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깔콘이 좋은 거니? 엄마가 좋은 거니?
둘째가 얼마 전부터 현장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다며 너무 기쁘다고 몇 번이나 나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엄마, 다음 주는 너무 좋아요. 월요일에는 00 해서 좋고 화요일에는 00 해서 좋고 수요일에는 석가탄신일이라서 좋고 목요일에는 현장체험학습이라 너무 좋아요.
작년부터 관련법이 바뀌어 현장체험학습에 가려면 여러 대의 노란 버스가 필요한데, 예약하기 쉽지 않아서 작년에도 못 갔고 올해도 당연히 못 갈 줄 알았는데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게 된 현장체험학습이라고 해봤자 근처 공원에 걸어서 가는 건데 그게 저렇게 좋을까 좀 의아했다.
현장체험학습의 준비물이 과자와 음료수라며 뭐를 사면 좋겠냐고 나에게도 물어봤다가 혼자 고민해 봤다가를 반복했다. 어제 낮에 과자와 음료수를 사야 된다는 게 생각나서 둘째에게 같이 가겠냐고 물어보니 좋다고 따라나선다. 그런데 그전까지 괜찮다가 하필 나가려던 찰나에 갑자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얼마 전부터 아파트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는 탓에 십여 층을 걸어내려 갔다가 올라와야 하기에 다시 한번 물어도 같이 가겠단다.
하는 수 없이 애기랑 둘이 몇 백개의 계단을 내려가 우산을 쓰고 집 앞 편의점에 도착했다. 아이는 4평 남짓의 자그마한 편의점을 뱅글뱅글 돌면서 며칠 전부터 고민하던 그 고민을 다시 또 하기 시작했다. 얼굴에는 연신 기대 가득한 얼굴로 '이걸 살까? 저걸 살까?' 하면서 고민했다가, 나에게 뭘 사면 좋을지 물어보면서 결국 꼬깔콘과 오렌지주스 하나를 골랐다. 과자 하나를 더 사도 좋다는 내게 괜찮다며 하나만 사도 되는데, 음료수는 남기면 어떡하냐고 잔뜩 걱정을 했다. 내가 먹다가 남기면 그대로 가져오면 된다고 안심을 시키자 그제야 다시 한껏 웃으며 계산대에 과자와 음료수를 내려놓았다.
음료수는 내가 들고 둘째는 꼬깔콘을 들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우산을 들고 아파트 입구에 다다랐다. 날씨도 우중충하고 갈 길은 멀고도 높고, 나는 그다지 기분 나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을 일도 딱히 없었다. 말을 하고 천천히 올라가면 더 힘들어지니 아이에게 어서 오라는 말을 가끔 하면서 나는 열심히 앞장서서 우리 집을 향해 올라갔다. 아이도 나보다는 느렸지만 며칠 새 계단이 익숙해졌는지 군말 한 번 없이 헐떡거리면서 내 뒤를 따라 올라왔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나는 헐떡거리면서 꼬깔콘을 식탁에 올려놓고 숨을 고르기 위해 의자에 앉아있었다. 한 편으로는 엄마가 자기를 기다려주지 않고 먼저 올라간 게 약간 서운해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제대로 빗나갔다. 내 뒤를 따라온 아이는 음료수를 냉장고에 넣고는 앉아있는 나를 꼬옥 안으며 말했다.
엄마, 엄마랑 같이 과자를 사러 가서 너무 행복해요.
순간, 잠깐 몸이 굳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적이었다. 그렇게 값비싼 음식도 아니고 고작 꼬깔콘과 음료수 하나에 감사해하는 그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뻤다. 고작 집 앞 공원에 현장체험학습을 간다며 들떠있는 그 아이의 순수함이 너무 아름다웠다.
과연 내가 지금 어떤 좋은 것을 갖게 되고 아무리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고 한들 저 아이처럼 저런 설렘을 가질 수 있을까? 너는 뭐가 그렇게 좋은 게 많을까? 뭐가 그렇게 신나고 행복한 일이 많은걸까? 부디 지금처럼 소소한 기쁨에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순수함을 오래 간직해주었으면 좋겠다.