겨먹은 존재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웃긴 건 둘째는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언니가 해달라고 하는 건 다 해준다는 사실이다. 둘이 싸우고 나서도 그 당시에는 더 화를 내는 쪽이 둘째일망정, 오래지 않아 손을 내미는 건 항상 동생이다. 내가 생각할 땐,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왜 둘째가 언니의 부탁(때론 강요)을 거절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본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니가 때리는 등 큰 앙갚음의 행동을 하지 않을 것쯤은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하루는 둘째가 입이 댓 발은 나와서 언니가 시킨 심부름을 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언니가 자꾸 심부름시켜서 속상해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언니한테 하기 싫다고 말하면 되잖아."



이어지는 둘째의 대답을 듣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언니를 사랑하니까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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