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엄마 May 07. 2024

공황장애의 전조증상이었나?

  사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많이 찍게 되었다. 구글포토에 시간 순서별로 차곡차곡 쌓인 사진들을 자연스럽게 자주 들여다보곤 하는데, 볼 때마다 '아.. 이땐 이랬었지.' 하면서 보는 것만으로 흐뭇하다. 어린이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자 올해엔 어딜 갈까 고민하다 작년, 재작년에는 무얼 했는지, 어딜 갔었는지 사진을 찾아보다가 순간 멈칫했다. 2년 전 어린이날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이 예술의 전당이다. 이유를 누군가 물어본다면 딱히 깔끔하게 이야기하기 어렵겠지만 그곳에서의 추억과 그곳 특유의 공기와 무엇보다 음악분수 때문이 아닐까 한다. 코로나가 한 창인 시절이어서 어딜 갈까 하다가 어린이 음악회가 열린다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자주 보지 못했던 관악기 공연이었고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열리는 공연이니만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연주되어 나도 부담 없이 관람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 메인인 관악기 공연이 아니었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사회를 보던 분이 갑자기 무대 앞으로 나오면서 'You raise me up'을 부르면서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뮤지컬 배우 누구라고 본인을 소개를 하신 것 같은데 솔직히 누군지는 모르겠고, 그 노래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이었으나 내가 무척 좋아하는 곡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눈물이 마스크 안으로 흘러내렸다. 그 노래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곧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감정이 주체가 안 되었다. 갖고 있던 화장지를 겨우 꺼내서 닦긴 했지만 옆에 있던 아이들과 옆의 다른 관객들의 의아한 시선들도 느껴졌다.



  자리에 일어나서 나오면서도 나와서도 '이 감정은 뭘까, 내가 왜 그 노래에 눈물이 흘렀을까?' 너무 혼란스러웠다. 아이들은 신나서 음악분수를 보고, 비눗방울을 불면서 놀았고 나는 그 모습들을 사진에 담아주면서도 내내 반쯤은 멍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몇 달 후, 공황장애를 본격적으로 겪은 사실을 지금에서야 뒤돌아보니 그때의 상황이 조금은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게 공황장애의 전조증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일이 있기 몇 달 전 부서를 옮기고 나름 적응을 한다고 하며 지냈는데 내 진짜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버틴다고 버텼는데 몸은 고장이 나고 있었나 보다. 그때 미리 알아챘더라면, 조금 더 빨리 병원에 갔더라면 결과는 더 좋았을까?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러 갔던 그 시간 그 공간이 내가 평소와는 많이 다른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나 보다. 2년이 지나 그때의 감정이 많이 무뎌졌음에도, 무심코 그때의 사진을 보다가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 잠시 그동안의 일들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한 편으로는 씁쓸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래도 잘 버텨왔음에, 그때보다 많이 나아졌음에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그때의 기억은 더 희미해지고 앞으로도 더 좋아지기만 할 거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지난했던 2022년,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